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노후, 고독력 훈련이 답이다
- 초고령사회생존법
- 2017. 6. 4. 07:00
기쁜 소식이다. 고대 중국의 진시황제도 얻지 못했던 장수의 시대가 대한민국에서 열린다. 2030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세계 보건기구(WHO)와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은 OECD 35개 회원국의 기대수명을 분석한 논문을 2017년 2월 21일 영국 의학저널 ‘랜싯’을 통해 발표했는데, 2030년 출생자를 대상으로 한국인은 여성은 90.82세, 남성은 84.07세를 기록 남녀 공히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기대수명이 세계 1위로 선정 되었다는 것은 가장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한국인들은 기쁨보다는 오히려 근심이 앞서는 것 같다. 아마도 오래 사는 것은 축복이지만 준비 되지 못한 노후는 재앙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 한국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충분히 준비 된 건강한 장수는 누가 보더라도 큰 축복이다. 그러나 미처 준비 되지 못한 장수는 그만큼 불행한 시간의 연장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고령화 사회의 또 하나의 변수인 고독의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 대안으로서 고독력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겠다.
소득은 줄어 노후파산이 예비 되어 있고, 장수는 하되 건강하지 못한 유병장수가 기다리고 있는 이 때 또 한 가지 복병이 기다리고 있다. 나홀로 장수 곧 혼자 사는 긴 노년의 기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2016년 7월 기준으로 행정자치부 인구통계 자료에 의하면 신고 가구 중 1인가구의 세대주는 모두 736만106명이었다. 순수한 가구 수로만 계산했을 경우 2015년말 기준 1인 가구는 520만3천가구였으며 전체 가구 중 27.2%를 기록하여 그동안 1위였던 2인 가구를 제치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가구가 되었다.
그 중 65세 이상 1인 가구는 120만3천가구를 기록하여 전체 1인 가구의 23.1%를 기록했다. 현재의 속도로 증가하면 2045년에는 65세 이상 1인 가구가 374만9천가구로 지금의 3.1배가 증가할 전망이다.
실로 엄청난 증가세다. 2000년에 54만 명에 불과했던 혼자 사는 노인이 2011년에는 112만 명으로 증가하고 2015년 120만 명이 넘어섰다.
예전에는 원래 결혼을 안 했거나 어쩔 수 없는 가정사 때문에 할 수 없이 혼자 사는 노인들이 대다수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자식들이 함께 살고자 해도 스스로 원해서 혼자 사는 경우가 더 많아 지고 있다.
50세, 혼자 먹는 점심에 익숙해 져야 할 나이
홀로 사는 인생의 후반전이 길어지면서 경제적 독립 못지않게 삶의 필수적인 능력이 홀로 지내는 시간을 즐겁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는 고독의 능력이다.
50세 이상이 되거든, 가족과 함께 살고 있든 혼자 살고 있든 ‘혼자 먹는 점심’에 익숙해 져야 한다. 그것은 앞으로 펼쳐질 긴 상실의 시간을 대비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앞으로 펼쳐질 인생은 그동안 전생애를 바쳐온 무대인 직장을 떠나보내고, 직장 동료들과 협력사 지인들을 보내야 하며, 자식들을 출가시켜 떠나보내고 친구와 친지들, 남편과 마누라를 떠나보내는 긴 상실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하루 한 끼 정도는 스스로 요리하여 밥을 차려 먹도록 하자. 장보기에서 재료 다듬기와 상차리기와 먹고 설거지하기까지 혼자 계획해서 혼자 실행하고 혼자 마무리 짓는 생활을 하도록 하자.
빨래 정도는 스스로 하자. 속옷과 때가 안지는 셔츠 소매와 목 칼라에서 세탁하기 까다로운 모직 양복까지 손수 세탁하고 빨랫줄에 널고 스팀다리미로 줄을 잡는 것까지 혼자 수행하도록 하자.
중년 이후 남자들은 혼자 사는 데 매우 서툴다. 된장국 하나 끓이는 것이 어렵고, 양말 하나 수납하는 것을 곤란하게 생각한다.
노년과 퇴직을 앞둔 남녀가 가족들과 원만한 삶을 누리려면 먼저 가족들에게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 국가적으로 노인부양 비율이 높아지고, 경제는 어려워져 우리들의 후세들은 마음이 원하더라도 부모와 조부모를 모실 형편이 되지 못한다. 지금도 스스로 제 앞길 모색하기도 어려운 자녀 손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 독립적인 노후를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
퇴직한 남편이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는 이유는, 삼시 세끼를 꼭 차려줘야 밥을 먹을 수 있는 의존적인 모습과 가족과의 대화에 있어서도 가족들이 먼저 살갑게 다가와 주길 바라는 수동적 태도 때문이다.
남편들은 그동안 가족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인생을 다 바쳤던 것을 가족들이 인정하고 노후의 삶에 대해 보상적 존경과 우대를 원하지만, 가족들은 그 동안 남편과 아버지 없이 오랜 세월을 살아온 자신의 삶과 세계의 안정이 지켜지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남자들이 퇴직을 했을 때 가족들과 함께 많은 시간을 함께 하길 원하지만 이미 가족들은 남편과 아버지와 함께 하는 삶을 부담스러워 할 경우가 많다.
고독력, 혼자 있는 시간을 인생의 선물로 만드는 시간
따라서 혼자 있는 시간, 억지로 남과 친화력을 쌓아가려는 노력을 경주하기 전에 스스로 홀로 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독력은 마치 캔디의 주제가처럼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같이 노년에 다가온 외로움과 소외감을 견디는 인내심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고독력은 ‘혼자 있는 시간을 보람차고 행복하게 즐기는 삶의 태도’를 말한다. 친밀한 자기와의 대화와 자기 인생을 성찰하는 자세로 의미 있는 자기와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시간이다.
얼마전 세상을 타계한 법정 스님은 불교 초기 경전의 <숫타니파타>를 인용하며 홀로 사는 삶의 기쁨에 대해 설파했다.
‘만일 그대가 지혜롭고 성실하고
예절 바르고 현명한 동반자를 만난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리니
기쁜 마음으로 그와 함께 가라.
그러나 그와 같은 동반자를 만나지 못했다면
마치 왕이 정복했던 나라를 버리고 가듯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무소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소가 아니라 코뿔소를 말한다. 주로 혼자 사는 코뿔소의 오직 직진밖에 모르는 외길 인생의 가장 앞쪽에 전진 배치된 우뚝 선 뿔처럼 세상 모든 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라는 말씀이다.
왕이 정복했던 나라를 버리고 홀연히 떠나듯이 기존 인생에서 이루었던 모든 것을 훌쩍 던져버리고 자신의 길에 매진하라는 의미다. 아무리 정복한 나라의 가치가 크다고 해도 자기 자신보다 더 중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라를 얻기 위해 자신을 버려야 하고, 나라를 버림으로써 자신을 찾을 수 있다면, 두 가지 삶 중에서 어떤 삶이 진정한 가치가 있는 삶이 될 것인가?
무소의 뿔은 사실 세상의 모든 인연을 버림으로써 자신을 얻을 수 있다는 불교적 진리를 담고 있는 화두이다.
그렇다면 기독교 세계에서 고독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성경은 창세기 2장에서 독처하는 아담에게 사람이 혼자 사는 것이 좋지 못하다고 하시며 아담의 갈빗대로 이브를 창조하셨다. 이렇게 보면 기독교에서는 마치 고독이 부정적인 의미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은 생전에 광야와 빈들에서 늘 고독한 시간을 보내셨다. 그것은 고독과 침묵이 하나님 아버지를 만나고 음성을 듣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기독교 영성은 고독과 침묵을 영성수련의 본질로 본다. 고독은 하나님과 함께 있기 위해 번잡한 일과 사람으로부터 분리되는 과정이고, 침묵은 세상의 음성과 나의 욕망의 소리가 아닌 하나님의 세미한 음성을 듣기 위한 기다림의 과정이다.
우리가 불교와 기독교의 세계에서 잠시 살펴보았듯이 고독은 고통이나 제약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잡음과 잡다한 인연의 그물망으로부터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깨달음으로 가는 시간이다.
꽃중년, 자기의 역사를 서술해야 할 시기
그런 의미에서, 중년이 되면 이제부터 일기와 자서전을 쓰기 시작하자. 일기와 자서전을 쓰는 것은 정신건강에 매우 유익한 활동이다. 일기를 쓰는 사람은 자신의 삶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 사람이다. 기록할 만한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하기에 일기를 쓸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자서전은 자기 자신에게 들려주는 자기의 인생 이야기이다. 남에게 보여주려는 인생이 아니라, 남과 같아지려고 노력하는 인생이 아니라 나 자신의 인생을 자신의 시각으로 조망하고 자신의 가치관으로 평가하는 진지한 시간이다.
혼자 있는 삶에 익숙해져라. 혼자 있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것은 자기 자신과 함께 있다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의미이다. 자신과 친해 질 때 삶은 좀 더 살만한 가치가 있다.
노년은 자기 자신과 깊은 대화를 하는 시간이다. 자신과 동행하는 유일한 자신과 좋은 친구가 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어차피 홀로 태어나 홀로 떠나는 인생이다. 고독은 삶의 본질이다.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자신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 노후의 고독이다. 그러므로 고독한 시간은 겉으로는 외로워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가장 충실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다.
노년에 맞이하는 고독은 가족과 친지가 모두 떠나가 외로운 고립이 아니라, 그 동안 복잡한 인연의 고리에 얽혀 제대로 보지 못한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고 우주에서 가장 소중한 자신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어 가는 소중한 고독의 시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앞으로 펼쳐질 1인 장수 시대의 개막이 꼭 재앙만이 아닌 것 같지 않은가? 알고 보면 이 고독한 노후라는 것이 진정한 삶의 축복이었음을 여러분들의 개인 자서전에 기록될 날이 꼭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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