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장수 시대, 현대인의 장수는 축복인가 재앙인가?

우리 부모님 세대가 유병단명 시대를 살았다면 우리 후세들은 무병장수 시대를 살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은 어떤 시대를 살아갈 것인가? 많은 고령사회 연구자들이 우리 세대들은 유명장수 시대를 맞게 될 것이라 전망한다. 미국 노인병학회 회장이자 스탠퍼드대학 교수인 월터 보츠가 말한 ‘너무 짧게 살다 너무 길게 죽는’ 이른 바, ‘짧은 건강과 긴 질병의 시대’가 우리를 기다린다.


예전엔 장수가 축복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장수를 바라보는 시각은 사람마다 다르다. 100세 시대의 개막이 누군가에겐 인류 역사의 큰 진보이지만 어떤 이들에겐 삶이 주는 ‘고통의 연장’일 뿐이다. 이들에게 장수란 인생의 비극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현대인이 누리는 장수의 딜레마 중 하나인 장수가 오히려 비극이 되는 상황을 살펴본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에 대한 우리들의 바람직한 자세에 대해 살펴보겠다.




사회복지의 천국, 지상의 낙원, 덴마크 노인도 불행한 이유?

당신은 혹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노인들이 어디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평균 수명이 높은 이탈리아나 일본이 아닐까? 물론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아닐 것이다.

보통 고령화 사회 중 가장 사회복지가 잘 되어 있어 노인들의 천국으로 알려진 곳은 유럽이다. 유럽에서도 가장 삶의 만족도가 높고 행복한 사회는 덴마크이다. 이웃과 더불어 행복하고 평안한 삶을 추구하는 덴마크의 휘게 마인드는 전 세계인들에게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전 세계 노인들 중에서 덴마크 노인들 만큼 행복한 사람들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한 연구에 의하면 덴마크 노인들의 삶의 만족도가 전체 평균적인 덴마크인들에 비해 결코 높지 않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다.

문제는 건강 때문이었다. 사회복지가 잘 되어 있어 경제적으로 자식에게 손 벌릴 필요도 없고, 미래의 생계가 전혀 불안하지 않은 행복한 국가의 사람이었지만 이들에게도 장수는 축복이기보다는 위로가 필요한 인생의 비극이었다.

덴마크에서 100세가 넘는 노인 200명을 상대로 건강 상태에 대해 조사했다. 200명 통계 표본이 너무 적다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100세인이다. 어느 사회나 100세인 통계는 표본 대상 숫자가 많지 않다.

그런데 이들은 평균적으로 4가지 질병을 합병증으로 앓고 있었고, 그들 중 199명은 세 가지가 넘는 병의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그들 가운데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는 사람은 단 1명에 불과했다. 덴마크 100세인의 99.5%가 평균 4가지 이상의 합병증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였고, 건강한 100세인이 될 확률은 0.5%에 불과했다. 

질병의 질도 문제였다. 사실 무좀이나 다래끼, 가끔 걸리는 감기 같은 경미한 질병은 생명을 위협하지도 않고 크게 봐서 삶의 질을 크게 훼손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중병은 단 한 가지라도 삶의 질에 큰 영향을 준다. 따라서 질병의 가짓수가 문제가 아니라 질병의 종류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덴마크 100세인들이 앓고 있는 질병은 어떤 것이었나?

심장병 72%,  요실금 60%,  관절염 54%,
고혈압 52%,  치매 51%,  전립선 질환 33% 등이었다.

모두 하나같이 삶에 질에 큰 영향을 주는 중병들이었다. 심장병, 고혈압, 치매는 삶의 질에 치명적인 해를 주는 질병이다. 치매의 경우, 인생의 마지막 때 본인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질병이면서 가족과 국가 부담도 높아 사회적 비용이 매우 큰 질병이다.




대한민국, 유병장수국,
전체 노인 10명 중 9명이 만성질환에 시달려, 3개 이상 보유자도 과반수


한국 노인들의 경우는 어떨까? 보건복지부의 2017년도 노인실태조사 보고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 중 89.5%가 만성질병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만성질병 1개를 갖고 있다는 응답이 16.5%, 2개는 22.0%, 만성질병이 3개 이상인 노인이 51%로 만성질환 2개 이상을 갖고 있는 복합만성질환환자가 73%에 달했고, 만성질환이 3개 이상인 노년층이 전체의 과반수를 넘겼다. 노인 두 명 중의 한 명은 몸에 3개 이상의 만성질병을 달고 인생의 후반기를 살아가는 것이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만성질환은 더 심해진다. 65~69세 노인들의 만성질환 유병률이 84.3%였다면 80~84세 연령의 경우 95.5%까지 올라간다. 90세가 넘어가면 거의 100%에 근접하게 된다.

질병의 피해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큰 것 같다. 남성 노인이 만성질환을 갖고 살아가는 확률이 85.4%인데 비해, 여성은 92.6%가 만성질환에 시달렸고, 복합만성질환 유병률도 남자가 64.1%인데 비해 여성은 79.5%에 달했다.

질병의 내용은 어떠했을까? 65세 노인들의 경우 고혈압 59%이 가장 높았고, 관절염이 33%, 고지혈증 29.5%, 요통 및 좌골신경통이 24.1%, 당뇨가 23.2%, 골다공증 13% 순이었다. 모두 삶의 질에 문제를 주는 질병으로 완치가 어렵고 평소 적절한 생활 관리가 필요한 질병들이었다. 혹자는 우리 통계를 보고 덴마크에 비해 낮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우리나라 통계 대상은 65세 이후 노인이고, 덴마크는 비교기준이 100세 이상이다.
  
결국 이상의 연구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들은 10명 중 9명이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그 절반인 과반수는 3개 이상의 복합만성질환으로 고생을 하며. 15년 후인 80세가 넘어가면 스무명 중 19명이 만성질환으로 힘겨운 노년을 보내다가 쓸쓸히 임종을 맡게 된다. 

남성보다 평균 수명이 더 긴 여성들은 오래 산다고 기뻐할 수만도 없다. 남성들이 세상을 떠난 후 더 많은 질병을 안고 돌봐줄 사람도 없는 처지에서 외롭게 인생의 말년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남성들의 병수발은 여성들이 해줄 수 있었지만, 여성들이 몸을 가눌 수 없을 때는 국가 요양보호사들에게 몸을 맡겨야 한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식사 목욕과 대소변을 맡기는 것은 여성들에게 반가운 일은 아닐 것이다.




준비된 노년은 축복, 준비 없이 도래한 노년은 재앙
노년의 독립성 확보,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는 삶을 설계하라

노화연구가들에 의하면, 노인들의 삶의 질 만족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독립성에 있다고 한다. 노인들이 주변에 손 벌리지 않고 또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을 때 노인들은 자신의 삶에 만족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인들의 자립은 희망에 불과한 듯하다. 자식세대나 국가에 의지하는 것을 기피하는 독립적 문화를 가진 미국사회만 하더라도 85세 노인 가운데 거의 절반(45.5%)에 해당하는 노인들이 가족이나 타인의 도움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노인들의 홀로서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보통 만성질병은 60세 이후에 찾아온다. 과거에는 평균 수명이 70세 정도였으므로 10년 정도 질병을 안고 살아가면 되었다. 그리고 우리 후손들인 미래 세대들은 의학의 발전으로 1년 내외의 짧은 질병 시기를 보내다 평균 100세로 생을 마감할 것이라 예견된다.

하지만 현재 세대들은 만성질병이 발생되는 60세는 그대로인데 사는 날만 늘어났다. 즉 수명이 늘어난 만큼 병을 앓아야 할 시간만 늘어난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여성의 경우 평균 85세 정도로 수명을 예상한다. 그러므로 적어도 25년의 긴 생애를 질병의 고통을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에게 보너스로 주어진 15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남은 생애가 천국도 될 수 있고 지옥도 될 수 있다. 평소에 젊었을 때부터 미리미리 잘 대비하여 질병을 예방하고 제2의 직업을 준비하며 늘어난 수명을 잘 활용하는 사람에겐 그 기간이 아름다운 황혼으로 인생의 봄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기간에 대해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아무 준비도 못한 채 지금 이대로 미래를 맞게 된다면 보너스로 주어진 15년은 질병과 빈곤으로 점철된 인생의 혹독한 겨울이 될 것이다. 



중년의 100세 대비 1순위, 건강에 투자

최근에 고령사회 붐을 타고 시중 서점에는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해 다루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모두 은퇴 이후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주옥같은 내용들을 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부분이 경제적 자립을 위한 연금이나 보험, 부동산 임대소득 등의 경제적 준비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이들이 은퇴할 때 노후자금으로 최소한 10억이 필요하다느니 8억이 필요하다느니 하는 얘기들을 들었을 것이다. 한동안 ‘노후대비≒10억 만들기’로 통하던 시절도 있었다.

물론 사회보험이 발달하지 못하고, 국민연금이 노후 용돈보험으로 전락한 한국 실정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현상도 이해 못할 상황은 아니다. 암담한 미래 전장에서 각개전투를 통해 생존해 나가야할 현 세대들이 과연 이런 선택 외에 어떤 노력을 할 수 있겠는가? .

이들의 주장을 요약해 보면, 그야말로 경제적 독립 없이 정신적 독립도 불가능함으로 자식이나 가족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당당한 인생의 후반전을 보내려면 마르지 않는 황금거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잊지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 또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몸이 건강해야 한다. 노후에도 몸이 건강하면 취직을 하든지 자영업을 하든지 어떻게 해서든 경제적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몸이 건강하지 못하고, 질병 때문에 약을 밥 먹듯 먹고, 병원을 내 집처럼 드나들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면 몸은 몸대로 버리고, 돈은 돈대로 깨지고, 가족과 자녀들에게 근심과 경제적 부담을 배로 안겨주게 된다.

그러니 중년 이후에는 모든 일을 함에 있어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도록 하자. 돈 버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돈이 일하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밤낮 없이 일하다가 먼저 세상을 뜬 사람도 많이 보았는데, 그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이 삼성의 이건희 회장과 같은 인물이다. 지금 이건희 회장은 지병 때문에 병원에 입원해 있다. 그래서 일도 못하고 있지만 꼬박꼬박 주식과 부동산에서 돈이 나와 해마다 우리나라 부자 랭킹 1위에 오른다.

바로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자신이 잠을 자고, 놀고 있어도 저절로 돈이 들어오는 돈이 돈을 버는 상태’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해도 건강을 잃어버리면 돈이 줄 수 있는 아무런 혜택을 누릴 수 없다. 여가시간이 주어져도 여행을 갈 수도 없고, 맛집의 음식을 먹을 수 없고, 스포츠카를 탈 수 없고, 좋은 별장에서 거할 수도 없다. 그저 병원을 내집처럼 병원음식이나 링겔병의 포도당을 주식으로 삼고 휠체어를 자가용으로 삼아 살아야 한다. 그러므로 병상에 누워 인생의 말년을 보내는 재산가보다는 궁색해도 건강한 청춘이 훨씬 낫다.




건강도 투자 개념
중년 이후 삶은 건강에 최우선 투자하자


인생은 결국 우선순위의 싸움이다. 그리고 투자하고 노력한 만큼 결실을 보게 되어 있다. 세상에 거저 얻어지는 것은 없다. 건강도 결국 합당한 우선순위 정립과 제한된 돈과 시간, 관심의 적절한 배분, 장기적 노력의 댓가로 얻어진다.

식사를 보더라도 건강을 중시하는 사람은 우선순위가 다르다. 입맛을 중시하는 사람은 고깃집을 전전하며, 귀차니스트들은 가정 간편식이나 컵라면류를 좋아하고, 워커홀릭들은 패스트푸드 매장이나 피자 배달식을 선호하겠지만 건강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유기농 샐러드와 현미 채식을 선호하며 몸에 해로운 화학조미료가 없는 도시락을 손수 준비하며, 연령대별로 부족한 영양소를 보충하기 위해 평소 영양제에 대해 공부한다.

건강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여가활동도 남과 다르다. 워커홀릭들은 휴가와 야근도 불사하고 일을 하고, 평범한 샐러리맨들은 여러 가지 회식 모임과 게임방과 노래방에 가서 스트레스를 풀겠지만, 건강을 중요시 하는 사람들은 휴일마다 등산을 가고, 자전거를 타고, 평일에도 요가를 배우고 수영을 한다.



출퇴근 하는 모습도 다르다. 워커홀릭들은 자기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에 내려와 자가용을 타고 회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들어가 하루 종일 앉아만 있지만, 건강을 중요시 하는 사람들은 하루 1만보를 채우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가용을 이용할 때도 아파트와 회사의 계단을 이용하며, 버스를 이용할 때도 회사 앞 두 정거장 전에서 내려 걷는 운동을 생활화 한다. 그들은 회사 책상 옆에 늘 운동화를 두고 시간이 날 때마다 회사 주변을 산책한다.  

건강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회식하는 풍경도 다르다. 워커홀릭들은 1차 2차 3차.... 사람이 술을 마시는 단계에서 술이 사람을 마시는 단계까지 마신다. 한국의 술자리는 어디까지나 많이 마시는 사람의 주량에 맞춰 술을 마신다. 그러다보니 주량이 약한 사람들은 숙취와 해독으로 고생을 하게 된다. 하지만 건강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회식을 1차로 끝낸다. 상사에게도 자신은 건강을 위해 술과 담배를 끊었다고 과감하게 선언하고 그 불이익을 몸소 담당한다. 사내정치와 라인이 중시되는 인맥 중심의 한국 직장사회에서 일반 회사원이 술을 안마시게 되면 사회활동에 많은 제약이 생긴다. 그러나 건강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직장도 자신의 건강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그 불이익을 당당히 감당한다. 

이렇게 워커홀릭과 일반 샐러리맨과 건강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나중에 자신의 노력에 따라 서로 다른 인생의 후반기를 보내게 된다. 워커홀릭은 40대 돌연사로 일반 샐러리맨들은 유병장수로 그리고 건강을 중시하던 사람들은 무병장수로 인생의 마지막을 장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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