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은 자사고와 특목고의 대안이 될 순 없는 걸까?

오늘은 한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교육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까 한다. 최근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에 관한 찬반양론이 팽팽하다. 백년대계로 일컬어지는 교육문제는 한번 정해지면 그 결과가 최소한 수십년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데 비해 그 사안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펼쳐지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미래 세대 한 명의 가치는 무엇보다 소중하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현재 생산가능인구 6.2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지만, 오는 2050년이 되면 생산가능인구 1.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는 시대가 온다.

 

우리 미래 세대는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막중한 부담을 지고 인생을 출발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교육 체계는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나 생각이 된다. 예전 베이비붐 시대처럼 경쟁에 이긴 남은자만 집중 양성한다는 경쟁 위주의 교육 체계는 산업사회의 인구효과가 발휘되는 시대에나 통하는 교육 체제였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의 교육체제는 경쟁에서 이긴 소수만 키워주고 나머지는 버리는 과거시대의 교육법에 머물러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가치를 너무 소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초중고등학교의 공교육이 이제 의무교육인 시대가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교육이란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 말 그대로 공교육이란 모든 이들을 위한 공공의 교육을 뜻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교육은 공부 잘 하는 일부만을 걸러내는 생존경쟁의 무대일뿐이 아닌가? 진정 공교육이라면 모든 학생들이 자신의 길을 찾고 사회가 요구하는 지식과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육의 형태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교육현장은 어디에서도 진정한 공교육이 실천된 적이 없다고 생각이 든다.

 

그러한 시각을 전제하고 우리나라의 자사고와 특목고의 문제를 바라보고자 한다. 과연 자사고와 특목고는 진정 우리 학생들의 개성과 잠재력을 살려 주는 학교였는지 아니면 평준화 구역을 우회한 또 하나의 비평준화 학교로서 대입경쟁의 초석이 되는 명문대로 가는 교두보는 아니었는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우선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을 들어본 후 그 입장에 대한 나름의 반대 의견을 적어보고, 참다운 공교육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최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조희연 교육감은 공약대로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서열화 시키는 일제고사 폐지와 학교들을 서열화 시키는 특목고 자사고를 폐지하는 교육 방침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국단위 자사고 5개교가 정면반박에 나서는 등 자사고 특목고 교직원들과 학생 학부모들과 교육 엘리트주의자들은 교육 평준화 정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며 여론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특목고 자사고 폐지에 반대하는 측의 입장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1. 교육의 획일화와 그로 인한 국가경쟁력 저하

 

지금의 자사고와 특목고는 2001년 김대중 정부가 고교평준화제도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도 평준화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획일성을 보완하기 위해 고교교육의 다양화, 특성화를 확대하며 교육의 수월성 추구와 열악한 교육재정의 효율화를 위해 설립되었다. 자사고와 특목고는 일반 고교들의 보편적 획일성에 대응하는 다양성과 특수성을 보여주며 새로운 교육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무대이기도 했다.

 

그런데 자사고와 특목고가 폐지되면 우리 교단은 고교의 평등성과 평준화란 개념에 함몰되어 몰개성화된 평준화와 획일주의에 치우친 교육이 주가 될 것이다. 그러면 교육의 수월성을 달성하지 못하고 경쟁력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데 실패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2. 그동안 축적된 학교 재단과 자원들의 낭비

 

2001년 이후 설립된 자사고와 특목고는 국가의 재정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고 학교 경영자들과 학부모들의 집중 투자를 받아 학교를 운영해 왔다. 특히 기업들의 투자들이 많았다. 광양제철고, 북일고, 인천하늘고, 포항제철고, 하나고, 현대청운고 등은 기업이 세운 학교며, 상산고는 개인이 세운 학교고, 외대부고는 한국외대와 용인시가 공동 출연한 학교다. 학교 설립과 운영에는 엄청난 돈이 들어갔다. 광양제철고의 경우 15년간 법인이 662억원을 출연했고, 상산고는 439억이 투입되었다. 나머지 학교들도 수백억의 예산이 투입된 상태인데, 여기서 학교 문을 닫게 된다면 기업들과 개인은 엄청난 피해를 받게 될 것이다.

 

 

3. 교육현장의 혼돈과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감 추락

 

2001년 이후 20년 가까이 국가의 설립 취지를 믿고 학교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온 자사고 경영자들과 국가를 믿고 학교에 입학한 학생과 학부모들은 앞으로 어떻게 한국의 교육정책을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하는 국가 신뢰의 문제이다.

 

정권이 달라지면 새 정권의 입맛에 따라 입시제도와 교육 커리큘럼과 교과서가 바뀌는 것도 따라가기 어려운데, 아예 다니던 학교 자체가 없어진다면 국가 주도로 나중에 새로운 학교가 등장했을 때 어디 국가를 믿고 그 학교에 다닐 수 있겠는가?

 

 

4. 일반고 전환에 따르는 국가 재정적 부담 및 학부모들의 불만

 

현재 46개 자사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는 경우 정부 보조금은 매년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재 자사고들은 학교 운영자금에 정부 보조금을 전혀 받지 않고 학생 납입금과 법인 전입금만으로 운용되고 있다. 자사고 등록금과 학비가 비싼 이유도 정부로부터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사고가 국가 소유가 되고 국가의 지원을 받게 된다면 안 그래도 부족한 교육부 예산이 증가되어 다른 곳에 사용되어야 할 교육비가 줄어들게 되고, 결국은 교육의 하향 평준화를 가져오게 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5. 강남 8학군의 부활과 지역균형발전 저해

 

그동안 자사고와 특목고는 양질의 교육여건을 원하는 고급스런 교육 수요를 충족하는 역할을 해왔다. 수도권 집중과 특히 8학군 수요의 대표적인 이유인 교육적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전국에 분산되어 있던 자사고와 특목고는 지역의 균형적인 발전을 가져오는 데 기여를 했다. 또한 선진 교육 여건과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원하는 국민들이 해외 유수 학교로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국내 교육계에 잡아놓는 역할을 했다.

 

그런데 자사고와 특목고가 폐지된다면 지금의 교육 여건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부모들의 수요에 의해 다시 8학군의 부활이 이뤄지고 학생들의 해외 유출이 시작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상의 주장들은 충분히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나는 몇 가지 이유로 인해 존속보다는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폐지에 찬성하는 이유

 

 

사실 나는 만일 자사고나 특목고가 그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어 왔고, 아니면 지금까지는 어려웠지만 이제부터라도 그 설립 목적에 부합되게 운영될 수 있다면 자사고와 특목고의 존속에 찬성한다.

 

사람이 다 똑같은 존재가 아니라 저마다 개성적인 존재로 태어났는데, 저마다의 방법으로 꽃을 피우지 못하고 똑같은 모양과 똑같은 향기를 내야 하는 것을 강요받는다면 그것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개성과 소질과 적성을 살리지 못하고 모두 평균적이고 모든 면에서 양호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은 산업시대에는 맞지만 정보화 시대에는 맞지 않는 교육이다. 따라서 나는 개인적으로는 더 많은 자율적인 대안학교들이 많이 설립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처럼 무늬는 자사고 특목고이지만 실제는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입시학원의 성격에 더 가깝다면 국가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교육체제이기 때문에 폐지 수순을 밟는 것이 더 올바르다고 본다.

 

위에 제시된 자사고 특목고 폐지를 반대하는 입장들에 대한 반론을 다음과 같이 적어 본다.

 

 

1. 교육의 획일화는 자사고와 특목고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자사고는 자신들이 고교교육의 평준화를 극복하는 다양성과 특수성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 자사고와 특목고는 입시 경쟁의 과열화를 부채질하고 그 경쟁의 범위를 중학교와 초등학교까지 확대 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한국의 모든 초중고등학교는 모두 서울 상위권 대학 입학을 목적으로 하는 입시 학원 성격을 갖고 있다. 자사고와 특목고 역시도 설립 취지와 별개로 서울 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다.

 

자사고와 특목고의 교과과목과 커리큘럼이 제 아무리 독특하다고 해도 대학입시 준비가 우선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주소이고, 학력수준이 높은 학생들일수록 더 치열하게 입시경쟁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자사고와 특목고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선행학습과 기숙사에서 이뤄지는 자율학습 등은 학교 공간만 바뀌었을 뿐 전국 일반 고등학교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자사고와 특목고의 상위권 대학 입학률이 일반 고교보다 높다보니 초등생과 중등생들이 자사고와 특목고를 목표로 사교육에 더 많은 교육비를 드리고 있다. 대학입시에 한정되어 있던 입시경쟁이 중학교와 초등학교 수준까지 내려오는 데 자사고와 특목고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 같다.

 

 

2. 교육 부분의 과소비와 과열 경쟁 해소 위해 폐지 필요

 

현재 우리나라의 자사고와 특목고는 학생들의 특수한 재능과 능력을 기르기 위해 입학하는 곳이 아니라 서울대나 해외 명문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좋은 스펙 마련과 입시 경쟁 분위기에 좋은 교육 여건을 위해 활용되고 있다.

 

서울 상위권 대학으로 가는 1차 관문이자 중간 경유지로서, 예전에 명문대 입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한동안 외고와 과학고에 학생들이 많이 몰렸듯이 지금은 자사고와 특목고에 학생들이 집중하고 있는 것뿐이다.

 

자사고와 특목고에 투입된 예산은 분명 작지 않은 돈이다. 그렇지만 자사고와 특목고에 입학하기 위해 온 국민들이 사교육비에 지불하는 돈에 비하면 그 돈이 꼭 많지 않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자사고와 특목고에 투입된 자금 중 학교 건물이나 교사들에게 투자된 비용은 일반고로 전환시킬 때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돈이기 때문에 꼭 매몰비용으로 볼 수 없다.

 

오히려 국민경제 입장에서 자사고와 특목고가 자체 설립과 운영을 위해 쓴 돈보다 자사고와 특목고 입학을 목적으로 하는 학원 교육과 과외, 유치원에서부터 시작하는 입시교육으로 더 많은 사교육비가 지출되었기 때문에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교육비 절감을 위해서는 자사고와 특목고의 폐지가 더 타당성을 갖는다고 생각이 든다.

 

앞으로 생산가능인구의 축소와 고령화 저출산 문제로 국민 경제와 가계 소득은 하락 추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국민들이 노후 대비 자금을 모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자녀 교육비 때문인데 해마다 자사고와 특목고의 교육비는 증가되고 있어 부모들의 부담은 늘어나고 있다. 지금과 같은 높은 사교육비와 학부모 부담금을 앞으로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아마 일반 가정은 아무리 재능 있는 자녀를 두었다 하더라도 학비 부담 때문에 자사고나 특목고에 학생을 보내기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양극화 된 사회에서 상류층만 자사고와 특목고에 학생을 보내면서, 공교육의 재원인 공적 세금에 대한 납부와 기부를 기피한다면 공교육의 재정적 어려움은 더 심해지고, 낙후된 공교육을 보완하기 위해 일반고에 다니는 학부모들은 더 많은 사교육을 부담해야 하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 그것은 단순히 사교육비의 증가만을 뜻하지 않는다. 부실한 교육이 부실한 인재를 만들고 결국 국가 경쟁력의 하락을 가져오게 할 것이다.

 

 

 

3. 피해 심화되기 전에 올바른 길로 전환하는 것이 혼돈 줄여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 논란으로 교육현장의 혼돈과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감이 상실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잘못된 정책을 계속 밀고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정책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그 자리에서 정리하는 것이 그 피해를 가장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자사고와 특목고는 애초에 설립 취지인 교육의 다양성과 특수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기존 입시 위주의 교육의 문제를 더 심화시키고 있고, 비싼 학비를 통해 돈 있는 자식들 위주의 인재충원 방식으로 빈곤의 대물림과 금수저의 성공신화를 양산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결국 경제적 양극화를 더 심화시키는 교육 형태인 것이다.

 

따라서 부모의 재산 소득과 상관없이 교육에 대한 평등한 기회를 가질 수 있고, 누구나 노력하면 교육을 통해 인생역전을 할 수 있으며, 그 교육이 단순히 혼자 잘 사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해 자사고와 특목고가 폐지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4. 자사고와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에 드는 비용과 예산 문제는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비용으로 생각하고 국가적으로 부담해 나가야 할 것이다.

 

현재 고령화 사회가 되어 사회복지 예산 집행이 많아지고 있고 국가부채와 가계부채가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혹자는 우리나라가 일본발 잃어버린 20년의 초입에 있다는 말도 한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나라가 현실적으로 교육비에 얼마나 많은 자원을 쏟아 부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그러나 자원이 부족한 국가에서 유일한 자원은 국민이며, 앞으로 기성 세대들의 복지 비용도 우리 후손들의 뒷받침이 없다면 마련할 수 없는 것이다. 후손을 위한 아낌없는 투자가 필요하다. 후손들의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능력을 길러줄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아낌없는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교육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자사고와 특목고를 통해 추구하고자 했던 교육의 다양성과 특수성, 수월성의 추구 역시 공교육의 테두리 안에서 충분히 살릴 수 있다. 학생들의 창의성과 개성, 독특한 재능을 살릴 수 있는 교육은 단지 자사고나 특목고 학생들만 누려서는 안될 공공의 자원이 되어야 한다. 국가에 돈이 부족할수록 공공교육의 발전은 반드시 필요하다. 자사고와 특목고에 투입될 돈을 공교육에 기부 받아 수준 높은 공교육 시스템을 확립하여 한 명도 버리지 않는 개성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교육을 키워가야 할 것이다.

 

 

 

5. 공정한 교육 기회 위해 8학군의 미래적 개편이 필요

 

왜 자사고와 특목고가 폐지되는데 강남 8학군이 부활하는가? 자사고와 특목고가 폐지되면 강남 8학군이 부활한다는 주장은 자사고와 특목고 스스로가 존립기반을 부정하는 주장이다.

 

자사고와 특목고가 설립 취지 당시의 목적대로 교육의 다양성과 특수한 소명을 달성했다면 강남 8학군과 자사고와 특목고의 존폐문제는 별개의 문제여야 한다. 만약 자사고와 특목고가 자신이 고유 역할에 합당한 고교였다면 자사고와 특목고가 폐지된다고 해서 강남 8학군이 특별한 이익을 얻을 것이 없어야 한다. 아예 비교 기준이 다른 학교이기 때문에 그 고유의 영역에서 각자 발전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사고와 특목고 존폐 문제가 강남 8학군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두 그룹 사이에 유사한 점이 많다는 점을 나타낸다. 즉 자사고와 특목고 역시 강남 8학군 소재 고교들처럼 서울 상위권 대학에 많은 학생들을 합격 시킬 수 있는 입시경쟁력이 뛰어난 그룹들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보면 자사고와 특목고는 교육부의 평준화 정책에서 예외적인 혜택을 보고 있는 변형된 형태의 강남 8학군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강남 8학군을 개편하고, 명문 고교들을 원점으로 돌려보내자!

 

그런 의미에서 나는 강남 8학군 개편론자이다. 원칙적으로 강남 8학군은 무효라고 생각한다. 애당초 잘못 설계된 구조이다. 강남 8학군은 강북의 인구 분산책의 일환으로 강남권 개발을 위한 국가의 개발논리에 의해 교육의 자치권이 침해를 받은 독재 권력의 독단으로 만들어진 인위적인 특혜 공간이기 때문이다.

 

한강 이남 개발을 목표로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주도된 강남 8학군 정책은 가장 비교육적이고 가장 불공정하고 가장 기만적인 정책이었다. 1975년 이후 강북에 있는 서울 명문고들인 경기고, 휘문고, 서울고, 경기여고, 숙명여고가 현재의 강남 지역으로 이전한다.

 

사실, 한강 이남은 개발수요가 많았고, 교육적으로 낙후된 지역도 많았기 때문에 애초에 의도한대로 인구 분산을 하기 위해서는 서울 명문고교들을 지금보다 넓게 분산하여 이전시켰어야 한다. 그러나 박정희 대통령은 강남에서도 특정한 좁은 공간에 명문 고등학교들을 집중시켰다.

 

그래도 그때만 해도 공동학군제이고 본고사가 있던 시절이라 공부만 잘하고 시험만 잘 보면 어느 학교나 갈 수 있었던 시절이었다. 강남 8학군 소재 중학교가 아니더라도 서울에 살고 있는 학생들이라면 능력에 따라 들어가는 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그 후 강남 8학군 주변의 아파트들에 기존 정치인과 공무원, 기업인들이 입주를 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이 한강 이남에서도 주로 8학군 고교들이 있는 모여 있는 주변 아파트들에만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1980년대가 되자 고교배정방식이 공동학군제에서 추첨에 의해 거주지 중심 배정 방식으로 학군이 변경된다. 그전에는 실력만 있으면 누구나 강남 8학군 소재 명문고에 입학할 수 있었으나 거주지 중심 배정 방식으로 바뀐 이후에는 강남 8학군에 사는 학생들만 8학군 소재 명문고에 진학할 수 있게 되었다. 그야말로 강남 8학군은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 거주하는 일부 학생들에게만 배타적으로 허용된 교육특구가 되어 버린 것이다.


기존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명문 고교들을 정치적 개발논리에 의해 강제적으로 이전시킨 것도 경악할 일이지만, 그 학교들을 집중시켜 놓고 자신들이 그곳에 입주한 후 특혜의 울타리를 치고 교육적 특혜를 누렸다는 점이 참으로 비극적인 일이다. 세상의 어느 역사 속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이로 인해 한강 이북에 살고 있던 학생들의 교육 기회의 상실문제는 그 피해가 너무도 컸다.

 

따라서 나는 기존의 8학군은 개편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편 방법은 독재 권력에 의해 강제적으로 명문고교들을 1970년대 강남으로 이전하기 전 시간으로 되돌려 본래의 땅으로 복원시키는 방법과 교육이 낙후된 지역으로 이전시키는 방법을 논할 수 있다.

 

아니면, 프랑스의 대학들처럼 학교 이름을 없애는 대신, 1고교, 2고교, 3고교 등의 숫자 형태로 지칭하는 방법도 있다. 물론 이 방식은 고교보다는 대학에 적용할 때 좀더 서열화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의 급진적인 주장에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았을 것 같다. 충분히 인정한다. 그분들에게는 죄송한 마음을 금치 못하겠다. 나 또한 궁극적으로는 획일적인 교육방식에 반대하며, 학생의 개성과 소질과 적성을 살릴 수 있는 자율적인 대안학교들의 설립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재 자사고와 특목고는 애초의 설립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기존 입시 과열의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가장 바람직하고 좋은 대안은 자사고와 특목고가 애초의 설립 목적에 맞게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입시라는 최종목표를 앞두고 자사고와 특목고가 그렇게 변화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나는 이 글을 통해 문제 제기를 하기 위해 좀 더 급진적인 논리를 제시하는 방법을 택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공교육을 정상화 하고 다양성과 특수성을 공교육 내에서 수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 세금 안에서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여 빈곤의 되물림이 지속되지 않고, 교육의 영역 안에서 횡횡하는 사다리 걷어차기 현상들이 없어져서 앞으로도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교육제도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오직 내 아이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 아이의 친구들도 소중하고, 그 친구의 친구들도 똑같이 교육의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되도록 많은 학생들의 길을 열어줄 수 있는 열린 교육의 현장이 될 수 있도록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어른들이 노력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 특목고에 대한 정책은 충분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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