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0세인들이 들려주는 남다른 소식 노하우는?

소식은 지금까지 알려진 장수 방법 중 가장 과학적이고 안전한 방식이다. 노화를 일으키는 주범이 활성산소로 알려지면서, 체내 활성산소를 가장 줄이는 생활방식이 소식이라는 점을 알게 된 것이다. 


소식 장수법은 어려운 이론이 아니다. 영양가 높은 음식을 많이 먹으면 더 많은 활성산소가 배출되므로 건강하게 장수를 하려면 소식을 해야 한다는 단순한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 소식과 장수의 연관관계는 전 세계 장수학자들로부터 입증된 사실이라 국내외 연구진들의 각종 연구와 실험을 통해 확인된 사항이다.



그런데 서울대 체력과학노화연구소에서 우리나라 백세인들의 식탁을 조사해 본 결과 기대와 다른 연구 결과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생각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 100세인들의 경우, 일반 노인들에 비해 결코 적지 않은 식사량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보다 깊은 연구를 통해 소식에 대한 중요한 실천사항을 발견할 수 있었다. 소식을 하긴 하되, 우리가 생각하는 평범한 소식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100세인들의 소식은 어떤 특이점을 갖고 있었던 걸까?




젊은 시절보다 적게 먹는 소식


서울대 체력과학노화연구소에서 심화 관찰한 100세인들의 경우를 보면 우리나라 100세인의 칼로리 섭취량은 결코 적지 않았다. 예를 들어 경남 거창에 사는 정할머니(101세)는 밥 한 공기에 감자 세 개, 김, 김치, 나물 등을 한끼 밥상으로 차려 하루 2,200kcal에 육박하는 열량을 섭취하였다. 전남 곡성의 하할머니(102세)는 쌀밥, 호박찌개, 김치, 장아찌 등으로 하루 2,000kca가 넘는 열량을 섭취하였다.


우리나라 일반 성인의 하루 섭취 열량이 1,800~2,200kcal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인으로 보기에도 식사량이 많은 편이었다. 한남대 식품영영학과 이미숙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백세인의 평균 섭취 열량은 1,318kcal였다고 한다. 서울대 체력과학노화연구소의 조사 결과보다 상당히 낮지만 이 수치도 집에서만 활동하는 대다수 노인들의 하루 평균 열량인 1,100kcal에 비하면 훨씬 많은 양이었다.


이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소식이 장수의 비결이 아닌 과식이 장수의 기본 조건인 것처럼 보인다. 연구 결과가 예상 밖으로 나오자 연구진들은 백세인들에게 보다 심화된 질문을 던졌다. 늘 이렇게 많이 먹는지 횟수와 양에 대한 질문을 했다.


그러자 매우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현재 하루 평균 섭취량이 물론 많은 양이지만, 젊은 시절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양을 섭취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경남 거창에 사시는 정할머니는 “이게 뭐가 많아? 한참 일할 때보다 많이 줄었어.”라고 대답했고, 전남 진도의 임할머니(90세)는 젊었을 때는 많이 먹었지만, 늙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히 먹는 양도 줄었다고 답했다. 전남 보성의 안할머니(98세)는 나이로 인해 치아가 약해지면서 식사량도 줄었다는 말을 했다.


따라서 이 사실을 통해 볼 때 소식의 양은 일반적인 표준 열랑 수치에 따라 정할 수 없고, 먹는 양은 개인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적어도 장수를 위해선 젊은 시절에 비해 먹는 양을 줄이는 소식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몸이 움직이는 만큼, 활동량에 비례하는 소식


한국 100세인들의 하루 섭취량이 매우 많은 것 같아도 실제 노인들의 활동량을 고려하면 그 섭취량은 결코 많은 것이 아니었다. 하루 섭취량에 활동량을 대입하면 분명 한국 100세인들의 식탁은 소식의 조건에 부합했던 것이다.


우리나라 백세인 대부분은 80대까지 몸을 많이 쓰는 농사일을 손수 했고, 논농사가 힘들어지면 텃밭을 가꾸고 가까운 곳에 품을 파는 일로 가사 일을 도울 정도로 활동적으로 살았다. 



서울대 연구팀은 연구조사를 위해 방문 당시 100세인들의 활동력에 깜짝 놀랐던 장면을 책 《장수의 비밀》에 담고 있다. 전남 영광의 김할머니(101세)는 연구팀이 방문했을 때 밭을 매고 돌아오는 중이었고, 전남 금성의 양할머니(102세)는 손수 빨래를 하고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경북 상주의 조할아버지(94세)는 마치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 최고령자 프랑스의 잔 칼망이 110세까지 자전거를 탄 것처럼 9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자전거를 타고 일을 보러 다녔다고 한다. 


백세인들은 남성의 경우 아침부터 늦은 시간까지 밭에서 일을 하고, 여성들은 집안일에 열심이었으며 매일 아침 앞마당과 방을 부지런히 청소하였다.  


백세인들의 자녀들에게 부모들의 장수 비결을 물어보면 가장 흔하게 듣게 되는 것이 “부지런해서” “많이 움직여서” “쉴새없이 움직여서”라는 대답이 많았다고 한다. 그만큼 백세인들은 100세가 지난 나이에도 불구하고 젊은 시절을 방불케 하는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하였다.


활동량이 많으면 우리의 인체는 더 많은 영양소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만큼 식사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것은 가까운 이웃인 일본의 오키나와 백세인들에게도 찾아볼 수 있다. 일본 오키나와 100세인의 연구에 의하면, 집에서 활동하는 일반 노인의 하루 섭취량은 1,100kcal였지만 오키나와의 100세 이상의 노인들은 100세가 될 때까지 하루 1,361kcal의 균형잡인 식사를 생활화 했다고 한다.  


겉으로 볼 때는 하루 1,361kcal를 섭취한 100세인들이 과식을 하고, 하루 1,100kcal를 섭취한 집 안에만 머물던 노인들이 더 소식을 한 것 같지만, 활동량을 대입해 보면 오히려 하루 1,361kcal를 섭취한 100세인들이 훨씬 더 적게 음식을 섭취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낸 것이다.


한편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활동력이 떨어지면 그에 맞게 식사량도 조절을 해야 한다. 활동량이 줄었는데도 불구하고 먹는 양을 줄이지 않으면 그 칼로리는 지방으로 고스란히 축적되게 된다. 


도시에서 살고 있는 중년들이 대부분 살이 찌는 이유는 젊은 시절 식사량을 중년에도 동일하게 유지하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엔 여러 가지 운동도 많이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걷는 시간도 많다. 그에 비해 중년이 되면 바빠서 운동 시간을 내기 힘들고 가까운 곳도 자가용을 이용하여 활동량이 크게 줄게 된다. 하지만 입맛은 더 고급이 되어 자가용을 타고 이름난 맛집을 찾아다니다 보니 활동량에 비해 먹는 양은 줄지 않고 덕분에 먹는 것은 그대로 살이 되어 복부비만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100세인들은 활동량이 줄어들면 그에 비례하여 더 적게 먹는 것을 생활화 하고 있었다. 




간식양에 비례하여 먹는 양을 줄이는 소식


한국의 100세인들은 일부러 소식을 지향하는 소식주의자들은 드물었다. 자연스러운 것을 중요시 하였다. 그러나 매끼 먹는 식사량은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였다.


보통 한국 사람들은 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삼겹살 집에서 고기를 먹고 나서 공기밥과 된장국을 추가하여 먹기도 하고, 고기집에서는 필히 냉면을 한 그릇 추가시킬 경우가 많다. 점심 때 라면이나 짬뽕을 먹으면 뭔가 아쉽다고 밥을 말아먹고, 간식으로 피자나 빵을 먹은 다음에도 식사 때에는 밥을 꼭 먹어서 하루에 3끼 식사를 반드시 유지한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밥 들어가는 배와 빵 들어가는 배가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그런데 한국의 백세인들의 경우에는 평소 간식을 즐기지 않지만, 간식을 먹게 되면 그날 반드시 식사량을 줄여 총 칼로리량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습관이 있었다. 

 

만일 어느날 오후 이웃이나 손자가 놀러와 빵이나 떡과 같은 간식을 먹었다면 그날 저녁엔 오후에 간식을 먹은 만큼 밥을 덜어내고 식사를 한다고 했다. 


백세인들이 일부러 칼로리를 계산하고 식사량을 조절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음식을 먹고 나면 자연히 입맛이 당기지 않기 때문에 식사량을 줄이게 된다고 한다.


사실 우리 몸은 충분한 양의 음식을 먹으면 식욕과 입맛이 떨어지게 되어 있다. 그래서 몸이 보내는 신호에 입각해 음식을 섭취하면 몸에 부담을 주는 일은 거의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 가정의 냉장고에 가득 차 있는 맛있는 음식과 대문 밖에 나서면 우리에게 입맛을 돋게 하는 수많은 음식 광고들로 인해 우리는 자연스런 식욕보다는 인위적으로 고양된 입맛에 의해 과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백세인들은 본능적으로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식사량을 알고 조절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따라서 사람이 장수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식욕과 식사량을 통제할 수 있는 자기 몸의  자율통제시스템을 복원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한국 100세인으로부터 배우는 소식 노하우


첫째, 젊은 시절보다는 적게 먹어라

둘째, 활동량에 비례하여 음식을 조절하라

셋째, 간식을 먹었으면 밥을 적게 먹어라.




100세인들의 식사량이 예상보다 많다는 점의 시사점


첫째, 소식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식사량을 줄여서는 안된다. 자신의 활동량과 자기 건강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입에 침이 마르고, 위장에는 위액의 분비가 잘 되지 않는다. 침샘이 마른다는 것은 녹말을 분해할 수 있는 프티알렌 혹은 아밀라아제가 줄어들어 탄수화물 소화 흡수가 어렵다는 것이고, 위액의 분비가 준다는 것은 그만큼 단백질의 분해와 소화 흡수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젊을 때랑 동일한 양의 음식을 먹는다고 해도 몸에 소화 흡수되는 양은 젊은 시절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음식을 충분히 씹고 천천히 먹어야 하며, 식후에 감식초 한잔을 먹는 것이 좋다.


그런데 노인들의 치아상태는 점점 약화되어 저작능력도 약해진다. 틀니와 임플란트를 한 치아는 자연치아에 비해 씹는 힘이 경우에 따라서는 10분의 1에 수준으로 떨어진다. 따라서 동일한 시간 음식을 씹는다고 해도 입안에서 음식의 분해 능력은 젊은 시절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그에 비해 나이가 들수록 우리 몸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와 다양한 효소들의 보충은 더욱 절실하다. 나이가 들면 우리 몸에서 생성되는 영양소와 효소의 양도 급감하고 일부 영양소의 경우에는 생산이 정지된다.   


따라서 소식이 중요하다고 해서 생각 없이 칼로리를 줄이고 보는 뭇지마 소식이나 나이가 들었다고 무조건 실시하는 연령별 다이어트 방식의 소식은 지양해야 한다.


그리고 둘째로 소식도 중요하지만 활동량도 중요하다는 점이다. 백세인들의 특징이 일을 찾아 쉼 없이 움직이는 부지런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소식을 하고 힘이 없어 집에 웅크리고 앉아 있기보다. 넉넉하게 먹고 밖에 나가 열심히 활동하는 것이 건강과 장수에 유익하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백세인들과 오키나와 백세인들은 공통적으로 집에 머무는 일반 노인들보다 칼로리 섭취량이 더 높았다. 


많은 소식주의자들이 급하게 건강을 회복하겠다고 음식량을 줄이고 동시에 운동량을 늘리는 2Way 방식을 쓰곤 하는데, 적당한 선에서 실천하면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소화 흡수력이 떨어진 노년층에겐 빈혈과 영양실조 같은 현상이 동반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평소 일과 운동을 통해서 충분한 활동량을 확보하고 있다면 노년층의 경우 굳이 식사량을 지나치게 줄이지 않는 것이 건강에 더 유익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셋째, 식사량을 줄일 때는 자연스럽게 줄이라는 것이다. 한국의 100세인들은 인위적으로 식사량을 통제하지 않았다. 시중의 체중조절 방법처럼 특정 몇 칼로리를 목표로 음식량을 줄였다기보다는 자신의 몸이 반응하는 최고의 건강한 상태를 경험적으로 찾아냈다. 


입맛이 당기지 않으면 먹지 않고, 몸이 받지 않으면 더 이상 숟가락을 들지 않았다. 그러나 또 먹고 싶은 것은 아낌없이 먹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자기조절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였다. 그런 면에서 한국 백세인들이 생활 속에서 실천한 소식은 자신의 몸에 가장 잘 맞는 식사량을 찾아가는 자연적 과정이었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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