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이후 불황의 시대를 관통하는 재정 관리 원칙

셰익스피어의 연극 햄릿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는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a problem.)"였다. 앞으로 고령화 시대를 맞는 중장년층의 재테크에서는 저축이냐, 투자냐 그것이 문제로다가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저축을 할 것이냐, 투자를 할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것은 저성장 저금리 시대의 딜레마이다.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서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가진 돈의 가치를 지키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금리는 평지를 달리고, 물가는 오르막길로 기어오르는 판도가 펼쳐지면 저금리 인플레이션 리스크 때문에 투자상품에 어느 정도 투자를 하지 않으면 지금 있는 돈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성장 저금리 시대가 도래한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투자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여 여윳돈들이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해 은행에서 잠을 자고 있기 때문이 아니던가? 투자한 돈은 언제든지 그 원금도 다 까먹고 깡통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시중에 나온 노후자금에 대한 책들을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그 내용들이 비슷비슷하다. 노후대비 및 경제불황의 위험을 대비하여 저축과 투자 중 어디에 방점을 찍는지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투자쪽에 더 무게감을 두고 있다. 대략 80%가 이 쪽이다.

 


이 분들은 돈을 장롱이나 은행에 맡겨두고 있는 것이 오히려 돈의 가치를 하락시켜 미래의 소비에 대비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측면에서 저축이 투자보다 더 위험하다고까지 말한다. 차라리 글로벌 주식시장에 적당한 비율로 분산투자를 하면 결코 실패하지 않는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분들의 지적 배경은 주로 보험사와 투자은행 출신 재무상담사들로 아무래도 자신이 소속된 직업과 분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측면이 강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반대로 금융소비자운동가나 서민금융을 옹호하는 시민단체 출신 재무상담가들은 소득 수준 내에서 소비하고, 소비 전에 저축을 강조하는 주장을 펼친다. 이분들은 주식과 펀드에 대해 전적으로 부정하진 않지만 평범한 서민이 가지고 있는 정보 수준으로서는 지금의 주식시장에서 절대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을 이길 수 없다고 본다. 이 분들은 현행 주식시장을 글로벌 자본가들이 합법적으로 서민들의 돈을 빼앗아 가는 약탈적 시장 경제로 보고 있다.


 

두 주장이 다 일리가 있어 보인다. 초저금리 시대에 은행에 돈을 저축해 봐야 이자소득세를 제외 하고 나면 마이너스 소득과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재 가진 돈도 없고 앞으로 더 이상 돈이 들어올 곳도 없는데, 은행에 있는 돈은 오히려 가치가 떨어지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한 노릇인가?

 

반면에 생애 마지막 노후자금을 주식과 펀드 등에 맡겨 두면, 코스피와 다우존스 지수가 오르내릴 때마다 심장이 롤러코스트를 타게 된다. 주식이 오르면 기분이 상승됐다가 주식이 떨어지면 눈앞이 깜깜하고 심장이 내려앉는 고통을 겪어야만 한다. 무엇보다 건강을 주의해야 할 나이에 주식시장에 노후자금을 투자해 놓고 있는 것이 과연 지혜로운 방법인지는 사람들마다 견해가 조금씩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정답은 없다. 그러니 딜레마인 것이다. 앞으로 작지 않은 돈을 운용하는 중장년층은 항상 이 문제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모든 것을 연금화 하라!

 

2011년 진도 9를 넘는 일본 대지진은 두 가지 면에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첫째는 지진에 의해 발생된 쓰나미로 많은 사람들이 죽고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 직전까지 간 일이었고, 두 번째는 쓰나미가 휩쓸고 간 폐허에 엄청난 수의 개인금고가 무더기로 발견된 것이다. 분실신고도 많았지만 대부분 주인 확인이 어려워 한때 이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일본은 한 때 G2 국가로 세계에서 2번째로 잘 사는 나라였다. 그리고 저축률은 세계1위였다. 지금도 엔화는 달러와 마르크화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화폐로 통한다.

 

그런데 지금 일본인들은 은행을 불신하고 현금을 집 개인금고나 장롱에 보관하고 있다. 미국의 가계금융자산은 70~80%가 투자상품에 들어가 있고, 저축상품에는 20~30% 정도 밖에 들어가 있지 않지만 일본은 채권 아니면 집에 현금을 보관하고 돈을 쓰지 않고 있다.

 

일본 노인들은 세계에서도 가장 부유한 계층에 들어간다. 일본의 부의 70% 이상이 일본 노년층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의 노인들은 극도로 소비를 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일본 노년층의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했으나 오히려 은행 파산에 대한 두려움과 현금 수수료, 소득 노출로 인한 세금 폭탄을 두려워하는 일본 노년층들은 집에 금고를 두고 현금을 쌓아둘 뿐이었다.

 

이것은 장수 리스크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장수국인 일본의 노인층은 자신이 언제까지 살 수 있을 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함부로 저축한 돈을 인출하지 못하는 것이다. 국가의 재정도 부실해 졌고, 사회복지 축소로 공적 연금도 축소되고 있으며 소비세 인상으로 삶은 팍팍해져만 가는데 돈은 더 이상 들어올 곳은 없고 모아 둔 돈에서 빼 쓰자니 마치 생명이 단축되는 듯한 위기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시 일본처럼 고령화 사회가 진전되면 일본 이상의 저소비 국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일본의 3층 연금구조에 비해 훨씬 낙후된 연금체계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 노인층들은 소비를 극단적으로 줄여 생명을 연명해 나갈 수 밖에 없을 것이며 그것은 국가경제에 전반적인 소비절벽 현상을 가져오게 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 가지고 있는 자산들을 연금화 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을 기초로 하여 퇴직연금과 종신 시점까지 받을 수 있는 개인연금의 3중 체계와 주택연금과 농지연금 등을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특히 덜 내고 더 많이 받는 구조로서 연금의 지속성이 의심된다는 측면에서 국민연금의 불신감이 높지만, 물가상승분을 반영하는 유일한 연금이며, 소득수준에 따른 서민층에 유리한 사회보험적 성격을 갖는 국민연금은 서민층에겐 최후의 마지막 보루이다.


앞으로 정년을 대비할 때 투자비용 대 회수비용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큰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이 국민연금인 만큼 국민연금을 최대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 지금까지 연금 납부액을 축소하기 위해 소득을 줄여서 신고해 온 사람이나 이직이나 전직 중간의 공백기에 납부예외 신청을 했던 사람들이 있다면 임의가입제도나 추가납부제도를 활용하여 최대한 더 많이 납부할 수 있도록 하자.


그리고 개인연금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시선이 더 많은 것 같다. 젊은층의 경우 결혼 이후 목돈이 들어갈 일이 많아 중도 해지 가능성이 높은데, 초기 사업비가 과다 책정되어 연금수익률이 낮다는 점과 그래서 중도해지시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연금보험을 장기적으로 유지하기에 우리나라 직업들의 안정성이 너무 낮다는 점, 즉 기본적으로 20년 이상 유지해야 하나 2달만 미납되어도 실효되는 보험의 특성상, 연금보험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개인연금은 평생을 두고 보는 장기 보험 상품이다. 우리나라는 젊은이들이 일찍부터 돈을 알면 사람을 버린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터부가 있기에 젊은층의 금융상품 가입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데, 서구 사회에서는 젊은층의 연금가입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개인연금은 조금이라도 더 적은 나이에 가입할수록 유리한 경험생명표 적용을 받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경험생명표는 보험개발원이 각 보험사들의 기초 사망률 데이터를 받아 분석 정리한 표이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노령화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평균수명이 높아지는 나라이므로 경험생명표도 그 속도를 반영하여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5년마다 개정하였다면 최근에는 수명연장 속도가 빨라지자 3년 마다 개정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보험 가입 시점에 따라 적용되는 경험생명표가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납부액을 가지고도 실제 받는 연금은 상당한 차이가 생긴다. 따라서 수명이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믿는다면 하루라도 빨리 연금에 가입하는 것이 좋겠다.

 

 

결국은 현금 흐름이 핵심이다. 평생현역을 준비하라!

 

얼마 전 사회 일각에선 정년후 과연 노후자금이 얼마나 필요한가? 하는 많은 논쟁이 있었다. 많게는 현 상태 생활수준 유지시 30억이 필요하다는 주장에서부터 귀농귀촌 반농반기로 농촌사회에서 자신이 먹을 것은 자급자족하고 도시에서 갖고 있던 직업을 활용하여 농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4천만원만 가지고도 노후 생활이 가능하다는 주장까지 다양한 이론이 있었다.

 

사실 맞다. 지금 생활수준으로 앞으로 40년을 살아간다면, 해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여 30억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정년 이후에도 매달 적은 돈이라도 꾸준히 돈을 벌어들이고 먹을 것은 자급자족할 수 있다면 4천만원이 문제가 아니라 100만원만 가지고도 충분히 노후를 대비할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연금이 되었든, 아니면 월세 등의 임대소득이 되었든, 아니면 저작권료나 인세가 되었든 꾸준히 현금이 발생된다면 노후자금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고령화 초저금리 환경 아래서는 돈의 가치는 떨어지고 일의 가치는 상승한다. 예를 들어 연봉 3천만원 받는 사람은 한 달 250만원을 월급으로 수령하는데, 금리가 5%일 때 이 사람은 6억원대 금융자산 보유자와 동급이지만, 금리가 1%일 때는 30억원의 금융자산 보유자와 현금 흐름이 동급이다. 한 달로 따지면 일해서 월급 250만원 받는 것이 30억원대 부자의 월 투자 소득과 같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평생현역이라는 개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지금 당장 30억을 모으려고 애쓰기 보다는 미래에 한 달 250만원을 벌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내는 것이 더 쉬운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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