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식은 가장 검증된 장수의 방법이다

소식이 장수의 기본이라니? 희비가 엇갈리는 뉴스다. 이것은 은지원처럼 식사를 일일이 챙겨먹는 것이 귀찮은 사람들에겐 희소식이겠지만, 나를 포함하여 먹는 것이 유일한 삶의 낙이라고 하는 사람에겐 최고의 불행한 뉴스이기 때문이다. 백종원씨는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얼마전 저서 <11, 내 몸을 살리는 52일 공복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삼시세끼를 꼬박 챙겨 먹는 현대인들의 식문화를 날카롭게 비판한 나구모 요시노리 박사는 하루 한끼 식사가 오히려 건강 장수의 비결이라고 주장했다. 위장에게 쉬는 시간을 주지 않고 끊임없이 배를 채우는 현대인의 식습관보다 오히려 뱃속에서 꼬르륵 공복의 외침 소리가 들리는 것이 몸이 더 젊어지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인류의 최대 적은 굶주림이었다. 인류의 역사 속에 지금 시대처럼 한 번도 칼로리 포화 상태로 고통받는 시절은 없었다. 기아와의 전쟁을 수백만년 동안 치뤄온 인간의 몸은 생존을 위해 적은 식량에서 가능한 많은 영양소를 흡수할 수 있게 진화해 왔다.

 

나구모 요시노리는 말한다. 공복의 순간에는 시르투인 유전자(장수 유전자)’가 발현되고, 감염을 막아내는 면역 유전자’, 암과 싸우는 함암 유전자가 활발하게 작용하게 된다. 알고 보면 인간은 굶주림에는 강하지만 배부름에는 취약한 인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각종 동물 실험과 인간 실험결과가 증명하는 소식 효과


각종 동물 실험 결과가 그것을 증명한다. 이시하라 유미의 <100세 습관>에 수록된 자료를 보면 미국립노화연구소에서는 회충으로부터 인간과 가장 가까운 원숭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물을 대상으로 칼로리 섭취와 수명과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였다. 그 결과 칼로리 섭취를 제한하면 오래 산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칼로리 제한 효과가 얼마나 큰 위력을 가지고 있냐 하면, 섭취 칼로리를 본인 식사량의 60퍼센트 수준으로 억제하면, 수명이 최대한 50%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마크 매트슨에 의한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자. 마크 매트슨은 실험용 쥐를 세 부류로 나눠 실험했다.

 

A그룹: 원하는 만큼 마음껏 먹게 한 그룹

B그룹: 섭취 칼로리를 60퍼센트로 제한한 그룹

C그룹: 하루는 원하는 만큼 먹게 하고, 다음 날은 먹이를 주지 않은 그룹

 

이 실험 결과, C그룹의 쥐가 가장 건강하고 수명도 연장되었으며, 노화에 의한 뇌 손상도 적었다고 한다. 인간으로 볼 때 적어도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을 앓을 가능성이 가장 낮은 그룹으로 추정되었다고 한다.


 

미국립노화연구소의 도널드 잉그램 박사의 붉은털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도 인상적이다. 그는 붉은털원숭이 200마리에게 체중 1그램당 약 3.8킬로칼로리로 일반식에 비해 30퍼센트 칼로리를 제한한 먹이를 한 달 이상 공급했다. 그러자 혈압과 혈당치가 일반식을 먹은 붉은털원숭이 집단보다 낮게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도널드 잉그램은 이 사실로 인간의 생활습관병인 심근병색, 뇌졸증, 당뇨병도 저칼로리 섭취로 예방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붉은털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보다 장기적인 추격 관찰 연구도 있다. <사이언스>에 발표된 위스콘신대학 의대 리처드 와인드릭 교수 팀의 연구이다. 이 연구에서는 7~14세 붉은털원숭이 76마리를 20년 동안 추적 조사했는데, 저칼로리 그룹에서는 암과 심장혈관 질환이 적고, 뇌 특히, 운동 제어와 기억에 관한 뇌 영역의 건강 상태가 양호한 상태로 유지되며, 원숭이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당뇨병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인간에 대한 연구 기록도 있는데, 이시하라 유미는 일본 약학회지 <파르마시아>에 발표된 스페인 양로원에서 행해진 실험 결과를 인용하고 잇다. 매일 1,800킬로칼로리를 섭취한 노인 그룹과 하루 걸러 단식한 노인 그룹의 건강 상태를 비교한 결과, 하루 걸러 단식한 노인들이 훨씬 오래 장수했다고 한다.


소식의 호메시스 효과와 자가포식 효과

 

경북대 예방의학과 교수 이덕희 박사는 그의 책 <호메시스>에서, 호메시스 반응을 유도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을 소식이라고 했다. 여기서 소식이란 칼로리 제한식을 말하는데, 3대 영양소 중 탄수화물을 제한할 때 호메시스 반응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 건강에 가장 유익한 결과를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칼로리 제한식의 가장 큰 효과는 호메시스 반응의 한 형태인 자가포식(autophagy) 효과이다. 인체는 우리 몸의 생존에 꼭 필요한 영양소의 공급이 부족해지면, 신체 외부가 아닌 신체 내부의 자원을 활용하여 에너지를 보충하게 된다. 즉 우리 세포들은 그 안에 존재하는 부속품들, 특히 망가진 부속품들을 신속히 분해해서 에너지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러한 인체 내부의 망가진 부품을 재활용하는 에너지 생산이 건강에 왜 유익할까? 그 이유는 우리 인체 내에서 발생하는 주된 질병이 평소 인체의 망가진 부속품들이 제때 제때 처리가 안되고 장기간 세포 안에 머물러 2, 3차 문제가 연쇄적으로 일어나서 발생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소식으로 인한 자가포식 효과로 이러한 망가진 부속품을 처리하는 속도를 높여주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세포의 묵은 때 청소도 시원하게 해주고 또 인체에 필요한 에너지도 얻는 일타쌍피의 효과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이덕희 교수에 의하면, 인간의 두뇌가 하는 일 중에 이렇게 효율적인 자원 활용 방법은 다시 없을 것이라 말한다.



 

소식의 항암효과와 노화 억제 효과


식품공학자 최낙언은 그의 책 <식품에 대한 합리적인 생각법>에서 소식의 항암효과와 노화억제효과에 집중한다. 그는 암을 비롯 인체에 생기는 대부분의 질병이 음식의 독성으로부터 말미암는다고 주장한다.

 

특히 암 질환은 3분의 1이 음식과 관련이 있다. 지나치게 짠 음식, 태운 고기와 생선, 과다한 동물성 지방 섭취가 암을 일으킨다. 짠 음식은 짭조름한 맛을 즐기는 한국인들에게 소화기 계통의 암을 가져왔다. 입으로부터 배출할 때까지 거치는 구강암, 식도암, 위암, 대장암에 이르는 암들의 원인이 되고, 태운 음식은 독성 물질인 벤조피렌을 형성하여 암을 일으킨다. 우리가 몸에 좋다고 생각하는 자연식품인 향신료와 버섯, 고사리, 가짓과 식물 들에도 다양한 독성을 가진 발암 촉진 성분이 들어 있다. 이러한 물질들은 섭취량에 따라 인체에 해를 끼치느냐 유익하게 작용하느냐가 결정이 되는데 소식은 이런 위험 요인을 줄이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소식의 가장 큰 효과하면 역시 체내 활성산소 억제 효과에 있다. 특히 열량을 제한하면 자유라디칼의 누출이 낮아지고, 그로 인한 손상을 방지하는 미토콘드리아 막을 강화하는 작용을 하여 세포내 미토콘드리아 수를 늘림으로써 생체 시계를 젊음으로 되돌릴 수 있다.

 

최낙언은 체내 활성산소를 억제하기 위한 항산화제의 효과에 대해 부정적이다. 이론적으로는 수명의 연장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식은 지금까지 가장 과학적으로 검증된 활성산소 억제 방법이고 자유라디칼 누출 감소 작용을 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한다.

 

소식은 장수촌의 비밀병기


실제로 장수마을 노인들의 식생활 형태를 볼 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소식이다. 세계 유명 장수촌의 연구서 <블루존>에서도 이러한 소식의 유익함을 보여주는 여러 증거들이 있다. 특히 한국과 거리가 가까운 오키나와 장수촌의 장수 비결이 소식이다. 우리에게는 여러 방송을 통해 80% 식사법이라는 형태로 잘 알려진 식사법이다.

 

일본에서는 이것을 하라 하치 부’(腹八分)라고 부른다. ‘하라 하치 부는 허리띠를 풀기 전에 식사를 멈춘다는 뜻으로 배가 부르기 전 젓가락을 놓는 절제된 자세를 강조하는 섭생법이다. 일본에서는 이것이 절제된 삶을 중시하는 유교의 영향으로 생긴 문화라고 생각한다.

 

하라 하치 부는 오키나와 노인들이 평소에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그만큼 식생활의 심층문화를 이루고 있는 음식문화의 뿌리이다. 일본의 오키나와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스스로 자발적으로 칼로리를 제한하는 지역일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배가 80% 정도 부를 때까지만 음식을 먹도록 스스로에게 상기시킨다.

 

그렇다면 80% 식사법은 왜 건강에 유익한 걸까? 인간은 위장이 찼다는 정보를 뇌에 전달하는데 2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따라서 평소에 식사량을 생각해 두지 않고 자기 포만감을 기준으로 식사를 하다보면 과식을 하기 쉽다. 과식은 활성산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증가시켜 건강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80% 식사법은 자신의 위장에 대한 자각보다는 객관적인 식사량을 기준으로 만든 식사 제한법이다. 80% 식사법을 준수하는 한 과식을 할 가능성이 없고, 적게 먹다보니 신체의 대사 작용이 느려져 몸에 해로운 활성 산소를 덜 생산하게 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게 되는 것이다.


 

소식은 부작용 없는 친환경 대책


최낙언은 그의 책 <식품에 대한 합리적인 생각법>에서 소식의 친환경 효과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식사량을 줄이면 비만과 대사질환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된다고 말한다. 설탕, 나트륨, 포화지방 문제들은 사실 그 자체의 문제보다는 양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인류가 모두 소식을 하게 되면 굳이 논쟁 중에 있는 GMO를 개발할 필요도 없다고 한다. 그리고 말도 많은 공장식 축산 규모를 줄이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지구환경을 멸망의 상태로 이끌고 있는 육류소비문화를 줄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한다. 그는 통계치를 들어 지구 상에 존재하는 야생동물은 10%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는 다 인간이 육류 소비를 목적으로 사육하는 가축들이라고 한다. 세상의 모든 동물 숫자를 합해도 닭의 숫자보다 적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말이다. 2013년 한 해 한국에서 소비된 닭만 79천만 마리인데 전 세계적으로는 5백억 마리, 8000만 톤에 이른다고 한다. 이 정도 규모가 되면 공장식 사육이 아닌 자연방사 사육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동물은 사료의 10kg를 먹어 1kg의 고기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최근에 육종을 거듭 계량한 결과 3kg의 사료로 1kg의 고기를 얻게 되었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 10~15년 수명을 가진 닭을 20~35일만에 도살하는 홀로코스트적 생산시스템을 갖추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과 같은 인구증가와 육류소비 증가 추세를 막지 않으면 이런 공장식 축산 시스템을 막을 수 없다. 오직 식사량 제한과 육류 소비 억제 만이 이런 환경적 위기를 막을 유일한 대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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