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 대한민국, 대안은?
- 초고령사회생존법
- 2017. 6. 2. 08:00
자타공인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나라이다. 불과 1세기 전만 해도 고요한 아침의 나라이자 동방의 등불과 같은 세계사적 격변이 도달하지 못하는 정적인 나라였지만,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나라이다.
그런데 빠르다는 것이 좋기만 한 것인가? 빠르게 성장했기에 빠르게 성숙하고, 또 빠르게 늙어가며, 빠르게 소멸할 것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전반기 50년이 빠른 스피드의 장점을 누리고 그 열매를 거두어 온 시기였다면 앞으로 펼쳐질 50년은 빠른 성장에 따른 부작용과 댓가를 치뤄야 하는 시기가 될 수도 있다.
2050년이 되면 한국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늙은 나라가 된다. 미국 통계국의 2015년 통계에 의하면 조사대상 141개국 중 2050년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35.9%로 일본 40.1%에 이어 세계 2위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나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로 나타났다. 1980년 65세 이상 인구가 3.8% 불과했는데 2015년 13.0%를 기록했고, 2050년에는 35.9%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이 됐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은 2026년 예상으로, 시민혁명의 나라 프랑스가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는 데 157년이 걸렸고, 산업혁명을 일으킨 나라 영국이 100년, 산업과 금융 자본의 나라 미국이 89년 걸렸다면,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대한민국은 2000년 고령화 국가 진입 후 27년만에 초고령화 국가로 진입하는 것이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수명 증가로 고령화 현상은 전세계적 추세이고, 한중일 3국은 역시 고령화가 심각하다. 그런데 그중 유독 한국의 고령화는 더 빠르고 인구절벽과 함께 심각하게 왜곡되어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 나라가 될 수 밖에 없었을까? 필자는 혹 중국의 만만디 정신과 대조적으로 우리 문화의 ‘빨리빨리’ 문화조급증이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와 만나 이처럼 왜곡된 인구구조를 가져오지 않았을까 하고 한번 생각해 본다.
빨리빨리. 무언가에 쫓기듯 달려온 대한민국
한강의 기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한 나라. 지금의 대한민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에서 가장 스피디한 나라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와 핸드폰 보급률, 패션의 유행 사이클과 산업의 흥망성쇠가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다.
배달의 민족이라는 별칭에 부합하듯이 한국은 택배와 배달 서비스 역시 전광석화와 같다. 외국의 택배들이 일주일 정도 시차를 둔다면 한국 택배사는 당일배송과 총알 배송을 앞세운다. 그 시간도 기다리지 못해 퀵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많다.
외국인들이 인정하는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 때문인지 한국인들은 오래 걸리는 것을 참지 못한다. 누구도 지긋하게 기다려 주는 것을 하지 못한다. 어머니들은 아이들을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유치원에서 영어와 산수를 가르치고, 영어조기교육과 초등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학교 정규과정보다 1년 앞서는 선행학습으로 지도하다가 쪽집게 과외를 시키고 조기유학을 보낸다.
지금은 워낙 선행학습이 일반화 되어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따로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정규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학교 선생님들은 이미 학생들이 학원에서 다 배웠다고 생각하고 수업에서 철저히 학생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버지들은 빨리 부자가 되기 위해 주식 중에서도 초단타 매매와 선물 옵션에 손을 대기도 하고, 어머니들은 빨리 노후 목돈 10억 만들기 위해 아파트 부동산과 경매 투자에 열심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차근차근 연구 투자를 통해 성장하려고 하기보다는 빠른 추적자 전략을 통해 1등의 창조물을 빠르게 모방하여 단가를 낮춰 판매하는 신속한 2인자 전략으로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기업의 주주들은 기업이 빠른 성과를 보여주길 원하고, 기업 경영자들은 주주들에게 빠른 수익과 배당을 해주기 위해 단기적 실적주의 문화를 만들고 기업의 조직원들을 강력하게 푸쉬하는 경영 의사결정을 한다. 빠른 실적을 내지 못하면 승진에서 누락되는 것은 물론 퇴출 1순위가 되고, 신속한 판단력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속도 경쟁에서 낙오된 조직원은 감원의 대상이 된다.
경영자들은 빠른 영업이익과 단기 실적을 달성하기 위해 협력업체의 납품 단가 후려치기와 월급을 많이 받는 중간관리직에 대한 상시적 구조조정, 신규 인력의 채용 보류, 비정규직 직원들의 임금 동결을 통한 비용절감 효과를 활용한다.
살벌한 기업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자들은 가정을 포기하고 야근과 철야, 휴가를 반납하고, 여자들은 아이를 포기하고 결혼을 포기한다.
정치가들 역시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건실한 경제 성장보다는 가장 빠른 경제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미래 후세들이 사용해야 할 자원인 부채를 끌어들여 국민 총생산에 20%를 차지하는 부동산 활성화 정책으로 인위적으로 경제를 부양한다.
정부의 건설 부양 정책으로 빚을 통해 국민총생산을 늘리는 정책은 국민들이 쌓아올린 부가가치는 대부분 부동산 투자가들에게 이전되는 효과를 가져왔고, 언제나 노동소득의 증가분보다 아파트 가격 상승이 높았기에 국민들은 앞 다투어 부동산에 올인하는 투자문화를 가져왔고, 그러한 부동산 거품 때문에, 창의적인 기업의 혁신 문화와 건실한 노동자들의 땀과 노력은 추락하는 존재들의 허무한 날개 짓이 되고 말았다.
홍대앞 카페 문화가 형성에 있어 예술가들의 노력들이 결국 건물주들의 이익만 증가시켜 주었을 뿐 창조적인 예술가들의 노력들이 무슨 보상을 받았는가? 중소업체에 다니는 건실한 노동자들의 땀과 노력, 성실성으로 평생 아무리 노력해도 조그만 집 한 칸 마련하기 어려운 것들은 우리나라의 왜곡된 경제 구조를 보여준다.
대한민국 이제 빨리 늙어갈 시간만 남아
앞으로가 문제이다. 최근 일본에는 ‘하류노인’ ‘무연 사회’ 등과 함께 ‘노후파산’이란 말이 유행어가 되고 있다.
노후파산은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중산층의 노후 자금이 불안정한 노동 소득과 치료비가 많이 드는 질병 치료비로 바닥을 드러내 결국 빈곤 계층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고령화율 20%를 넘는 일본에는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는 극단적 상황에 처한 빈곤 노인층에 대한 심각한 사회 문제가 이슈화 되고 있다.
예를 들면 무연사회에서 홀로 병들어 죽고 나서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발견되는 고독사 문제와 주변 상권의 몰락으로 생필품을 구입하러 1시간이 넘는 거리를 걸어다니는 구매 난민, 소비세 인상과 복지 축소로 연금소득이 떨어지고 치료비 부담이 늘어나 하루 한끼만 먹고 사는 노인 증가, 갑작스런 100세 이상 노인 급증으로 이유를 알아보니 연금수령을 위해 자식들이 사망신고를 하지 않아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노인 급증하는 문제, 퇴직 이후 환경 변화에 격분하여 도로를 역주행 하거나 범죄에 가담하는 폭주노인과 망주노인 문제로 열도가 조용한 나날이 없다.
노후파산, 일본노인의 문제가 아닌 지금, 우리나라의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기초연금과 아직 가족소득 이전으로 다행히 일본처럼 굶는 노인이 많지 않고, 가족 공동체가 아직은 가동하고 있어 일본식 무연사회의 폐해는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노후파산문제는 오히려 우리나라가 더 심각한 문제이며 지금 이미 실현되고 있는 문제이다.
우리나라 노인들의 빈곤률은 49.6%로 OECD 국가 중 단연 1위다. 비중도 문제이지만 증가 속도도 더 큰 문제이다. 2014년에 발표된 한국경제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2006년 105만 가구에 불과했던 소득 취약 노인 가구가 2013년에는 184만 가구로 50% 이상 늘었다.
우리나라 세대별 빈곤율은 0~17세의 구간의 경우 빈곤율은 8%에 불과(상위 5위), 18~25세는 9.1%(상위 7위), 25~65세는 9.7%로 평균(20위)에 해당하다가 65세 이후 급작스럽게 49.6%로 증가한다.
통계에서 보여주듯이 우리나라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가난해 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일생의 말년을 가난과 질병과 고독 속에서 보내야 하는 밝지 못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늦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대비책이 시급하다. 그리고 그와 별도로 개인이 알아서 미리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국가가 마땅히 해야할 역할이 있지만 역사적으로 우리나라는 국가적 위기가 있을 때 국민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던 나라였다. 임진왜란이나 일제시대, IMF 모두 국민이 의병과 독립투사가 되어 외적과 싸우고 금모으기 운동으로 나라를 일으켰지 국가와 지도층이 리더십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
공동체의 신뢰감은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국가를 신뢰하고 있다가 개인이 반드시 해야할 준비를 못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 국가에 대해 지나친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결국 돕는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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