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염증식품2 아가베 시럽, 설탕보다 무서운 과당의 위력

한때 설탕을 대체하는 천연물질이자 모 탤런트의 다이어트 비법으로 소개되어 인기를 끌었던 아가베 시럽은 섭취시 매우 주의를 요하는 식품이다. 


오늘은 미국 건강 정보 사이트 ‘프리벤션닷컴’에서 ‘오늘날 염증을 일으키는 뜻밖의 식품 4가지’라는 제목으로 다룬 위험 식품 중 두 번째 시간으로 아가베 시럽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아가베 시럽은 메이플 시럽과 함께 설탕을 대체하는 천연감미료로 대형마트 유기농코너에 가면 만날 수 있는 프리미엄 식품이다. 대부분 위스키병과 비슷한 무거운 유리병에 담겨 있어 뭔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내뿜는다. 


아가베 시럽은 멕시코가 원산인 용설란 뿌리에서 추출한다. 그런데 용설란 수액은 멕시코를 대표하는 유명한 술인 데킬라를 빗는 원료이기도 하다. 뭐 포도주의 원료인 포도가 레드 와인이나 화이트 와인의 원료이기도 하지 않느냐고 말하면 할 말은 없지만 아가베는 천연물질이라 믿고 어린이들 간식에 많이들 사용하는데 그렇게 함부로 사용하기에는 고려할 사항이 많은 감미료라는 뜻이다. 



아가베 시럽은 당지수가 20-27에 불과해 당지수가 60-65인 백설탕의 3분의 1수준이다. 그에 비해 당도는 1.5배나 높다. 아가베 시럽이 당지수가 낮은 이유는 인슐린 분비를 유도하는 호르몬인 GIP(가스트린억제폴리펩티드(Gastric inhibitory polypeptide, GIP)를 덜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훨씬 적은 양으로도 단맛을 낼 수 있고, 천연 유기농 제품이라 화학첨가제가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당뇨인들은 물론 아기들의 이유식과 어린이 간식에 설탕이나 꿀의 대체재로 자주 이용되곤 한다.


아침식사 대신에 오트밀을 먹는 가정도 많은데, 아가베 시럽은 오트밀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 오트밀에 아가베 시럽을 넣으면 무미건조하고 껄끄러운 오트밀의 식감이 한층 부드럽고 달콤해져 평소 오트밀과 같은 거친 음식을 싫어하던 사람도 쉽게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이런 아가베 시럽의 장점을 생각하고 아가베 시럽을 면역력이 제대로 형성되지도 못한 어린이들에게까지 추천하는 칼럼들도 많은데, 아가베 시럽 사용은 자제해야 한다.




아가베 시럽, 지구에서 과당 비율이 최고로 높은 위험식품


아가베 시럽은 지구상의 어떤 식품보다 과당의 비율이 높다. 설탕에 과당이 50%, 고과당 시럽에 55%가 들어있는데 비해 아가베 시럽에는 과당이 평균 70% 이상 들어 있다. 많이 들어있는 종류는 85% 이상이다. 아가베 시럽 중에는 과당이 97%나 들어있는 종류도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아가베 시럽을 먹는 것은 과당 그 자체를 먹는 것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아가베 시럽은 천연당이니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과당은 인공과당이든 천연과당이든 인체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은 동일하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과당은 비만과 당뇨 등 각종 성인병과 생명을 위협하는 통풍과 심혈관계 질환과 간 질환 및 치매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얼마전까지만 해도 과당은 대사 과정에 인슐린이 필요하지 않다고 하여 포도당보다 안전한 당분으로 인정받았다. 설탕보다 맛있으면서 당뇨환자들도 먹을 수 있는 이상적인 당분으로 시중에 알려졌었다. 


그러나 최근 과당의 대사작용은 간에 큰 부담을 주어 간 기능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발표되면서 가장 안전한 당분에서 가장 위험한 당분으로 위치가 뒤바뀌었다.


과당과 포도당은 탄소를 여섯 가지고 있는 육탄당에 속한다. 그런데 육탄당의 대사에는 핵소키나아제(Hexokinase)라는 효소가 관여한다. 핵소키나아제는 몸 전체 근육에 두로 퍼져 있어 우리가 근육을 움직이면 육탄당을 분해하여 바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핵소키나아제는 포도당과 과당 등 모든 육탄당을 분해할 수 있지만, 문제는 과당과 포도당이 함께 있는 경우 포도당만을 분해한다는 사실이다. 핵소키나아제의 포도당 편애는 너무 심해 과당은 당분으로 보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술 안마시는 할머니도 과일만 먹고 지방간에 걸릴 수 있어


이것은 일반적인 환경에서는 근육이 과당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만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결국 핵소키나아제로부터 버림받은 과당은 혈액을 타고 흐르다가 간에 도착해서야 자신을 분해하여 써줄 프룩토키나아제(Fructokinase)라는 과당 전문 분해 효소를 만나 당분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결국 과당은 간에서만 분해할 수 있는 당분이라는 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간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 장기인가? 일일이 따지면 수백 수천 가지 이상의 역할을 맡고 있는 장기가 간이다. 오로지 과당 분해에만 매진할 수가 없다. 그리고 간에서도 처리할 수 있는 당분의 용량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필요 이상의 과당을 섭취하게 되면 간은 과당을 분해하여 에너지로 사용하기보다 남는 과당을 지방으로 만들어 인체 구석구석에 쌓아둔다. 복부 비만이나 주요 장기 내부의 내장비만의 원인이 바로 대사되지 못한 과당이 지방으로 전환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이 때 인체 곳곳에 쌓인 지방은 당뇨는 물론 각종 대사질환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된다. 특히 간세포에 지방으로 축적된 과당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일으키고 염증을 유발하여 지방간염(Steatohepatitis)을 만든다. 


평생 고기 한 접시, 술 한잔 안마셨다는 할머니들 중에 자신에게 왜 지방간이 생겼다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다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이분들에게 지방간을 만든 주범이 바로 과당이다. 각종 달콤한 과일을 많이 섭취하면 술과 고기를 전혀 하지 않아도 지방간에 걸릴 수 있다.




아가베 시럽,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도 고통을 주는 통풍의 원인


자, 이렇게 지방으로 바뀐 과당만 문제가 되는 걸까? 아니다. 과당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프룩토키나아제에 의해 과당이 대사되는 과정에서 인체에 해로운 요산이 생성된다. 요산은 통풍의 원인이다. 국어교과서에 나오는 시인 윤동주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듯이 스치는 바람에도 심한 통증을 느낀다는 통풍 환자들은 늘 극심한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이 통풍이란 질병은 혈액 내에 요산이 많아져 관절과 여러 조직에 결정 형태로 쌓이게 되어 관절을 싸고 있는 활막에 염증이 발생되어 생기는 질병이다. 



혹자는 어차피 과당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과일이나 아가베 시럽이나 몸에 나쁜 건 똑같지 않냐? 하고 반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과일은 아가베 시럽만큼 과당 함유비율이 높지 않다. 그뿐 아니라 자체 식이섬유와 폴리페놀 등의 유용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 과당의 인체에서 흡수과정을 지연시키고 지방독소를 억제할 수 있는 요소들을 다양하게 가지고 있다. 따라서 아가베 시럽만큼 건강에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더구나 과일은 대부분 섬유질이 많은 다른 야채 채소와 함께 먹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아가베 시럽은 자체 식이섬유를 포함하고 있지 않고 또 당분이 많은 빵이나 쿠키 핫케이크, 지방이 많은 요구르트 등에 뿌려 먹는다. 당분의 해로움이 두 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아가베 시럽의 주 이용층이 아기들과 어린이들이다. 면역력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못한 어린 소비층에게 아가베 시럽의 과당은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또 입맛이 형성되는 어린 시절에 아이들에게 아가베 시럽의 맛과 풍미에 익숙하게 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의 평생 건강에 치명적인 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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