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치유학, 삼림욕 이렇게 하라1-시각 활용하기

숲이 주는 낭만과 서정, 숲이 주는 위로와 경이로움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을까? 하지만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쁜 현대인들에게 숲길을 걷는 여유와 1박2일 이상이 소요되는 숲에서의 숙박은 그리 쉽지 않은 선택이다.

따라서 모처럼 어렵게 시간과 여유를 내어 숲을 찾았다면 숲이 주는 힐링효과를 최대한 만끽해야한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짧은 숲 속의 여행 가운데 숲이 주는 위로와 치유 능력을 최대한 경험할 수 있을까?   


칭리 교수는 자신의 책 《자연치유》에서 삼림욕의 효과를 최대한 증대할 수 있는 길을 두 가지 방향에서 정리해 주고 있다. 첫째 우리의 오감을 최대한 잘 활용하는 방법과 둘째 숲에서 하는 효과적인 과업을 통한 힐링 방법이다. 그 중 오늘은 첫 번째 시간으로 우리의 다섯 가지 감각기능 중 시각을 최대한 활용하여 삼림욕의 효과를 증진시키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자연광의 아름다움을 느끼라

무엇보다 삼림욕에서 가장 먼저 활용할 수 있는 우리들의 도구는 시각이다. 시각만 제대로 활용해도 우리는 삼림욕을 통해 스트레스 감소와 기분전환은 물론 자연이 베푸는 피로회복과 질병치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시각은 우리의 감각 기관 중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눈은 뇌와 가장 가깝고 가장 많은 정보를 주고 받는다. 따라서 눈은 가장 혹사되기 쉽고 가장 피로하기 쉬운 기관이다.

눈은 사물을 인식하고 식별하기만 하는 기관이 아니다. 시각기관은 자연의 아름다음과 경이로움을 느끼는 기관이다.


일찍이 숲과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을 예찬하는 서정시와 노래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고모레비’라는 단어를 즐겨썼다. 목루일(木漏日)이란 세 개의 한자로 구성된 이 단어는 일차적으로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의미한다.

이 단어는 나무 밑 땅바닥에 드리워진 그림자에 빛이 교차되는 모습을 표현할 때 쓰이기도 하고, 해가 낮게 떴을 때 나무들 사이로 빛이 들어오는 광경을 묘사하기도 하며, 새벽녘 안개와 엷은 안개가 깔린 숲의 정경을 묘사할 때도 쓰인다.


어렵게 ‘고모레비’라는 말을 알 필요는 없다. 숲에서 본 아름다운 정경들을 떠올려 보면 그 의미를 쉽게 알 수 있다. 이른 새벽 낮게 깔린 그윽한 안개와 정오에 나무들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햇빛, 태양의 높이에 따라 달라지는 다채로운 나뭇잎의 색깔과 서산에 걸린 저녁놀의 상큼함, 시냇물 위로 금가루처럼 반짝이는 햇빛들을 보면 숲이 주는 시각적 기쁨과 경이로움을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숲에서 본 이러한 아름다운 시각적 자극은 단순히 미학적 경이로움에 불과할까? 그렇지 않다. 우리의 건강에도 매우 유익한 효과를 가져온다. 그렇다면 숲이 주는 시각적 자극은 우리 건강에 어떤 혜택을 주는 걸까?




자연광(녹색)이 주는 시각적 치유 효과와 정서적 안정효과

인간의 눈은 인공광선에 약하다. 도시적 삶에서 경험하는 디지털 스크린, LED, 형광등 빛은 모두 청색광(Blue Light)을 방출한다. 청색광은 적색이나 황색보다 많은 에너지를 포함한 고에너지로 긴장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인간의 눈은 애초에 화면을 보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우리가 사무실 형광등이나 가정에서 TV나 컴퓨터 모니터, 핸드폰 액정을 많이 들여다볼수록 우리 시신경은 지치고 머리가 아프고 눈은 피곤해진다. 이러한 시각적 피로는 첨단과학 발달에 따른 신체 부조화를 뜻하는 현대병 테크노스트레스(techno-stress)의 일종이다.

인간의 눈을 해치는 것은 청색광만이 아니다. 회색으로 가득찬 콘크리트 도시 경관 역시 인간의 시각과 감성을 해치는 장본인이다. 도시의 회색은 현대인들의 기분을 불행하게 하고 공격성을 강화한다는 보고가 있다.


그렇다면 숲은 어떻게 인간의 시각적 피로와 스트레스를 치료해주는가? 일단 자연이 주는 다채로운 색감을 통해 시각적 피로와 우울한 정서를 치유한다. 색채학자들은 자연 속의 녹색과 청색이 인간의 눈에 가장 편안함을 준다고 한다. 특히 숲에 가득한 녹색은 화를 풀어주고 스트레스를 완화해 주는 가장 평화로운 색채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녹색을 보면 심리적으로 평안함을 느끼게 될까? 과학자들은 이 질문에 대해 이렇게 대답하고 있다. 먼저 녹색은 인류가 존재하면서 가장 오랫동안 익숙하게 보아온 색채이다. 또한 녹색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물이 있고, 물이 있는 곳에는 풍부한 먹거리가 있어 녹색이 있는 곳에서는 굶주리지 않으리라는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우리 주변의 녹색은 일종의 정서적 안정 신호로 작용해 온 것이다.




자연 속의 반복적인 패턴들을 찾아 응시하라

자, 두 번째로 자연 속에 반복되는 패턴 찾기 놀이를 해보는 것도 건강에 매우 좋다. 자연 속의 모든 사물들에는 일종의 반복적 패턴이 존재한다. 꽃잎, 눈송이, 조개껍데기 등의 나선형, 솔방울 껍질 등을 보자. 그 잎의 배열과 모양에는 일정한 동일한 패턴들이 무한정 반복된다. 이러한 일정한 자연의 패턴을 프랙탈 모형이라고 한다.


미국 오레건 재료과학연구소의 물리학. 심리학, 미학교수인 리처드 테일러(Richard Taylor)는 이러한 자연의 프랙탈 모형과 인간 심리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한 학자이다. 리처드 테일러는 인간의 뇌 활동을 측정하는 눈동자 측정 장치와 기계들을 통해 인간이 프랙탈 모양을 볼 때 일어나는 여러 현상들을 측정했는데, 그에 의하면 자연적인 프랙탈 도형을 볼 때 인간은 스트레스의 60%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테일러 교수에 의하면 인류는 자연계의 패턴에 시각적 영향을 받고 살아왔기 때문에 자연의 일정한 패턴에 쉽게 동화되며 그러한 패턴을 보면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테일러 교수의 이론을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인간은 자연의 일정한 패턴과 반복성에 따라 심리적 안정을 취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생각해 보라. 아침에 동에서 해가 떠서 서쪽으로 지고, 달이 주기적으로 모양이 바뀌면서 초승달에서 보름달이 되며, 봄여름가을겨울의 사계절이 순서대로 반복되면 인간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기에 안심을 하게 된다.

반대로 자연에 그러한 일정한 패턴이 없이 해가 서쪽에서 뜨고, 달이 한 달이 아닌 불규칙한 주기로 뜨며, 계절 역시 뒤죽박죽 순서 없이 오고가면 인간이 얼마나 불안을 느끼겠는가?

인간은 단정하고 질서를 이룬 깨끗한 공간에서 평안을 느낀다. 반면 무질서하고 어지러운 쓰레기장에서는 혼란과 불안을 느낀다. 패턴을 읽을 수 있는 공간에서 평안을 느끼는 것이다. 특히 프랙탈 모양은 우주의 질서 중에서 가장 정연한 질서를 보여준다.
 
사실, 인간이 정보화 사회와 4차산업의 도래를 두려워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자연은 규칙적이라 예상 가능한 정신적 안정감을 주지만 인간의 기술과 사회 변화는 예측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불안과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이 아닐까? 




눈에 힘을 빼고 지그시 자연의 풍경을 바라보라

한편, 삼림욕을 할 때는 무엇을 바라보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바라보느냐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어렵게 시간을 내서 숲에 온 만큼 좋은 경치를 많이 눈에 담아 가고 싶은 마음이 있겠지만 삼림욕을 할 때 시선은 한 곳을 고정하기 보다는 자연스러운 흐름에 맡겨 풍경의 변화를 즐기는 것이 건강에는 더 좋은 방법이다.


숲에서는 멋진 경치를 찾아 사진을 찍듯이 시선을 고정하기 보다는 마음과 몸 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경치를 바라보는 것이 좋다. 무엇을 바라보겠다는 의식적 노력보다는 마음을 비우고 자연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건강에 유익을 가져온다.


비자발적 주의집중이 주는 긴장 완화 효과

미국 일리노이 대학의 Landscape and Human Health 연구소의 프랜시스 쿠오(Frances Kuo) 소장은 나무와 녹지가 인간의 인지력을 증진시킨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한 연구를 통해 녹지가 풍부하게 조성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은 회색 시멘트만으로 둘러싸인 아파트 거주민보다 주의력과 기억력에 있어 한층 뛰어나다는 점을 발견했다. 또한 기숙사 학생들을 연구한 결과 기숙사 창문으로 자연풍경을 볼 수 있는 학생들의 집중력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뛰어나다는 점 또한 발견했다.


이처럼 자연의 경치는 기억력과 집중력 학습력 등 전반적인 인지력의 향상을 가져온다. 이 글의 앞서 다룬 블로그 글에서 얘기하고 있듯이 자연풍경을 바라는 보는 행위는 혈압과 스트레스 수준을 낮춰주고, 회복력과 면역력을 증진시켜 줄 뿐만 아니라 뇌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숲의 자연 경관이 이처럼 인간의 인체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여기에는 일종의 ‘자연의 부드러운 매혹 효과’라는 것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세기 미국의 유명한 철학자이자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사람이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첫째, 노력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자발적 주의 집중

보통 이 방식은 직장에서 일을 하거나 학생이 공부를 할 때, 운전사가 거리에서 복잡한 골목을 빠져나갈 때 사용하는 주의 집중 방식이다. 이러한 작업을 할 때는 인간이 의도적으로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심신이 피곤해진다.


예를 들어보자 맛집이 많은 강남역 부근에서 한 돈가스집을 찾는다고 가정해 보자. 그 집을 찾기 위해 길에서 얼마나 많은 유사 간판을 봐야 하는가? 그리고 목적지를 잊지 않기 위해 우리 두뇌는 얼마나 끊임없이 목표를 환기해야 할까?  

특히 도시환경 속에서 늘 접하는 길거리 간판과 교통신호등, 핸드폰 카톡 알림창과 문자메시지 등도 인간의 자발적 주의력과 의지력을 갉아먹는 주된 환경 공해들이다.

인지과학자들은 인간의 주의력도 일종의 근육과 같다고 한다. 쓰면 쓸수록 피로해진다는 것이다. 사람의 뇌는 한 가지 요소에 의도적으로 오래 집중할 수 없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한 가지 과업을 연속적으로 수행해 나갈 때 자극에 집중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경우 심각한 정신적 피로를 경험하게 된다. 




둘째, 비자발적 부드러운 매혹

반면 우리를 둘러싼 환경 중에서 어떤 것들은 인간이 특별하게 노력하지 않아도 주의를 끄는 것들이 있다. 이렇게 인간의 인위적인 노력 없이 주의를 끄는 것을 비자발적 주의라고 한다.

보통 비자발적 주의는 이상한 것이나 움직이는 것들, 야생 동물이나 밝은 것을 볼 때 발현된다. 특히 자연 풍경은 인간에게 비자발적 주의를 끄는 대표적인 것이다.

자연 속에서 행해지는 주의력에는 강제성이 없다. 인간이 숲속에서 주로 사용하는 주의력은 정신적 노력을 사용하지 않는 비자발적 주의 집중이다.


사람들은 자연 속에 들어갈 때 자연적인 흐름에 따라 시선과 주의력이 이동한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보다가 뉘엿뉘엿 저물어 가는 해를 바라보기도 하고, 나뭇가지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다람쥐를 보다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를 바라본다. 반대편을 바라보면 계곡을 유유히 흐르는 시냇물이 펼쳐진다.

사람들이 자연 경치를 바라볼 때는 일을 할 때나 공부를 할 때처럼 주의집중을 하기 위해 의도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비자발적 주의는 우리 건강에 왜 중요한가? 그 이유는 우리에게서 비자발적 주의가 일어나는 동안 자발적 주의력은 휴식을 취할 수 있어 뇌의 피로감을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윌리엄 제임스에 의하면, 이렇게 의지적 노력이 필요하지 않는 시선 처리는 정신을 맑게 하고 피로감을 회복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한다.

따라서 숲이나 산에서 삼림욕을 하고 오면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들어도 피곤하지 않고 감각기능이 회복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연의 신비에 경이로움을 느껴라

마지막으로 숲은 보이는 것으로만 인간을 감동시키는 것이 아니다. 숲이 감추고 있는 신비로움이 인간의 정서를 자극하고 상상력을 극대화 시킨다.

구전되는 전래동화집들을 보면 예전부터 숲에는 요정과 정령, 산신령과 도깨비들이 산다는 전설이 있었다.


등산과 둘레길 트레킹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우리나라 전국 어디를 가든 그 고장과 지역에 뿌리를 둔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매달 그믐날 밤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했다고 전해지는 계곡이나, 유명한 선사가 땅에 꽂아둔 지팡이가 자라 천년 묵은 큰 나무가 되었다는 전설 이야기, 전쟁터로 떠난 남편을 기다리다 바위가 된 아내 이야기 등 숲에는 각종 다양한 스토리텔링들이 전해 내려온다.   

철학자들 역시 숲속에서 뭔가를 발견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연의 모든 것에는 무엇인가 신비로운 것이 있다”고 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다체르 캘트너(Dr. Dacher Keltner)는 이러한 감각을 “현재 주변에 있는 것들을 이해하는 것을 초월하여 무엇인가를 기대하거나 인간의 범위를 넘어선 존재를 느끼는 감각”이라고 명명했다.

따라서 숲을 즐긴다는 것은 단순히 눈에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상상하며 즐기는 태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숲에 들어가 늦은 밤 하늘 위에 떠 있는 무수한 별들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지 생각해 본다면 회사 매출부진으로 인한 시름과 주택대출금의 압박감이나 취업이 늦어지는 초조감들을 잠시 나마 잊을 수 있는 여유를 얻게 될 것이다.

《자연치유》에서 칭리 교수는 자연 속에서 느낀 경이로움은 삶의 속도를 늦추고 걱정을 멈추는 작용을 하며, 부정적 감정을 긍정적 느낌으로, 쫓기는 듯한 초조감을 인생을 관조하는 여유로움으로 탈바꿈시킨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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