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이 당신을 20년 더 늙게 만든다면?

염증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무엇을 연상할까? 모기에 물리거나 가시에 찔린 상처가 세균에 의해 붉게 부풀어 오른 모습 정도가 아닐까? 그럴 경우 우리들은 “이 정도라면 약을 발라도 그만 안 발라도 그만인데”하고 가볍게 생각한다. 그런데 그 염증이 우리 몸의 노화를 촉진하여 우리를 나이보다 훨씬 늙어보이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나? 또 암과 심장병 치매 등 현대병들을 만들어 내어 수명까지도 단축시킨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염증이 당신의 인생을 망가뜨린다.



염증의 무서운 점

“우군인 대식세포가 우리 몸을 공격한다”


염증은 특수한 증상은 아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활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이다. 그리고 경미한 염증은 우리 몸에 유익한 작용을 한다. 


우리가 곤충에게 쏘이거나 넘어져서 바닥에 무릎이 긁혀 상처가 나면, 그 부위가 붉어지면서 도톰하게 부어오르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 몸의 면역 기능 중의 하나로 지극히 정상적인 급성 염증 반응이다. 


염증이 부어오른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특별하게 외상연고와 소염제를 먹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상처 부위는 저절로 가라앉는다. 염증 세포는 일정 기간 목표를 완수하면 원래대로 돌아가는 작용을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생활환경은 수많은 세균과 곰팡이에 둘러싸여 있는데, 염증을 통한 이런 면역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면 인류는 일찌감치 종말을 맞고 말았을 것이다.


그런데 염증이 우리 몸을 구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우리 몸을 공격하고 생명을 위협하기도 한다. 마치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우리 국민을 보호하던 군대가 쿠데타가 일어나면 오히려 적에게 돌려야 할 총구를 시민에게 돌려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염증이 우리 몸에 해를 주게 되는 것은 우리 몸의 방어시스템의 중추적 역할을 감당하는 대식세포의 역할 변화와 관계가 있다.




인체의 경찰관, 대식세포의 변절

"세균 청소부에서 염증 유발자로"


대식세포는 우리 몸의 면역 기능을 유지하는데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백혈구의 일종이다. 대식세포는 한마디로 인체의 경찰관이나 청소부와 같다. 몸에 침범한 나쁜 세균이나 암세포 등의 위험한 균들을 발본색원하는 것을 보면 경찰관과 같고, 워낙 식성이 좋아 세균뿐만 아니라 혈관 벽의 기름 때와 세포의 시체들까지 깨끗하게 먹어 치우기 때문에 인체의 청소부라고 할 수 있다. 대식세포를 처음으로 발견한 사람은 우리가 요구르트 할아버지로 알고 있는 유명한 생물학자 러시아의 E 메치니코프이다.


대식세포는 혈액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허파나 근육 같은 조직에 이르기까지 몸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인체에 해로운 모든 것들을 처리한다. 마치 경찰관들이 경찰차를 타고 동네 이곳저곳을 순찰하며 범죄자들을 잡아내는 것과 같다.


 


대식세포들은 상처를 발견하고 청소하고 수리하는 과정에 사이토카인(cytokine)이라는 물질을 분비한다. 사이토카인은 양날의 검과 같다. 사이토카인은 면역과 감염병, 조혈기능과 조직 회복과 항체 생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사이토카인은 외부 세균 침입에 대해 인체의 방어체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염증을 생성한다. 이렇게만 보면 대식세포는 염증을 만들기만 하는 나쁜 세포라고 생각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식세포는 염증을 가라앉히는 항염증 사이토카인도 함께 분비한다. 덕분에 인체는 염증이 인체에 해를 가하기 전에 염증을 없앨 수 있는 기능을 갖추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대식세포가 사이토카인 분비를 자율적으로 조절하여 염증의 생성과 소멸의 균형이 잘 이루어지지만, 노화가 진행되면 상황이 반대로 바뀐다는 것이다.


노화가 진행되어 우리 면역시스템도 노후화 되면 우리 면역계는 대식세포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 그러면 신체를 보호해야 할 대식세포가 염증을 만들어내는 사이토카인을 과다 분비함으로써 노화를 더욱 촉진하게 된다. 이 때 만들어진 염증들은 만성 염증으로 이행하게 된다. 대식세포는 산화 스트레스에 매우 민감한데, 노화로 인한 우리 몸의 항산화시스템의 약화는 염증을 일으키는 사이토카인 분비를 증가시킨다는 것이다.




현대병 ≒ 염증병


오늘날 현대인들을 괴롭히는 질병들을 살펴보자. 암, 심장병, 알츠하이머, 치매, 당뇨, 간염, 췌장염, 대장염, 신장염, 관절염, 폐 질환, 심부전 등 성인병으로 분류되는 이들 질병은 우리 현대인이 잘 걸리는 무서운 질병 목록이다. 


이들 질병들은 각각 발생 부위는 다르지만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것이 뭘까? 바로 병의 진행과정에서 모두 염증이 발생된다는 것이고 염증이 질병의 악화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이들 질병이 젊은 시절 잘 걸리지 않고 노화가 진행되어 발생되는 성인병이란 사실에 주목하자. 이들 질병이 왜 성인기에 주로 발생될까? 그것은 노화가 인체의 항산화시스템을 약화시켜 산화스트레스에 대식세포가 사이토카인을 과다 분비하여 몸 이곳저곳에 염증을 과다하게 만들어 내는데 있다. 염증이 많이 생기면 이것 또한 우리 세포의 노후화를 촉진한다. 따라서 지나친 염증의 생성을 막는 것이야말로 노화의 속도를 조절하는 데 가장 핵심이 되는 활동이다.



2000년에 발표된 미국 텍사스주립의과대 유병팔교수와 부산대 약학대학 정해영 교수의 공동진행연구인 ‘노화의 분자 염증 가설’ 실험에서는 3가지 결론을 얻었다.


첫째,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증가되는 염증이 노화로 인한 질병을 발생시킨다

둘째, 세포 내 염증 유전자들이 활발하게 되는 것은 산화 스트레스의 영향이 크다

셋째, 정상적인 염증도 나이가 들면 산화 스트레스로 인해 통제가 어려워져 만성 염증으로 이행된다. 만성 염증은 결국 질병을 발생시키고 건강을 악화시킨다.   


종래에는 산화 스트레스가 세포 기능을 파괴하는 것에만 주안점을 두었지만, 이 연구를 통해 산화 스트레스가 염증과 상호작용을 하여 노화를 더욱 촉진시킨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즉 대식세포는 세균들을 제거하기 위해 활성산소를 분비한다. 그런데 반대로 염증 과정에서 발생한 이 활성산소가 산화 스트레스를 더욱 증가시켜 노화의 악순환 고리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위 실험이 주는 교훈은 ‘정상적인 염증 → 노화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 심화 → 만성 염증 만연 → 암, 당뇨, 치매 등의 큰 질환 발병’ 인체가 이런 프로세스로 움직임으로, 큰 질환이 생기기 전에 인체의 항산화시스템을 바로잡아 산화 스트레스를 줄임으로써 만성 염증으로 이행되는 것을 막아 암과 당뇨 등 염증에 의한 큰 질환이 발생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은 염증이 노화 현상을 촉진하고 노화로 인한 면역체계의 노후화가 대식세포의 염증 통제 능력 상실을 가져와 만성 염증을 몸 전체에 만들어 내어 암과 심장병 등의 큰 질병의 원인이 되는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 그리고 질병과 노화의 악순환 고리를 살펴보았다. 


노화의 이행을 막을 수 있는 우리의 노력에는 우리 몸의 효율적인 항산화시스템 구축하는 데 있다. 절식, 운동, 채식, 영양제 보충 등 구체적 항 노화 방안들은 나중에 시간이 될 때마다 글을 올리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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