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드로 효과와 그 유래, 과소비에 대한 예방법을 찾아보자

TV 드라마를 보다보면 여자에게는 가장 즐겁고 남자에게는 가장 지루한 장면이 있다. 대부분 모든 드라마에 한번씩 나오는 장면인데, 재벌 2세인 남주인공이 신데렐라 여주인공 아가씨를 백화점 명품 매장으로 데려가 옷을 한 벌 사주는 장면이다. 수수한 옷만 걸치던 아가씨는 거울 앞에서 방긋 웃음을 터뜨리고 재벌 2세는 뒤에서 흐뭇한 웃음을 짓는데, 과연 이 아가씨는 이후에 더 행복해졌을까?

 

글쎄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그 사람이 보통 사람들의 성정을 갖고 있다면 아마도 그렇게 행복하지 못할 것이다. 당일에는 뜻밖에 얻은 횡재로 기쁨이 넘쳤겠지만, 그 다음날부터는 오히려 삶의 행복도가 더 떨어지는 쾌락의 역설 현상 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다. 왜냐하면 새 옷을 입고 집에 돌아가 자신의 옷장 속 헌 옷들과 가구들을 둘러보면서 그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한층 더 가난한 느낌이 들었을 테니까 말이다. 이미 물건을 바라보는 소비의 준거점이 명품 수준으로 높아진 상태에서 자기 주변을 돌아보면 그 모습이 더 낡고 초라하게 느끼지 않았겠는가?

 

소비의 역설 현상에는 디드로 효과라는 것이 있다. 디드로 효과? 어떤 이에게는 익숙한 단어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낯선 용어일 것이다. 특히 디드로하면 볼테르, 루소 등과 함께 프랑스 혁명을 주도한 프랑스의 계몽주의 철학자 이름으로 알고 있을텐데, 이처럼 딱딱한 철학자의 이름이 오늘날에는 현대인들의 특정 소비현상을 설명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참 의아스럽게 생각될 것이다.

 

사실 드니 디드로는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로서 볼테르, 몽테스키외 장자크 루소 등 당시 내로라하는 쟁쟁한 사상가들을 모아 중세 카톨릭 세계를 비판하는 “백과전서”를 발간했던 천재적인 인물이다. 디드로는 가장 객관적인 합리성과 인간의 이성을 중시하는 인본주의 철학자였다.

 

그러나 오늘날 ‘디드로 효과’ 혹은 ‘디드로 딜레마’라고 하면, 가장 인간의 비이성적인 감성적 소비 욕망을 의미한다. 사실 소비의 신 지름신 앞에선 당대 역사적 인물인 디드로 역시 어쩔 수 없는 인간일 뿐이었는가 보다.

그럼 디드로 효과의 유래와 오늘날 디드로 효과는 어디서 찾아볼 수 있는지 그리고 디드로 효과가 개인에게 끼치는 영향과 디드로 효과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지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해보자.

 

 

디드로 효과의 유래

 

매사에 사려 깊고 이성적인 철학자 디드로는 어느날 친구로부터 당시 파리에서 유행하는 멋진 진홍색 실내복을 한 벌 선물 받는다. 실내복은 너무 세련되고 멋진 의복이라 디드로의 마음은 매우 흡족한 기쁨에 들떠 옷을 입고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런데 가만 보니, 자신이 입고 있던 실내복에 비해 앉아 있던 소파가 너무 낡고 후줄근하게 보였다. 그래서 새 실내복에 어울리는 모로코산 고급 가죽을 덧씌운 소파로 의자를 바꾸었다.

 

그런데 소파를 바꾸고 보니 이번에는 지금까지도 잘 쓰던 책상과 벽걸이 장식이 새 소파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닌가? 디드로는 새 소파에 비해 낡고 고물로 보이는 책상과 벽걸이 장식도 최신 상품으로 바꾸었다. 디드로는 새 소파와 책상과 벽걸이 장식이 잘 어울리는 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였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기존 주변에 있던 헌 가구들과 모든 장식품들은 새롭게 구입한 소파와 책상, 벽걸이 장식하곤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실망한 디드로는 하나하나 물건을 새롭게 바꿔가게 된다.  새 물건을 들여오면 그 순간은 기뻤지만 그 기쁨도 잠시 그때마다 예상치 못했던 비용이 나갔다. 결국 집안의 모든 기구와 장식을 새 상품들로 바꾸고 나서야 디드로의 물건 사재기 열풍은 대단원의 끝을 맺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드니로는 그답지 않게 빚까지 짊어지게 되었다.

 

 

이 내용이 담긴 책 “나의 옛 실내복과 작별한 것에 대한 유감”이란 글에서 디드로는 자신이 결국 실내복 한 벌의 노예에 불과했다는 점을 말하며 우연한 기회에 들어온 한 벌의 새 실내복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흔들었는지와 그 변화가 자신을 결국 더욱더 불행하게 했다는 점을 고백하고 있다.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천재 수학자 뉴턴도 주식투자에 실패해 전재산을 날렸듯이, 합리주의 전통의 프랑스 계몽주의 철학자 드니 디드로 역시 이성적인 소비자는 될 수 없었다. 그만큼 소비의 세계는 인간의 이성과 통찰을 초월하는 감성의 영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누구나 생활 현장에서 경험하는 디드로 효과

 

아마 오늘날 사람들도 너나 할 것 없이 디드로와 같은 경험을 한 두 번씩은 경험했을 것이다.

 

초등학교 동창회에 나가기 위해 우연히 구입했던 명품가방 하나, 그런데 명품백에 어울리는 구두가 없어 백화점에서 고급 구두를 맞추고, 그러자 유난히 낡아 보이는 원피스, 루이비통 가방에 동대문 원피스를 입을 수 없다고 명품 의상으로 옷을 바꾸고 그 원피스에 어울리는 목걸이와 스카프를 하다보면 가정 경제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다.

 

남자들은 선명하고 높은 화질을 구현하는 신형 UHD 모니터를 하나 구입하자 그 모니터의 해상도를 활용할 수 있는 컴퓨터 부품을 하나하나 교체하기 시작한다. 그래픽카드와 CPU를 교체하고 그만큼 고용량 파일들을 저장할 수 있는 외장하드와 인터넷 속도를 활용하기 위해 최신 기가 인터넷을 신청하게 된다. 대체적으로 컴퓨터 부품은 최신형 부품 하나를 구입하면 그 부품을 활용하기 위해 기타 모든 장비들이 업그레이드되지 않으면 그 제품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야외에서 쓸 좋은 텐트 하나를 구했을 경우에도 들어가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캠핑용 의자와 야외 테이블, 바베큐 구이판과 모기장, 텐트, 물놀이 장구, 낚시대, 아이스박스... 그리고 그 모든 장비를 실을 수 있는 차가 없다면 중형 SUV를 한 대 뽑아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가장 손쉽고 저렴한 운동이라 선택한 자전거도 의외로 많은 돈이 들어간다. 기본적으로 헬멧과 장갑, 마스크, 무릅 보호대와 같은 보호장구로부터, 자전거 전용 셔츠와 바지를 구입하고 야간 라이딩을 위한 렌턴과 18650 건전지, 보호등, 휴대폰 거치대, 속도계, 고글 썬글라스와 썬크림, 공기주입기 등을 장만한다. 그런데 이것은 가장 기초적인 것이고 자전거를 타다보면 자전거 부속과 용품들을 계속 업그레이드 하게 된다. 그리고 자전거도 점점 구동계가 높은 고사양 자전거로 바꾸게 된다. 초기에는 장보기나 출근용 생활 자전거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전문가용 로드 자전거와 산악자전거나 이태리 핸디 메이드 클래식 자전거로 점점 업그레이드 되는 것이다.

 

 

디드로 효과를 예방하는 생활 속 작은 실천

 

디드로 효과는 잘만 활용하면 생활 속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역에서 명품 한 두개 쯤 갖고 있는 것이 삶을 더욱 윤택하고 풍성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디드로 효과가 삶의 부분적인 한 영역에 한정될 때를 전제로 한다. 디드로의 예에서처럼 생활의 일부분에서 시작한 분에 넘치는 소비가 삶의 전 영역으로 확대되면 과소비에 의해서 삶의 질서가 깨지고 결국 빚을 져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디드로 효과를 일찌감치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1. 사전 계획된 총량 제한 소비

 

디드로 효과는 대부분 예상 밖의 소비와 우연한 기회에 얻은 상품에 의해 발생한다. 디드로처럼 친구로부터 받은 선물이나 백화점이나 인터넷쇼핑몰의 파격 할인행사로 인한 소비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디드로 효과를 막는 제일 첫 방식은 디드로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는 기회를 사전봉쇄하는 철저히 계획된 소비생활로 삶의 일탈을 막는 것이다. 이것은 쉽게 말해 사전에 예산을 세우고 예산안에서 철저히 생활하는 방식이다.

 

미리 자기 생활 수준에서 사용할 지출 범위를 예산으로 정해 놓으면 자신의 수준을 초월하는 상품의 유혹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생활용품을 소수의 명품으로 채우는 미니멀리스트 전략

 

디드로 효과를 예방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미니멀리스트 전략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상품을 많이 소유하는 것을 행복의 척도로 생각하지만, 미니멀리스트는 그럴 경우 인간이 물건의 노예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최소한도의 소비로 최대 행복을 누리는 소수의 명품 소유를 원칙으로 한다. 물건 갯수를 줄이는 대신에 물건을 디드로 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몇 가지 좋은 상품으로 한정한다. 미니멀리스트가 추구하는 명품은 비싼 제품이 아니라 한 가지 제품으로 다양한 기능을 할 수 있거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마음이 담긴 물건이다. 미니멀리스트들은 자기 삶에 필요한 물건 갯수를 철저히 제한하기 때문에 섣불리 드디로 효과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다.

  

3. 새 것의 충격을 헌 것의 익숙함으로 바꾸는 시간 지연 소비

 

물건을 구입하기 전에 충분한 시간을 갖는 것도 디드로 효과 예방에 중요하다. 좋은 물건을 구입할 좋은 기회를 얻었다고 숙고할 시간도 없이 즉시 구입하는 습관은 지름신에게 이미 자신의 경제 주권을 빼앗긴 것이다. 독립된 소비 주체로 생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를 할 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숙고할 필요가 있다.

 

새 물건을 구입하면 낯선 것의 새로움과 변화상에 굉장한 충격을 받는다. 이런 상태에서는 기존의 것들과 새 것의 차이가 눈에 크게 들어오고 둘은 전혀 어울리지 않고, 기존 것들의 낡음과 고물 같은 인상이 크게 다가온다. 그러나 며칠 자고 새 물건과 기존 물건을 보게 되면 서로 동화되어 조화롭고 평화로운 일상을 느낄 수 있다. 즉 새 것도 헌 것이 되어 익숙한 일상의 한 조각이 되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21일의 기간이 인간이 새로운 습관과 새로운 영역에 완전히 적응하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새 것을 구입한 이후 21일 간은 새로운 것을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그 기간이 너무 길다고 느껴진다면 1주일만이라도 소비를 늦추고 과연 그것이 자신의 삶에 꼭 필요한 것인지 혹 아닌지를 숙고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보자.

   

4. 추가 소비와 연계 소비의 가능성을 타진하라

 

하나의 물건을 구입할 때는 그 물건만을 단독자로 보지 말고 그 물건을 구입함을 통해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기타 제반 비용들을 따져 보는 습관을 갖자. 어느 물건이나 그 물건 단독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점을 쉽게 잊곤 한다.

 

예를 들어 결혼만 하더라도 그렇다. 결혼은 단지 배우자 한 명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한 가족과 또 다른 가족, 한 가문과 다른 가문, 한 인맥과 다른 인맥이 만나는 네트워크의 인수합병이다. 한 명의 남자 혹은 여자를 선택함으로써 마치 굴비나 고구마 줄기 엮듯 수많은 인맥의 고리들이 끝없이 따라온다.

 

물건도 그렇다. 자동차를 구입하면 휘발유값과 보험료와 세차비, 주차료, 세금... 차를 보유함으로써 맛집과 놀이 시설을 더 맞이 찾아다님으로써 문화소비가 증가된다. 세계적인 레스토랑과 여행정보 안내서인 미슐랭가이드는 잡지사나 호텔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프랑스 타이어 회사인 미슐랭사에서 만든 것이다. 왜 타이어 회사에서 세계적인 레스토랑 평가서를 만들었을까? 그것은 유명 맛집을 찾아다니기 위해 자동차를 이용하다보면 타이어가 많이 닳아 타이어 매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계소비와 추가 소비를 파악하는 것은 자신의 소비형태를 객관화하는 소비의 성찰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영역이다.

 

따라서 항상 모든 소비를 할 때는 하나의 제품만이 아닌 제품의 연계 구성을 살펴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물건이 귀하던 시절, 적은 물건의 조합만으로도 풍성한 삶을 일궈냈던 과거 어머니들의 삶의 알뜰함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소비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제학의 영역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소비는 결코 쉬운 선택의 과정이 아니다. 철학자 디드로 역시 철학적인 소비를 하지 못하고 실내복 한 벌의 노예가 되지 않았던가? 디드로가 살았던 시대보다 훨씬 많은 물건들 속에 파묻혀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디드로 효과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  따라서 항상 자본주의 시대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 보다 더 깊이 성찰하는 한 명 한명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