사람이 살찌는 과학적인 이유 7가지?


덜 먹고 더 움직이면 살이 빠질까? 사람들은 흔히 적게 먹고 더 많이 운동하면 살이 빠질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이 칼로리 이론에 기반을 둔 대다수 다이어트 방법들이 노리는 살빼기 방법이다.
 
하지만 이는 매우 단편적인 생각이다. 우리의 인체 대사기능은 그처럼 단순하지 않다. 어떤 사람은 매일 1만 칼로리가 넘게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반면, 어떤 사람은 그야말로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 그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는 사람들이 살찌는 근본 이유가 과잉 칼로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몸무게의 변화가 헬스장에서 몇 시간 운동했는지 식사로 몇 칼로리 섭취했는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스트레칭-체조를-하는-날씬한-여성


그러나 우리 몸에서 소비되는 대부분의 에너지는 먹는 양이나 운동량과 상관이 없다. 전혀 움직이지 않고 침대에 누워만 있어도 70%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우리가 하루중 소비하는 에너지의 70퍼센트는 단지 숨쉬고 심장이 뛰고 체온을 유지하고 인체 세포에서 이뤄지는 모든 화학반응에 소모된다. 

이렇게 무의식적으로 소비되는 에너지 양을 우리는 ‘기초대사율’이라고 하며, 아쉽게도 매일 쓰는 에너지의 3분의 2는 우리가 운동이나 식사량으로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없다.

따라서 살이 찌지 않는 몸을 만들려면 덜 먹고, 많이 운동하기 전에 자신의 기초대사율을 바꿔야 한다. 즉 많이 먹어도 대사율을 높여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에너지가 소모되는 체질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개인의 기초대사율을 바꿀 수 있을까? 그것은 자신의 기본적인 체중 설정값을 변경시키는 것을 통해 달성할 수 있다. 

우리 인체는 고도로 설계된 체중 설정 기준을 갖고 있다. 인체의 자율신경계는 자기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기준 몸무게를 정해 놓고 있다. 그리고 그 몸무게를 기준으로 과잉 에너지가 들어오면 기초대사율을 높여 자연 소모시키고, 섭취 에너지가 부족하면 절약 모드로 들어가 에너지 소모가 없는 살찌기 쉬운 몸으로 만든다.

아마도 유명 유튜버 쯔양 같은 사람은 뇌의 시상하부에서 체중 설정값을 48Kg 내외로 설정해 두고 있을 것이다. 그 때문에 날마다 1만 칼로리 이상 먹어도 살찌지 않는 것이다. 아마도 그녀의 과잉 에너지는 활발한 에너지 대사 활동으로 모두 소모될 것이다.

반면에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는 어떤 모 코미디언은 아마도 70kg의 체중 설정값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적게 먹어도 에너지 대사율이 낮아 체중 감량에 실패하곤 하는 것이리라


책-식욕의-과학


그렇다면 자기 몸의 체중 설정값은 어떻게 변경시킬 수 있을까? 오늘은 비만과 식욕에 관한 세계적인 전문가인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외과의 앤드루 젠킨슨(Andrew Jenkinson)이 쓴  『식욕의 과학』(Why weeat too much)의 내용을 참고하여 단순히 개인의 선택 문제로 알려져 왔던 식욕과 비만의 문제 배후에 있는 인체의 체중 설정값의 비밀과 그것을 형성하는 다양한 인종과 호르몬과 식재료 등의 문제들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특히 최근의 비만 문제는 인간의 자연적인 체중 조절 시스템을 역행하는 현대 식생활 때문에 생겼다. 따라서 최근 현대인의 체중 설정값이 높아진 이유를 과학적으로 살펴보면 개인적으로도 이상적인 체중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몸무게를 되찾기 전에 먼저, 사람이 살찌는 과학적인 원인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1. 인간이 살찌는 가장 큰 원인은 유전적 요인이다

살찌는 것은 유전 때문일까, 환경 때문일까?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이 살찌는 가장 큰 이유는 유전의 영향이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역학자 제인 워들(Jane Wardle)은 태어나자 마자 다른 집으로 입양을 보낸 일란성 쌍둥이 2000쌍의 몸무게 변화를 연구했다. 이들 쌍둥이들은 평생 다른 곳에서 살면서 다른 음식을 먹으며 운동량도 각각 다르게 활동했으나 성인이 되었을 때 이들의 몸무게는 매우 비슷했다. 놀랍게도 체질량 지수(BMI) 수치가 75% 일치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정 환경의 영향은 어느 정도였을까?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여겨지던 가정 환경이 BMI 일치도에 끼치는 영향은 10%에 불과했다. 

즉 우리 개개인의 몸무게를 이루는 결정적 요인인 BMI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유전적 요인이 75%, 가정 환경요인이 10%, 기타 요인이 15%에 해당되었다. 즉 개인이 노력으로 자신의 체중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은 15%가 안 된다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비만의 책임을 철저히 개인화 시킨다. 한 사람의 비만과 과체중 문제가 무절제한 식사와 운동 부족, 나태한 생활 습관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비만 체형의 사람을 은연 중에 비난한다. 하지만 이런 행동은 매우 잘못된 문화적 편견임을 알 수 있다.

사실상 비만은 유전적 질환이며 개인 차원에서 개선하기 어렵다. 따라서 비만 체형의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에 희생되지 않도록 사회적 배려가 있어야한다.




 

2. 살찌기 쉬운 인종과 유전자가 따로 있다

비만은 또한 인종의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면 비만율이 높은 인종은 누구이며 이들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 걸까? 최근 집계된 비만율 순위를 보면 비만의 메카니즘에 대해 한발 다가갈 수 있다.


아랍인-과체중-남성


대륙을 기준으로 보면 세계 최대 비만 지역은 태평양 도서 지역이다. 1위를 차지한 나우루섬은 전체 주민의 94%가 과체중이고, 71%가 비만이다. 정상 체중은 불과 6%에 불과하다.

그리고 태평양 도서 지역을 위협하는 신종 비만 지역은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이다. 카타르와 사우디 같은 경우 성인 여성들의 비만율이 거의 50%에 육박한다.

3위권 지역은 패스트푸드의 원조 국가 미국이다. 전체 국민의 36%가 비만이다. 4위권 지역은 유럽으로서 인구의 55%가 과체중, 25%가 비만이다. 

그러면 다인종 국가인 미국내에서 인종별 비만율은 어떤 특징을 보일까?

성인 인구 전체 비만율이 36%인 미국에서 가장 비만율이 높은 인종은 흑인으로서 48%, 라틴아메리카인은 43%, 백인은 33%가 비만에 해당된다. 가장 문제가 심한 경우는 흑인의 경우로서 특히 흑인 여성은 57%가 비만에 해당된다. 


앤드루 젠킨슨은 인종별 비만율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를 유전학자 제임스 닐(James Neel)의 절약 유전자 가설에서 찾는다. ‘절약 유전자’란 인류가 기근과 굶주림에 처하게 될 때 활성화 되는 유전자이다. 

우리가 전후 세대들을 보면 절약성이 뛰어난 것을 본다. 독일과 일본은 2차대전의 패전으로 과중한 전쟁배상금을 물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이들 국가 사람들은 전쟁 때 절대적 빈곤을 경험한 후 근검절약하고 경제를 우선하는 국민성을 발달시켰다.

그런데 이것은 비단 경제적 성향과 사회심리학적 경향만 그런 것이 아니다. 기근과 굶주림은 우리 인간의 유전자에도 큰 변화를 가져온다.

인류가 특정한 상황에서 겪게 되는 기근과 굶주림의 경험들은 인간의 몸을 대사율이 저조한 절약 유전자 체질로 변모시킨다. 

남태평양 도서지역 원주민들과 아메리카 지역에 노예로 팔려간 흑인들은 역사적으로 가장 처참한 기아상태에 직면했던 공통점을 가진 인종들이다. 오랜 항해 기간 중 몸에 저장된 지방이 적거나 에너지대사율이 높은 사람들은 기근에 죽고 지방이 많고 대사율이 낮은 절약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들만 생존했다.

따라서 대기근에 생존한 이들은 사실 그야말로 물만 마셔도 살이 찌는 체질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최근의 경제적 발달로 고지방 고탄수화물의 서구 음식들을 섭취하게 되면서 급격하게 살이 찌기 시작한 것이다.

아랍에미리트, 사우디를 포함한 페르시아만 연안 지역도 음식을 구하기 어려운 사막 지역이다. 그런데 유전 개발로 국민들의 삶이 여유로워 지면서 서구에서 밀려온 고지방 고탄수화물 음식들을 먹게 되면서 획기적으로 비만율이 높아졌다.

그렇다면, 이처럼 기아와 굶주림의 경험이 절약 유전자를 활성화 시킨다는 이론이 같은 국가와 민족 안에서도 증명이 된 경우가 있었을까?

당연히 있다. 1975년 네덜란드에서 발표된 매우 인상적인 논문이 있다. 「1944년~1945년 네덜란드 기근과 생식 과정」이란 논문이다. 이 연구는 2차 대전 막바지에 전쟁 물자가 운송되지 않아 6개월 동안 전 국민들이 하루 500kcal 이하로 연명했던 기간 동안 절대적인 굶주림을 견뎌야 했던 임산부와 그 때 출생한 아이들의 건강 상태를 다른 때에 태어난 형제 자매들과 비교한 연구였다.

이 논문의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이 때 출생한 아이들은 출생 당시 매우 키와 체격이 왜소했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체형이 매우 달라졌다. 하나같이 비만율이 매우 높았다. 더구나 비만의 종류 중에도 가장 문제가 큰 복부 주변에 비만이 축적되는 비만을 겪었고, 고혈압과 제2형 당뇨 환자 비율이 높았다.    

이 연구의 성과는 이후 1967년에서 1970년 사이 나이지리아 비아프라 전쟁에서 극심한 기아를 겪은 아기 1300명에 대한 연구에서도 재차 확인 되었다. 이들 아기들은 40년 후 복부 비만과 당뇨, 고혈압에 시달리는 비율이 매우 높았다.

 

 

 

 

3. 기근 굶주림 경험이 비만을 조성한다

엄마 뱃속에서 굶주림을 체험한 아기는 성인이 되었을 때 비만과 당뇨를 경험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 반대로 충분한 칼로리를 제공받은 아기는 성인이 되었을 때 정상 체중으로 성장해야 하는 것이 마땅할텐데, 정말 그렇게 되었을까? 

 

전쟁터의-굶주린-아이들

 


답은 그렇지 않았다. 문제는 칼로리를 기준으로 삼았을 때 문제가 발생되었다. 

엄마의 임신기간에 과도한 영양분을 공급받은 경우에도 아이들은 성장해서 비만형 체질로 자랐다. 실험쥐를 통한 연구에서,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 과도한 급식을 공급받은 쥐는 태어난 후 정상 쥐들에 비해 왕성한 식욕과 식탐을 나타냈고, 그것은 비만이란 문제를 가져왔다.

사람 역시 임신기에 산모의 헐당이 높았을 경우 태어난 아기는 비만 확율이 높았으며, 임신 기간에 비만이면 아기가 네 살이 되었을 때 비만이 될 확률이 2~3배 가량 더 높았다.

그렇다면 왜 임신기에 영양이 과도하게 공급되거나 산모가 비만이면 태어난 아기는 비만 체형이 될 형질이 발달하게 되는 걸까?

앞에서도 나왔듯이 기근과 기아 체험은 사람을 쉽게 살이 찌는 절약 유전자 활성화 체질로 만든다. 

앤드루 젠킨슨은 실험실 임신 쥐와 연구 대상이었던 산모가 먹었던 음식들이 우리 몸에 이상적인 식단이 아닌 가공식품과 현대식 식단이었던 점을 지목한다. 

즉 정크식품으로 알려진 식품첨가물과 지방과 탄수화물이 높은 사료와 현대식 식단에는 비타민과 무기질 등의 미량 영양소가 결핍되어 있다. 따라서 겉으로는 영양분이 풍부해 보이는 식단이지만 실제로는 우리 몸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양소가 결핍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 몸은 칼로리 기준으로는 많은 음식을 섭취했지만 실제 몸은 심각한 영양 부족 상태에 있어 살이 찌는 체질로 변화된 것이라는 점이다.

앤드루 젠킨슨의 주장이 합당한 논리성을 갖는 것은, 그 이후 듀크 대학 연구진들이 쥐 실험을 통해 증명해 냈다. 즉 임신기에 비타민 보충제를 충분히 공급했을 때 급식을 과잉 공급받은 쥐들 역시 태어난 자손의 외모가 크게 바뀌게 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즉 정상 체중의 쥐들이 태어나게 된 것이다. 

즉 산모에게 비타민과 미량 영양소가 고르게 들어있는 영양소를 충분히 제공했을 때는 그것이 영양 과잉 상태라 하더라도 아기가 태어나 성인이 될 때 정상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았다.

 

 

 

 

4. 현대인들의 잦은 다이어트가 오히려 비만을 부른다

또 하나의 과체중의 원인은 바로 다이어트이다. 이것은 역설이다. 살을 빼기 위한 다이어트 시도가 오히려 체중 증가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유명 살빼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참가자의 실상을 한번 살펴 보자. 우리는 참여자들의 엄청난 체중 감량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열광한다. 방송에서 제시하는 영양사의 식단과 트레이너의 계획에 따라 먹고 운동하면 충분히 몸무게를 줄일 수 있겠구나 하고 말이다.

그러나 대부분 이런 혁명적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다수 참가자들의 최후는 결코 해피엔딩이 아니다. 

 

몸무게-저울과-줄자


미국 메릴렌드주 베데스다 국립보건원의 물리학자 케빈 홀(Kevin Hall) 박사는 유명 체중감량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비기스트 루저〉의 출연자 14명을 추적 조사했다. 이들은 참가 당시 몸무게를 평균 58kg이나 감량하는 엄청난 성과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6년 후 이들의 모습은 어떻게 변화되었을까? 그렇다. 대다수 사람들의 우려처럼 이들도 체중 감량 후 요요현상으로 고생을 하고 있었다. 이들의 평균 체중은 평균 41kg이나 증가한 상태였다.

이들의 식단과 운동량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과거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이들의 몸부림은 누구 못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에너지대사율이었다. 사실 프로그램이 종료되는 시점에서 잰 이들의 대사율은 참가 전에 비해 610kcal가 낮아진 상태였다. 이렇게 낮아진 대사율이 계속 진행 중이었다. 처음 출연했을 때에 비해 6년 이후 대사율은 700kcal가 줄어들어 있었다. 즉 다이어트 프로그램으로 뺀 체중을 유지하려면 매일 10km 이상을 달리고 3끼 섭취량을 일부 줄여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사실 모든 다이어트 프로그램의 결과는 비슷하다. 단기적으로는 살을 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예전 몸무게로 돌아온다. 이것은 뇌의 무의식이 의식과 싸워서 결국 승리를 하게 되어 있는 구조 때문이다. 우리의 의식적 노력은 결코 무의식의 체중 설정값과 싸워 이길 수 없다.


자, 그렇다면 다이어트는 우리들의 기초 대사율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노르웨이 베르겐 대학 연구팀은 쥐를 세 그룹으로 나눠 먹이를 달리했다. 첫 번째 그룹에는 저지방 식단을 규칙적으로 제공했다. 두 번째 그룹에는 고열량 식단을 규칙적으로 제공했다. 세번째 그룹에는 10일간 고열량 식단을 제공하고 4일간 저열량 식단(70% 열량 식단)을 제공했다. 연구진은 80일 동안 4회에 걸쳐 이처럼 식단을 조절하였다. 

실험의 결과는 매우 놀라웠다. 예상대로 저열량 식단을 꾸준히 준 쥐 그룹이 체중이 적은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고열량 식단만 규칙적으로 준 그룹이 월등하게 체중이 많이 증가 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문제는 고열량과 저열량 식단을 교대로 준 체중 순환 식단을 적용한 그룹의 쥐들의 체중 변화였다.

처음에 고열량 식단에서 저열량 식단으로 바꿨을 때(1차 다이어트 기간)에는 저열량 식단만 꾸준히 먹는 쥐보다 더 체중이 감소되는 다이어트 효과를 보았지만, 다이어트 횟수가 늘어날수록 살이 찌는 현상이 나타나더니 나중에는 고열량 식단만 먹은 쥐보다도 훨씬 체중이 불어나 가장 살찐 비만 체형으로 변화 된 것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 실험기간 동안 고열량 식단만 먹은 쥐와 다이어트를 반복 한 쥐가 섭취한 총 열량은 같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날까? 앤드루 젠킨슨은 다이어트를 하면 할수록 더 체중이 늘어나는 배후에는 우리들의 뇌의 무의식적 작용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기근과 굶주림의 체험이 자주 발생될 수록 우리 몸은 변화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 더 지방을 많이 저장하고 에너지 대사율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

우리 몸은 기근과 다이어트를 구분하지 못한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야 인위적으로 식사량을 조절하는 다이어트이지만, 몸이 받아들이는 것은 기근이 발생하여 비상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우리 몸은 자신이 자율적으로 선택한 다이어트와 외부적 조건으로 겪는 기근이라는 재해를 구분하지 못한다. 

우리 몸은 기근 상황의 반복성에 따라 몸의 체중 설정값을 상향 조절하게 된다. 그러면 우리 몸은 살이 찌는 체질로 변화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다이어트를 하면, 우리 몸은 우리가 극심한 기근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극도의 절약 유전자 활성화 상태로 우리 몸을 만들게 된다.  

 

 



5. 식욕 조절 호르몬 이상이 살찌는 몸을 만든다

인간의 식욕을 통제하는 호르몬은 크게 3가지이다. 먼저 위벽에서 분비되는 그렐린(ghrelin)은 식사 시간이 되면 때 맞춰 허기를 느끼게 해주는 신호등이다.

지방조직에서 만들어지는 렙틴은 농도가 증가하면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어 식욕을 억제하는 기능을 하는 호르몬이다. 


식욕관련-호르몬-그렐린-렙틴-펩타이드YY-소개-그림



식욕을 억제하는 또 하나의 강력한 호르몬은 식후에 소장에서 분비되는 PYY(peptide-YY)호르몬이다. 특히 PYY호르몬은 그렐린의 식욕 촉진 기능을 상쇄하는 작용한다. 

따라서 이들 호르몬만 제대로 기능해도 절대로 인간은 과식을 할 가능성이 없으며, 그만큼 과체중과 비만이 될 가능성은 낮아진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다양한 원인으로 이들 호르몬 기능에 이상이 생겼다. 따라서 현대인들의 비만의 배후에는 이들 호르몬 작용의 교란이 존재한다.

 

 

1) 식욕과 음식 맛을 좋게 만드는 그렐린

위의 상부에서 만들어지는 그렐린은 식욕을 일으키는 호르몬이다. 인간이 가진 가장 강한 원초적 본능 두 가지를 식욕과 성욕이라고 하는데 그렐린은 그 중 식욕을 담당하는 호르몬이다.
  
아마 ‘3일 굶으면 사람의 눈이 뒤집힌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굶주린 인간이 빵을 훔치는 것처럼 굶주림은 때로는 도덕적 일탈을 하게 할 정도 강하게 작용한다. 그만큼 그렐린은 강력한 호르몬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렐린은 뇌의 보상 센터을 자극하여 음식을 먹을 때 매우 맛있게 맛을 감지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빵을-맛있게-먹는-여성-모습



그런데 그렐린은 다이어트의 주적이다. 2002년 워싱턴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비만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저열량 다이어트를 6개월간 시키고 다이어트 시작 전과 후의 그렐린의 변화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평균 17%의 체중을 감소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다이어트 후 몸 속의 그렐린의 수치에 놀라운 변화가 있었다. 다이어트 전에는 식사 전에 잠깐 오르고 식후에 낮아지던 그렐린 수치가 다이어트 후에는 그 진폭이 훨씬 크게 나타났고, 하루 종일, 심지어 바로 밥을 먹고 난 후에도 그렐린 수치가 높아지는 상황이 나타난 것이다.

그야말로 밥 먹고 뒤돌아 서면 배가 고프다는 만성 굶주림 상태를 경험하게 된 것이다. 다이어트를 하기 전에는 밥 먹기 전 하루 3번만 잠시 고양되었던 그렐린 호르몬이 다이어트 실시 후에는 24시간 모든 시간을 굶주리도록 만든 것이다. 그리고 그렐린 총량도 다이어트 이전보다 24% 증가되었다.




2) 식욕을 잠재우는 포만감 스위치 펩타이드 YY

강력한 그렐린을 통제할 수 있는 호르몬은 소장에서 분비되는 펩타이드 YY이다. 위에서 장으로 음식물이 이동하는 것이 감지되면 펩타이 YY가 혈류로 방출되고 뇌는 포만감을 느껴 식욕을 통제하게 된다. 

그런데 펩타이드 YY가 주는 포만감을 마치 잔칫집이나 뷔페식당에 갖다온 후 느끼는 과식 후 불편함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것은 펩타이드 YY에 대한 오해이다. 펩타이드 YY가 주는 포만감은 절대 그렇게 불편한 부대낌이 아니다. 오히려 음식을 적당히 먹은 후 느껴지는 만족감이다. ‘이제 그만 먹어야겠다’ 그 정도의 느낌이다. 

이 때 단백질이 중요하다. 음식물 중에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으면 장에서 단백질을 감지한 후 포만감 신호는 더욱 빠르고 강력하게 뇌에 전달된다. 

그런데 다이어트가 만드는 호르몬 이상은 펩타이드 YY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한 연구진은 10주간의 다이어트 실시 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렐린과 펩타이드 YY 수치를 조사했다.

그 결과 다이어트 후 그렐린의 농도는 높아졌고, 펩타이드 YY 호르몬에 의한 포만감 신호는 크게 약화되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다이어트를 한 지 1년이 지난 후 배는 더 고파지고, 포만감은 덜 느끼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다이어트가 끝난 후 1주년이 지나자 빠진 체중은 요요현상으로 그대로 돌아왔지만, 그렐린 수치과 펩타이드 YY 수치는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살은 예전처럼 다시 쩠지만 배는 이전보다 더 고프고, 배가 고파서 폭식을 하면 식욕을 억제해야 하는 펩타이드 YY가 주는 포만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3) 지방 조직을 통제하는 매우 중요한 호르몬 렙틴

사람들은 지방 조직에서 분비되는 렙틴이 포만감을 주어 식욕을 통제하는 식욕 억제 호르몬 정도로 알고 있지만, 식욕 억제 기능은 렙틴이 수행하는 다양한 기능 중 한 가지에 불과하다.

몸의 혈당을 조절하는 전담 마크맨이 인슐린이라면 몸의 지방을 조절하는 전담 마크맨이 바로  렙틴이다. 

렙틴은 뇌의 체중 조절 센터에 현재 영양 상태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몸에 저장된 지방이 줄어들면 뇌에 지금 배가 고프니 음식을 더 먹어야 한다고 알리고, 몸에 지방이 충분히 저장되면 허기가 사라지고 인체의 생식, 성장, 수선과 같은 일을 하도록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스어로 ‘얇다’는 의미의 단어 ‘leptos’에서 유래된 렙틴(leptin)은 제대로 기능하면 우리 몸을 매우 날씬하고 아름답게 유지하게 만든다. 지방과 뇌의 신호전달이 명확하게 이루어지면 인간이 일일이 칼로리를 계산하며 식단을 짜거나 헬스장에서 땀을 흘리지 않아도 우리 몸 스스로 알아서 손쉽게 체중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렙틴은 교감신경계를 자극하여 대사율을 높인다. 침대에 가만 누워만 있어도 체중이 감소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만족하여-OK-손가락을-표시하는-여성

 


앤드루 젠킨슨은 체중 조절을 위한 렙틴의 작용을 매우 강조하고 있다. 렙틴은 인체의 에너지 저장량을 좌우하는 주된 조절장치라는 점에서 체중 조절에 있어 가장 중요한 호르몬 중 하나이다.

뇌가 무의식적으로 정한 이상적인 체중 설정값과 실제 저장된 에너지 양이 다를 때 렙틴은 대사율을 조절하여 그 차이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인위적인 다이어트로 체지방을 줄이면 지방에 존재하는 렙틴의 수치도 떨어진다. 그 결과 식욕을 통제하는 렙틴의 기능이 사라지면 식욕을 일으키는 그렐린의 강력한 발흥으로 우리 몸은 자나깨나 음식 생각을 하게 되고 그 결과 폭식과 과잉 섭취로 몸무게는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그렇다면 식욕을 통제하는 렙틴을 인위적으로 주사하면 식욕이 감퇴되어 체중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실제 과학자들은 비만인 사람들에게 렙틴을 주사하여 체중을 감량시키고자 시도했다. 

그러나 렙틴 주사에도 불구하고 채내 렙틴 수치는 증가했으나 체중 감소는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우리가 과체중과 비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 대부분의 몸은 렙틴 주사를 맞기 전부터 이미 높은 렙틴 수치를 보이고 있었다. 비만 체형의 사람들은 지방이 많은만큼 지방 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 수치 또한 높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식욕을 통제하는 렙틴 농도가 높은데도 왜 사람들은 비만이 되는 걸까? 왜 대부분의 비만 체형을 가진 사람들은 렙틴 호르몬 이상 문제를 가지고 있는 걸까? 체내 지방을 조절하는 렙틴의 기능은 무엇 때문에 문제가 발생되는 것일까?

 

 


4) 렙틴 저항성은 인슐린 저항성과 염증 때문에 생긴다

과학자들은 몸에 렙틴 농도가 높아지면 뇌로 가는 정보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을 발견했다. 렙틴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뇌는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뇌가 렙틴의 높은 농도를 감지하지 못하고 오히려 몸에서는 지방이 부족하다고 느껴 더 굶주림이 심해지는 상태를 렙틴 저항성이라고 한다.  

렙틴 저항성에 빠지면 몸에 지방이 많을수록 뇌는 몸에 지방이 부족하다고 느껴 허기를 발생시키고, 그에 따라 더욱 많은 지방을 섭취하는 역설적인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되어 체중은 심각하게 늘어나게 된다. 

그렇다면 렙틴 저항성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 렙틴 저항성은 크게 3가지 이유가 원인이 된다.

 

 


첫째, 인슐린의 영향

렙틴과 인슐린은 각각 전자는 혈중 지방을 조절하고 후자는 혈당의 농도를 조절한다. 둘 다 뇌의 시상하부의 특수한 세포 수용체와 결합하여 작용한다. 앤드루 젠킨슨는 이 시상하부의 세포 수용체를 일종의 세포의 우편함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문제는 렙틴과 인슐린은 같은 우편함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즉 신호전달 경로가 겹친다.

그래서 인슐린이 혈중 당의 농도가 높아졌을 때 이상 신호를 뇌의 시상하부 세포 우편함으로 보내면, 렙틴의 신호는 그쪽으로 전달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만약 식사 때 지방과 동시에 탄수화물이 많은 음식을 먹게 되면 인체는 혈당 상승에 따라 췌장에서 인슐린을 급하게 분비하게 되는데 혈중 인슐린이 증가하여 이 신호가 시상하부에 전달되면 지방 농도 증가에 따른 렙틴 호르몬의 신호는 시상하부에 전달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된다.  

따라서 몸 속의 인슐린 농도가 높아질수록 렙틴 저항성은 커지고, 렙틴 저항성이 커질수록 체중 설정값은 높아지게 된다. 그 결과로 체중은 증가하게 된다. 

 

 

둘째, TNF-알파

대식세포에서 분비되는 TNF-알파는 감염과 부상을 막는 일종의 몸의 경찰관과 같은 역할을 하는 세포이다. TNF-알파가 분비되면 몸에는 염증이 발생된다. 

그런데 비만이 생겨 지방세포가 지나치게 커지면 면역 세포들은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 지방세포를 보고 몸에 이상이 생겼다고 생각하고 TNF-알파를 분비하게 된다. 덕분에 몸에 염증은 더욱 심화된다.

비만에 의한 TNF-알파 증가는 온 몸의 염증 반응을 유발한다. 혈관에서 시작하여 관절과 세포, 그리고 주요 장기들에 영향을 주는데 궁극적으로 렙틴 신호를 토대로 체중 설정값을 정하는 체중 조절 센터인 시상하부에도 염증을 발생시킨다.

시상하부에 염증이 발생되면 렙틴의 정상적인 신호가 뇌에 전달되지 못한다. 따라서 지방 조직에서는 렙틴 농도가 높다고 신호를 보내도 뇌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지방이 부족하다고 여겨 몸은 에너지 과잉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지방을 더욱 축적하게 만든다.

 

 

 

셋째, 인슐린 이상

혈중 TNF-알파 농도가 증가되면 인슐린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 그 결과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 췌장은 더욱 많은 인슐린을 생산하게 된다. 

그리고 혈중 인슐린 농도가 높아지면 앞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인슐린 신호와 시상하부 신경전달 경로가 겹쳐 렙틴 신호가 뇌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게 되어 렙틴 저항성 또한 심화되고 그로 인해 체중이 더욱 증가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6. 설탕과 정제당이 비만을 부른다

지금까지 현대인의 비만과 성인병의 주범은 지방이라는 견해가 우세했다. 이것은 미국인 역학자 앤셀 키스(Ancel Keys)의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앤드루 젠킨슨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950년대 심장질환이 급증했고, 급기야 1955년에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심장병으로 쓰러지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미국 최고위급 정부 관료들이 모여 다양한 과학적 토론을 주최했고, 당시 과학계는 심장질환과 식생활의 관련성에 대한 검증에 들어갔다. 당시 사회 여론은 심장병의 주된 용의자를 지방과 설탕으로 지목했다.

영국인 영양학자 존 유드킨(John Yudkin) 박사는 저서 『설탕의 독』을 통해 설탕이 심장병은 물론 충치, 비만, 당뇨의 주 원인이라는 점을 발표했다. 그리고 당시 학계는 존 유드킨의 영향으로 설탕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부정적 여론을 감지한 설탕 업계에서는 1967년 하버드 대학교의 저명한 과학자들에게 엄청난 지원금을 기부하였고, 그 지원금을 받은 저명한 공동연구자들에 의해 발표된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게재된 논문에 의해 설탕은 범인이 아니고 진짜 범인은 지방으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배경에서 미국인 역학자 앤셀 키스의 등장은 이후 식품업계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공중보건에 크나큰 변화를 가져온 일대 사건이 되었다. 



지방이-풍부한-육질들



앤셀 키스는 안식년을 영국에서 보내는 동안 생선튀김에 감자튀김을 곁들여 먹고 일요일마다 고기를 구워먹는 고지방식이 영국인들의 심장질환의 원인이라고 확신을 갖게 된다. 

앤드루 젠킨슨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설탕 업계에서 지원을 받았던 앤셀 키스는 포화지방이나 동물성 지방에 함유된 콜레스테롤이 심장 혈관 내벽에 쌓여 혈관을 막는 죽상동맥경화증을 일으키고 각종 심장질환을 일으킨다는 이론을 발표하게 된다.

앤셀 키스가 자신의 견해를 입증하기 위해 발표한 ‘7개국 연구’는 지금도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그는 전 세계 7개 국가의 지방 섭취량과 심장질환 발생률의 관계를 정리한 논문을 발표했는데, 그의 논문에 따르면 가장 포화지방을 적게 섭취한 일본과 이탈리아는 심장질환 발병율이 가장 낮았고, 영국과 미국은 지방 섭취량이 많아 심장질환 발병율이 가장 높았다.

그의 논문은 마치 포화지방이 모든 심장질환의 주범이라는 것이 사실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앤셀 키스의 주장에 따라 그 이전까지 널리 사용되던 동물성 포화지방이 학교와 공공 식당 등에서 사용이 중지 되었고 동물성 포화지방이 있었던 자리를 콩기름과 옥수수유와 같은 식물성 유지가 대체하였고, 버터와 치즈가 있던 자리를 수소 참가물이 들어간 마가린이 대체하게 되었다. 현대인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트랜스지방의 문제는 이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원래 앤셀 키스가 연구 대상으로 삼은 나라는 7개국이 아니라 22개국이었음이 나중에 밝혀지게 된다. 그리고 몇 개 국가에서는 앤셀 키스의 주장과 대치되는 증거가 나타났는데, 앤셀 키스는 자신의 이론에 도움이 되는 국가 결과만 논문에 수록하고 나머지 15개국의 연구 결과는 논문에서 제외시키는 엄청난 오류를 저지르게 된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은 포화지방을 다량 섭취하였지만 심장질환 발생률이 높지 않았음에도 그들의 연구 결과는 논문에 수록되지 못했다. 당시 프랑스와 독일은 유럽에서 가장 인구수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연구 결과에서 배제되었다는 데서 이 연구의 공정성은 심히 의심스러웠다.

또 네델란드는 이탈리아처럼 지방을 적게 섭취함에도 심장질환 발생률은 2배나 높았고, 스웨덴은 오스트레일리아보다 지방을 많이 섭취했지만 심장질환은 오스트레일리아보다 2분의 1 수준 밖에 안 되었다. 
  
그런데 앤셀 키스는 포화지방이 심장질환의 주범이라는 자신의 주장에 합치되지 않는 모든 증거를 의도적으로 배제하여 연구 결과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

오히려 앤셀 키스의 연구 결과 발표 후 몇년이 지난 다음 독립 기관에서 22개국의 연구 내용을 다시 분석한 결과 심장질환의 진짜 원인은 설탕이었음이 확인됐다.

앤셀 키스의 연구에서 포화지방 섭취가 가장 낮았던 일본과 이탈리아는 설탕 섭취도 가장 낮았고, 심장질환 발생율이 높았던 미국과 영국은 당시에 설탕 섭취량이 가장 높았다.

그리고 모든 심장병과 성인병의 원인으로 지목되었던 콜레스테롤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기존 이론에서는 고밀도 지질단백 HDL은 몸에 좋은 콜레스테롤이고, 저밀도 지질단백 LDL은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여겨졌다.

하지만 LDL도 두 가지가 있다. 입자가 작은 A타입 LDL과 입자가 큰 B타입 LDL이다. B타입 LDL은 크기가 커서 혈관 내벽에 유입되어 염증을 일으키기가 어렵다. 따라서 죽상동맥경화증을 일으키지 않는다. 문제는 입자가 작아 혈관 이곳저곳으로 부유하며 죽상동맥경화증을 일으킬 수 있는 A타입 LDL이다. 

그런데 최근 연구를 통해 A타입 LDL은 지방이나 콜레스테롤 섭취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탄수화물과 설탕을 섭취하여 증가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사실상 각종 심장병과 비만과  성인병의 주범은 지방이 아니라 설탕이었던 것이다. 

 

 

 

설탕은 왜 문제가 되는가?

설탕은 체중 문제에 핵심이 되는 인슐린 저항성을 일으킨다. 인슐린 저항성은 앞에서도 강조하고 있듯이 지방 조직을 통제하는 렙틴 저항성을 일으킨다. 

설탕을 과다 섭취하여 혈당 수치가 높아지면 높아진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이 과잉 분비된다. 그러면 인슐린 신호가 신경전달 경로를 선점하여 렙틴의 신호는 뇌의 시상하부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게 된다. 그러면 뇌는 지방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인지하여 지방 섭취를 증가시키고 체중 설정값을 높인다. 그러면 몸에는 지방 저장량이 증가하여 비만이 심해진다. 그래서 세포 내 지방조직이 거대화 되면 대식세포에서 TNF-알파가 분비되어 온 몸에 염증이 증가한다. 그리고 염증에 의해 인슐린 시스템이 손상되고 뇌의 시상하부에도 염증이 생성되면 인슐린 신호와 렙틴 신호에 대한 수용체가 파괴되어 인슐린 저항성이 한층 심화되고 더욱 비만이 심각해 진다.

이 모든 혼란이 최초에 설탕 섭취 때문에 생긴다. 즉, 설탕 과다 섭취로 인한 인슐린 저항성은 모든 체중 설정값 상향 조정과 렙틴 저항성과 염증 반응의 최초 원인 제공자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설탕 섭취에는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포도당은 뇌가 사용하는 주된 원료이다. 무턱대고 섭취를 금지 시키는 것은 위험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과연 우리 뇌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얼마나 많은 포도당이 필요한 것인가?
  

 

설탈-한티스푼


우리 몸에는 대략 5리터 정도의 혈액이 있다. 혈액에 최적 혈당은 데시리터당 80밀리그램으로써 5리터에 설탕 한 스푼 정도의 양만 있으면 충분하다. 설탕 한 티스푼은 약 4.2그램으로 코카콜라 한 캔에 들어있는 당의 8분의 1 수준이고, 셀러리 네 줄기 정도로서 코카콜라 한 모금과 셀러리 네 줄기만 먹으면 혈당의 문제는 없는 것이다.

그 이상의 당이 혈액에 들어오면 인슐린이 등장하여 기준치 혈당으로 내릴 때까지 혈당은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처럼 울렁이게 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식사 시간에 얼마나 많은 당을 섭취하는가? 아침 한 끼에만도 설탕이 30%나 함유된 시리얼에 설탕과 액상과당이 듬뿍 들어있는 오렌지 주스에 설탕이 50%나 차지하고 있는 과일잼을 바른 식빵을 먹는다. 

문제는 많은 설탕이 급격하게 들어올수록 인슐린은 과잉 분비되어 몸에 일시적인 저혈당 상황을 만들어 내는데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일시적인 저혈당 상황이 가져온 졸음과 피곤함, 허기와 무기력함을 이겨내기 위해 또 카페인과 설탕이 잔뜩 들어 있는 커피와 트랜스지방 덩어리인 브라우니를 간식으로 찾게 된다는 것이다.
   
설탕에 의한 인슐린 롤러코스터를 겪지 않으려면 식사를 할 때 음식 중에 단백질과 지방을 포함시켜야 한다.

앤드루 젠킨슨에 의하면 지방은 탄수화물보다 훨씬 더 즉각적으로 포만감을 유발한다. 포만감 호르몬인 펩타이드 YY와 GLP-1이 강력하게 분비된다. 

 




 

7. 오메가3 결핍과 오메가6 과잉 섭취가 비만을 가져온다

앤드루 젠킨슨은 미국인들이 획기적으로 비만율이 높이진 시기가 1977년 전후라고 말한다. 공교롭게도 이때 미 정부는 「미국 식생활 목표」라는 맥거번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이전까지 전체 비만율 15% 정도의 완만한 증가를 보이던 비만율은 미 정부의 건강한 식생활 지침 발표 이후 급격하게 상승하여 2010년에는 36%까지 치솟았다.

그렇다면 미 정부의 식생활 지침에는 무엇이 포함되어 있던 걸까? 그 때 권장된 음식은 무엇이었고, 그때 배제된 음식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러한 식생활 변화로 인해 미국인들이 과잉 섭취하게 된 영양소와 결핍하게 된 영양소는 무엇이었을까?

미국 정부의 식생활 지침에 의해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포화지방을 식물성 유지가 대체하게 된 사건이다. 그 이전까지 폭넓게 쓰이던 버터와 라드에 함유된 동물성 포화지방은 사용이 금지되었고, 목화씨와 홍화씨, 유채씨, 해바라기씨 등에서 추출한 식물성 유지가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버터보다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마가린이 인기를 얻게 된 것도 이 때부터였다.  

 

 

식물성-유지와-가공식품-그리고-곡물식빵-사진



고기 섭취가 줄면서 빵소비가 증가하였다. 그 여파로 제빵에 쓰이는 고형 식물성 유지인 쇼트닝과 마가린의 섭취량이 증가하였고 그 영향으로 총 지방 섭취량은 오히려 증가하였다. 1970년부터 2005년까지 그 증가폭이 63%나 되었다.

그리고 정부 지침에 의해 내려진 곡물 섭취량 증가도 하나의 일대 사건이었다. 밀과 옥수수 재고 처리에 부담을 느끼던 미국 농무부에게도 이것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밀가루 소비량은 1980년에서 2000년까지 연간 52kg에서 68kg으로 증가하였다. 정부 지침은 통곡물 형태의 섭취였지만 실제 섭취는 정제된 형태로 이루어졌다.

앤드루 젠킨슨은 미국 정부의 식생활 지침에 따라 크게 변화된 것은 식물성 유지와 가공식품 섭취량과 곡물 섭취량의 증가에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에 따라 현대인들이 과잉 섭취하게 된 영양소는 오메가6이며, 반대로 크게 결핍하게 된 영양소는 오메가3라고 말한다.


지방의 한 갈래인 다중불포화지방산은 오메가3와 오메가6로 나뉜다. 포화지방이나 단일불포화지방은 인체가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다. 따라서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다중불포화지방산은 인체가 만들어 낼 수 없음으로 반드시 이들을 포함한 음식으로 섭취해야만 하는 필수영양소이다.

특히 오메가3는 빠르고 유연하다. 덕분에 산소를 만나면 산화되거나 산패가 쉽다. 가공식품에 수소를 첨가하여 음식의 보존기간을 늘리는 것은 음식물 안의 오메가3를 완벽히 제거하는 과정이라 이해하면 된다.

사람들은 오메가3 하면 멸치와 정어리나 고등어, 연어 등의 어류 기름을 떠올린다. 하지만 오메가3는 녹색 잎에 포함된 엽록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녹색식물에 가장 풍부한 것이 오메가3 지방산이다. 

 

 

오메가3- 모습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것, 가장 얻기 쉬운 것이 오메가3였다. 사람들은 푸른 잎 채소와 풀을 뜯어 먹고 살았던 소나 양과 같은 가축에게서 얻은 고기와 우유와 치즈로부터 풍부한 오메가3를 얻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메가3를 얻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오메가3에 비해 현대인들의 식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오메가6이다. 오메가3가 푸른 잎새에 많이 들어있다면 오메가6는 곡물이나 씨앗 속에 많이 들어 있다. 기본적으로 오메가6는 가을철에 수확하는 식물에 풍부하다. 그리고 오메가6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 씨앗류들은 긴 겨울을 지나야 한다. 따라서 보존성이 뛰어나다. 

현대인들이 주로 식용유로 사용하는 옥수수유와 홍화씨유, 포도씨유, 카놀라유 등에는 오메가6가 풍부하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식물성 유지의 50%는 대두유이며, 맥도날드나 KFC 등의 패스트푸드 점에서 주로 튀김유로 사용되고 있는 것도 대두유이다. 대두유의 오메가6 비율은 부피 기준 54%이다. 

한편 현대인의 식탁을 채우는 오메가6 중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옥수수와 연관된 식품들이다. 옥수수는 오메가6: 오메가3 비율이 66:1에 해당하는 오메가6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식품이다.

 

 

 


옥수수 하면 아침에 우유에 타먹는 시리얼 정도로 생각하지만 식용유로 쓰이는 옥수수유에는 66%가 오메가6로 되어 있다. 또한 옥수수에서 추출한 과당이 우리가 마시는 커피와 음료수에 액상과당 형태로 가미되어 현대인들은 설탕 이상으로 옥수수를 많이 섭취하게 된다. 

더 우려되는 것은 우리가 먹는 육류 대부분이 옥수수 사료를 먹고 덩치를 키운 동물들의 고기라는 점이다. 원래 풀을 먹고 자라야 할 소나 양, 다양한 재료를 먹어야 할 돼지, 닭, 양어장 물고기 등이 공장식 축사에서 옥수수 사료를 먹고 자라난다.

따라서 오늘날 현대인들의 식탁에 오르는 육류와 유제품, 어류 고기 등에는 오메가3가 결여되어 있고 오메가6만 가득하다. 


문제는 오메가6가 살을 찌게 만드는 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오메가3의 결핍과 오메가6 과잉 공급의 문제가 비만에 한정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늘의 주제가 이것이다 보니 비만 하나만 다뤄보자.

인체는 몸에 오메가6가 들어오면 체중 설정값을 높이게 된다. 왜냐하면 지금은 양식으로 오메가6를 얻는 것이 사시사철 모두 가능해졌지만 수백만년 동안 인류는 오메가6를 겨울의 길목인 가을철에 주로 얻었다.

따라서 오메가6 식품을 섭취했을 때 우리 몸은 겨울이 가까웠다고 인식하게 된다. 그에 따라 자신의 지방층에 음식을 구하기 어려운 긴 겨울철을 버틸 수 있는 오메가6 지방을 축적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녹지와-가뭄-대비-사진



동면을 앞두고 나무 열매를 먹어 덩치를 키우는 곰과 다람쥐들을 보았을 것이다. 대부분 동물들은 오메가6 식품을 먹으면 체중을 불려 겨울철 굶주림의 시기를 대비하게 된다. 이것은 긴 겨울을 보내기 위한 생물체의 전략이다.

불곰은 겨울철이 가까이 왔을 때 식욕이 왕성해 져서 몸무게를 30% 가량 증가시킨다. 이 때 늘어나는 체중은 전부 지방이고, 지방은 겨울 동안 서서히 줄어든다. 불곰은 긴 동면 기간을 버티기 위해 체온과 대사율을 철저히 떨어뜨리고 의식은 동면상태에 빠지게 된다. 

오메가6의 특징은 세포벽을 구성하되 단단하게 만들고, 염증을 생성하며 혈액을 응고시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것은 긴 겨울철에 상처가 생겼을 때 빠른 회복과 기존 에너지를 보존하기 위한 생물체의 전략 때문이다.

따라서 몸에 오메가6가 많으면 체중이 불고, 또 살이 잘 안 빠지고, 염증이 많아지며, 움직임이 둔해지는 성향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각종 면역 과잉에 의한 자가면역 질환의 발생은 덤이다. 

오메가6는 우리 몸에서 엔도카나비노이드라는 물질의 전구체로 작용하는데 이는 항정신성의약품의 작용을 한다. 따라서 인위적으로 기분을 좋게 만들며 음식 맛도 더 맛있게 느끼게 된다. 뇌에서는 즐거움과 보상을 이끄는 호르몬인 도파민 분비가 증가된다. 문제는 이 엔도카나비노이드 시스템이 과도하게 활성화 되면 비만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오메가6가 많아지면 인슐린 신호가 뇌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염증을 촉진하기 때문에 채내에 TNF-알파의 생성을 늘린다. 결국 이것은 렙틴 저항성을 높여 비만을 촉발하는 계기가 된다.

식생활에서 오메가6 비율이 높아진 것과 동시에 우리 인체 조직에서 오메가6도 그만큼 증가됐다. 책 『배고픈 뇌』의 저자 스테판 기네에 의하면 1961년 8%로서 채내 오메가6 비율이 대다수 영장류와 비슷한 수치에 있었던 미국인들의 체내 오메가6 비율은 식물성 유지와 곡물과 가공식품 섭취로 인해 2008년에는 23%까지 높아졌다. 

앤드루 젠킨슨는 오메가3 대비 오메가6 비율이 높지 않은 지역은 비만 문제가 발생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일본이나 오메가3를 풍부하게 먹는 전 세계 시골지역이 이에 해당 된다. 반면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도시 지역은 오메가6 비율이 높은데 그런 지역은 십중팔구 비만율도 높다. 
 
또한 세포막 지방에 관한 연구 결과 오메가3 대비 오메가6 비율이 높은 경우 인체의 대사 기능에 많은 악영향을 미치며 체중 설정값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확인했다.

그리고 수많은 다이어트 참가자들을 상담하면서 그들이 체중을 감량해도 몸의 오메가3와 오메가6의 비율은 바뀌지 않았으며, 그 결과 체중이 본래대로 돌아오는 요요현상을 보인 것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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