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세계적인 장수촌이 최악의 단명촌으로 바뀐 이유?

세계 장수촌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키나와의 위기’라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오키나와 현은 한때 일본은 물론 전 세계의 대표적인 장수촌으로 일컬어지던 곳이었다. 1973년부터 2004년까지 장장 32년 동안 일본에서 가장 수명이 긴 지역이었고, 1995년에는 ‘세계장수지역선언’을 발표한 바도 있다. 오키나와 섬 북쪽에 위치한 오기미 마을의 경우에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세계 최고의 장수촌’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동양의 하와이로 불리는 오키나와에는 예로부터 이런 속담도 전해진다. “80살은 어린아이이며, 90살에 저승사자가 데리러오면 100살까지 기다리라고 돌려보내라” 


한편 세계 장수지역을 탐사 연구해온 댄 뷰트너 박사는 일본의 오키나와를 그리스 아카리아섬과 코스타리카 니코야반도, 이탈리아 사르디나,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마린다와 함께 세계 5대 블루존(장수지역)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일본은 지금도 남녀 공히 평균수명이 세계에서 최상위 지역으로 대표적인 장수국가이다. 그런 일본에서 오키나와가 오랫동안 1위를 기록했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것이다.




좋은 장수 유전자 물려받았어도

환경 관리 못하면 단명하는 것이 진리


그러나 2000년이 넘어서면서 오키나와의 장수 신화는 서서히 깨지고 만다. 먼저 남성의 수명저하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났다. 1985년 일본 전국 1위였던 남성 평균 수명은 2000년이 되자 47개 행정구역 중 26위로 곤두박질치더니 2010년 조사에서는 30위로 떨어졌다. 더욱 놀라운 것은 65세 미만 사망률에선 오히려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이것은 오키나와 여성 수명 역시 마찬가지 결과를 보여준다. 2005년까지 오키나와 현의 여성 평균 수명은 일본에서 전국 1위를 기록했고, 2010년 조사에서는 전국 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기록은 오키나와 100세 할머니들이 평균 수치를 높였기 때문에 드러난 일종의 착시현상이었을 뿐 오키나와 젊은이들의 수명 문제는 심각했다. 2010년 65세 미만 사망률에서 오키나와 여성 역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현 오키나와의 추락, 

세계 최고 장수촌 → 일본 최악의 단명촌


작금의 오키나와는 세계 최고 장수촌에서 일본 최악의 단명촌으로 변질되었다. 세계 장수연구가들의 성지와 같던 오키나와가 이렇듯 비극적으로 수명이 수직하강한 이유는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분명 이들의 부모세대들은 가장 장수했기에 좋은 장수유전자와 건강한 체질을 물려주었을텐데 불과 한 세대만에 이렇게 처참하게 수명이 추락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장수연구가들은 오키나와의 비극 원인으로 두 가지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우선 식생활 변화이다. 예로부터 오키나와 사람들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고구마가 주식이었다. 그리고 채소를 위주로 한 식사에 ‘하라하치부’ 즉 식사량의 80%만 채우는 소식을 장려하는 식문화였다. 그러나 2차대전 이후 오키나와는 미국 군정에 의해 서구식 고지방 고칼로리 식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지역이 되었다. 오키나와는 도쿄의 긴자 맥도날드 1호점보다 10년이나 앞서 패스트푸드 점포가 진출하여 현재 패스트푸드의 천국을 이루고 있다. 


둘째로 교통수단의 변화이다. 예전의 오키나와 사람들은 많이 걸었다. 사람의 두 발 외에는 교통수단이 발달되지 못한 섬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오키나와 사람들은 걷지 않는다. 오키나와는 일년 내내 덥고 습한 지역이다. 더구나 택시비가 저렴하다. 따라서 오키나와 사람들은 짧은 거리도 걷기보다는 택시를 이용하는 교통문화가 발달하게 되었다고 한다.


장수연구가들은 오키나와의 수명률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을 식사와 운동 문제로 보고 있다. 식사와 운동은 인간의 유전자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개인이 노력하면 충분히 통제와 관리가 가능한 영역이다. 


그런데도 오키나와가 이런 비극을 맞이했다는 점은 장수 문제에 있어 개인의 관리와 통제력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오키나와 문제, 우리에겐 타산지석


일본 오키나와 현의 처참한 수명 단축 현상은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 최근 우리나라는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음식이 주도하는 서구식 외식문화가 급격하게 발달되었고, 문 앞까지 친절하게 배송해주는 배달식의 발달로 이전보다 훨씬 살찌기 쉬운 고칼로리 음식을 먹고도 운동은 게을리 하는 생활습관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예전에는 모든 점포들이 문을 닫아 식사 방법이 없는 야근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발전했던 배달식이 이젠 평범한 가정주부와 학생들의 식사대용식이자 간식 조달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혹자는 우리민족이 ‘배달의 민족’이기 때문에 배달식이 발달하게 되었다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배달음식은 우리 생활문화 저변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배달의 민족'이란 이 말이 업체들의 광고문구인 '배달음식을 좋아하는 민족성'을 나타내는 말이기보단 과거와 다른 배를 가진 현대인이란 뜻에서 과거 전통 입맛과 단절된 서구식 입맛에 길든 현대 우리들의 식성을 타내는 말로서 일종의 '배 다른 민족'이란 뜻으로 받아드리고 있다. 이것이 더 현실에 부합한다고 본다. 이처럼 배달음식은 우리 식문화 전반은 물론 우리 건강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배달의 민족? 배다른 민족?


그렇다면 음식문화가 집에서 직접 해 먹는 조리식에서 업체에 주문해 먹는 배달식으로 바뀌면서 우리 건강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게 되었을까? 우선 몸에 나쁜 음식을 섭취하기 쉽게 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 요식업계이다. 식당들은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영양가보다는 음식맛을 중시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배달식을 주로 먹는 사람들에게 인공조미료 섭취가 늘어났다. 또한 자극적인 입맛을 돋우기 위해 염분과 당분을 높인 레시피들 때문에 소금과 설탕의 섭취량 또한 증가하게 됐다. 



그리고 식당들은 제조단가를 줄이기 위해 오래 보관이 가능한 트랜스지방 형태의 지방을 가미하고, 인체에 유해한 올레산 중심의 식용유를 사용하게 된다. 또한 식품가공업체들은 식재료를 버리지 않기 위해 제조과정에서 여러 화학적 처리를 하게 된다. 따라서 배달음식을 섭취하는 소비자들은 겉은 신선해보이지만 속은 변질된 음식들을 섭취하게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또한 신선한 과일과 야채 섭취가 줄어들고, 가공육과 밀가루 섭취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도 문제이다. 대부분 배달음식을 보면 냉동실에 꺼내 렌지에 돌려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대부분이다. 배달업체들은 주문받은 후 배달완료까지 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이미 완성된 냉동음식을 렌지에 데워 배달하는 형태로 레시피를 개량해왔다. 따라서 그만큼 배달식 문화는 신선하고 균형감 있는 종래 우리 가정식 음식문화와는 기본적으로 다르다.




둘째로 배달음식 문화는 우리들의 운동량을 감소시킨다. 실내에서 하루 종일 생활하는 사무직 직장인들의 경우 하루 중 유일하게 운동할 수 있는 기회는 점심 때 회사 주변 식당가를 찾아 걷는 시간뿐이다. 이때는 하루 중 가장 강한 햇빛을 쬘 수 있어 몸 안의 비타민D 합성도 가능하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대표적인 비타민D 부족 국가이다. 


그런데 사무실로 음식을 배달하게 되면, 식당을 찾아 이동하는 걷기 운동을 할 기회를 상실하고, 하루 중 유일하게 햇빛을 쬘 기회도 상실하게 된다.  


주부들도 마찬가지다. 집에서 음식을 조리할 때보다 훨씬 운동량이 줄게 된다. 집에서 조리된 음식을 먹으려면 먼저 장을 보고, 재료를 다듬고, 음식을 조리하고, 그릇을 배치하고, 식사후 설거지를 하고, 남은 음식을 음식물쓰레기로 수거하고 버리는 여러 가지 활동을 할 수 밖에 없다. 알고 보면 우리 가정의 집밥문화라는 것은 가정 주부의 상당한 운동량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집에서 배달식을 먹게 되면 그런 일체의 운동 과정이 생략되고 만다. 장을 보느라 시장까지 갈 필요도 없고, 쇼핑한 식재료를 냉장고에 수납하는 노력도 불필요하고, 재료를 다듬고 알맞게 조리하고, 식탁에 그릇을 배치하거나 식후 설거지를 하느라 근육을 움직일 필요도 없다.


물론 일부에서 제기하듯, 배달음식의 발달은 바쁜 현대인들의 가사노동시간을 단축시켜 준다. 따라서 바르게만 사용한다면 음식을 만드는 데 들어간 시간을 아낀 만큼 여가와 운동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집밥에서 줄 수 있는 신선도 높은 음식과 비타민과 미네랄이 고루 들어있는 균형 있는 음식을 제공해줄 수는 없다. 


일본 장수촌 오키나와의 위기가 전후 세대의 서구식 고칼로리 위주 식사와 운동 부족 때문이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된 비만과 성인병 문제 역시 고칼로리 식사와 운동 부족 문제 때문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오키나와의 위기를 단순히 남의 나라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식문화와 운동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타산지석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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