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치유학, 삼림욕 이렇게 하라2-청각 활용하기

잠시 눈을 감고 우리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어떤 소리가 들리는가? 창밖으로 자동차가 쌩생 달리는 소리, 어느 공사장인지 바닥 뚫는 기계음 소리, 배달 오토바이의 엔진 소리, 조잘거리는 여고생들의 웃음 소리, 어느집에선가 화장실 물내리는 소리, 이웃집 소년의 컴퓨터 게임 소리 등등

 
실내라고 조용한 것도 아니다. 출근한 직장에선 협력사 직원과 고성이 오가는 옆 동료의 전화통화 소리와 키보드 두들기는 소리, 회의실에서 오가는 거친 대화 소리로 정신없이 지내다 집에 돌아오면, 이젠 깨어있는 동안 틀어놓는 케이블TV 소리와 핸드폰에 연이어 도착된 카톡 수신음, 에어컨의 웅웅대는 소리, 냉장고의 24시간 가동음 등으로 우리의 귀는 쉴 새가 없다. 



도시가 주는 환경 독소. 소음 공해

소음은 단순히 귀찮은 것, 우리 일상의 배경음악이 아니다. 소음은 우리 건강을 해치는 실제 사회악이다. 소음은 혈압을 높이고, 수면을 방해하며, 학생들의 집중력과 학습능률을 떨어뜨린다. 소음에 노출된 어린이들은 독해력과 언어능력 발달이 늦다. 실제 24시간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공항 주변 학교의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일반 학교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진다.


또한 소음은 체중증가와 비만의 원인이기도 하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대학 연구팀에 의하면 교통소음의 종류에 따라 허리둘레 증가도가 달라졌다. 자동차 소음의 경우 45dB 기준으로 5dB 올라갈 때마다 0.21cm, 기차 소음은 0.46cm, 비행기는 0.99cm로 속도가 빠른 기계에서 나는 소음이 더 체중증가에 악영향을 주었으며, 단일 소음보다 자동차와 기차, 비행기 소음을 한꺼번에 복합적으로 들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복부비만에 걸릴 확률이 2배나 더 높았다.

이처럼 소음이 비만의 원인이 되는 이유는 소음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늘려 식욕 억제 호르몬의 분비를 막기 때문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GH) 연구진에 따르면, 항공기와 열차 자동차 등 교통수단에서 발생되는 환경 소음은 도시인들의 만성적 수면부족과 정신질환, 당뇨,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소음이 질병으로 이어지는 매커니즘에는 뇌의 스트레스 반응 중추인 편도체가 깊이 관여되어 있다. 소음 노출 수위가 올라갈수록 편도체 활성도가 높아지고 동맥 염증도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집 주변에 만성적인 소음이 노출되어 있을수록 심장병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한편 소음에서도 정도가 심한 심각한 소음은 스트레스와 분노 장애 등 정신장애를 일으킨다. 우리나라에 잊을만하면 한번씩 발생하는 층간소음 문제로 인한 이웃 간의 상해사건을 보면 소음이 첨예화 될 때 어떤 비극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우리의 주된 터전인 도시적 삶은 소음으로 가득차 있다. 현재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시끄러운 도시에서 삶을 영위한다. 유럽의 대략 8억이 넘는 인구가 삶에 부적합한 소음공해 지역에서 살고 있고, 미국에서는 1,100만 명가량이 청력을 잃을 수 있는 교통소음에 노출되어 살아가고 있다.



청각 활용하여, 숲의 고요함과 정적을 즐기라

소음에 관한한 우리나라의 사정도 유럽이나 미국과 다름이 없다. 불과 백년 전만 하더라도 서구인들에게는 ‘고요한 아침의 나라’의 대명사로 불리던 대한민국은 이젠 세상에서 가장 시끌벅적한 나라가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다는 조밀한 환경에서 사는 수도권 한국인들의 주거지는 대부분 아파트와 다세대 주택으로서 이웃집의 소음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다. 그렇다면 숲은 이러한 도시인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숲의 청각 선물1
자연의 고요함과 정적

먼저 숲이 우리 청각에게 주는 혜택은 고요함과 정적이다. 숲은 마치 세상이 멈춘 듯한 세계,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과 평화로움을 선사한다. 일상의 번잡함과 쫓기는 듯한 두려움이 사라지게 한다.


이러한 숲이 주는 고요함과 평화로움은 지구상에서 가장 희귀한 자원이다. 미국 국립공원협회에서는 공원의 보호 목표 중 가장 최우선순위로 숲의 고요함을 지키는 활동을 중요시한다.

미국 워싱턴주 올림픽 국립공원 내의 호레인 숲(Hoh rain forest)에는 ‘1평방인치의 고요’라는 작은 빨간 돌이 있다. 이곳은 미국에서 가장 조용한 곳으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아 아직까지도 태곳적 생태적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미국인들은 이곳을 통해 인간이 만든 소음으로부터 완벽한 해방을 맛보기를 희망하고 있다.




에미상 수상자이자 저명한 음향 생태학자인 미국의 고든 헴튼(Gordon Hempton)은 ‘1평방인치의 고요’ 운동의 창립자이자 부대표로 문명의 소음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는 고요한 공간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사회운동가이다.


그는 지난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마이크를 들고 전 세계를 여행하며 문명의 소리에 오염되지 않는 자연의 그대로의 소리를 담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는 노력의 댓가로 50여 곳을 찾았다고 한다. 아마도 그 대부분의 지역이 숲에 해당될 것이다. 그 넓디넓은 지구의 땅덩어리에서 단, 50여 곳 외에는 태곳적 고요와 정적을 보존하고 있는 지역이 없다는 사실은 이미 우리의 지구 환경이 혼잡과 소음의 공간이 되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고요함과 정적은 건강에 어떤 도움을 줄까? 일단 소음은 크기도 문제지만 빈도와 노출 시간에 따라 건강을 악화시킨다. 즉 소음이 지속적으로 누적될수록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준다.

따라서 인간의 귀 역시 감각기관이라 휴식이 필요하다. 그런데 인간의 귀는 눈처럼 꺼풀을 갖고 있지 않다. 눈은 피곤하면 눈꺼풀을 내려 눈을 쉬어 줄 수 있지만, 귀는 피로해도 닫고 쉴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소음 전문가들은 소음에 의한 스트레스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오면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라고 말한다. 주기적으로 소음이 심한 공간을 피해 귀를 쉴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도시 지역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소음이 있는 공간을 벗어날 수 없다. 인간이 존재하는 곳엔 소음이 있고 문명이 존재하는 곳엔 반드시 소음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이럴 때 고요하고 평화로운 숲속을 여행하면 도시 소음에 반응하느라 지친 청각 기능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회복의 기쁨을 맞을 수 있다.



숲의 청각선물2
자연의 소리가 주는 마음의 평화

사실 불안과 두려움에 처한 인간의 마음을 위로하고 스트레스를 가라앉히는 소리는 완벽한 고요를 의미하지 않는다. 소음이 없는 철저한 정적의 상태가 고요함의 최극단이라면 차라리 귀마개를 하고 방음실에 들어가 있는 편이 더 낫다. 아니 애초에 아무 것도 들을 수 없는 청각장애인들이 가장 행복한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공감하겠지만 귀마개를 한다고 해서 또 아무 소리도 듣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들의 마음에 고요와 평화가 깃드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소리 없음’ 즉 소리의 진공상태에서 마음의 평화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평화로운 대자연의 소리를 들을 때 마음의 안식과 평화를 되찾을 수 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우르르 천둥이 치는 소리, 파도의 출렁거리는 소리, 대나무 숲에 바람이 쏴아 하고 스치는 소리, 풀벌레들이 우는 소리, 부슬부슬 내리는 가랑비 소리, 발 밑의 눈을 밟을 때 나는 뽀드득뽀드득 소리 등 자연이 주는 효과음들이 사람들을 위로하고 마음의 평화를 일으킨다.


영국 브라이튼과 서식스 의과대의 연구팀들은 뇌와 신체, 배경 소음과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를 시행했다. 자연에서 나는 소리와 인공환경에서 나는 소리가 사람의 뇌에 어떤 영향을 주며, 신체에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실험한 것이다.




참가자들에게 각각 소리를 들려 줄 때 심박수와 혈압, 신경계, 대사작용, 소화작용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비교 연구했다. 


연구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자연의 소리가 인공의 소리보다 건강에 월등히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적인 소리를 들을 때 사람들은 주의력은 내향적이었고, 걱정스럽고 시무룩한 감정에 휩싸였다. 집중력은 흐트러지고 교감신경계가 증진되었다.  

반면에 자연의 소리를 들을 때 사람들의 주의력은 외향적으로 발산되었고, 신체의 교감신경계는 저하되고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모두가 알다시피 교감신경계는 투쟁-도피 반응이 나타나는 기관으로 스트레스를 유발시킨다. 반면 부교감신경계는 휴식과 회복을 위해 긴장을 완화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자연의 소리에 숲의 이미지를 함께 사용하면 건강회복에 더욱 효과적이었다.


그렇다면 인간이 가장 좋아하는 자연의 소리는 무엇인가? 바로 물소리, 바람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이다. 인간은 주파수가 2,500~3,500Hz에 해당하는 소리에 가장 잘 반응한다. 새의 지저귀는 소리가 이 범위 안에 해당한다. 새의 지저귐이 노랫소리처럼 들리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자연의 소리를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곳이 어디일까? 그렇다. 바로 숲이다. 칭리 교수는 《자연치유》에서 숲에는 노래하는 새들과 풀벌레가 살고 있고, 나무 사이로 바람들의 교향악이 늘 멈추지 않는다. 숲 사이를 졸졸 흐르는 시냇물의 소리는 숲속의 자장가와 같다고 말한다.



연습) 숲 속에서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방법

그렇다면 숲이 말하는 자연의 소리를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 칭리 교수는 현대인들이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는 소음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그만큼 고요와 정적에 대한 낯설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장애물은 내부 소음이다. 우리의 머릿속은 조용히 있을 때도 이런저런 생각들로 늘 혼잡스럽기만 하다. 사실 인간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내부에서 들려오는 부정적인 소리들과 불안과 두려움을 일으키는 심리적 소음들이다.


따라서 내부의 소음을 가라앉히지 못하면 숲 속에 들어가서도 숲이 주는 고요함과 정적을 맛볼 수 없다. 칭리 교수는 다음의 순서를 따라 숲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한다. 

1. 시작은 천천히, 느긋하게 출발한다. 흙탕물의 모래가 물에 가라앉을 때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우리 머릿속의 소음들도 가라앉을 때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따라서 자연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느긋하게 기다리는 마음이 필요하다.

2. 호흡에 집중한다. 쓸데없는 생각들로 머리가 어지럽다면 생각들보다는 호흡에 집중하라. 깊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라. 숨을 내쉴 때 자신을 혼란하게 만드는 근심 걱정 염려들도 모두 밖으로 사라진다고 상상하라.

3. 주위에 귀를 기울여라. 우리를 어지럽히고 동요시키던 내부의 소리들이 잦아지면 주위가 조용해지고 자연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무엇이 들리는가?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 바람에 나뭇잎이 서걱거리는 소리,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등등 주변의 소리에 집중하라.

4. 더 깊은 몰입을 위해 눈을 감고 자연에 귀 기울인다. 조용히 앉아 눈을 감고 있으면 귀가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당신이 할 일은 조용히 앉아 숲과 자연이 당신에게 하는 말을 고요히 듣는 것이다.

칭리 교수는 《자연치유》에서 숲의 소리는 복잡한 현대인의 머리를 식혀주고, 정신적 피로감을 덜어주며, 깊은 사색에 빠질 수 있는 정신적 고요함을 선사한다고 말한다. 삼림욕을 통해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오감의 생기를 되찾게 되며 평화와 고요함을 누리게 되어 건강한 정신과 신체적 젊음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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