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염증식품4 레드 와인, 건강식품계의 지킬박사와 하이드
- 건강최우선주의/면역력 강화
- 2019. 11. 15. 18:56
한류 드라마의 선봉으로 한국 드라마의 신기원을 이룬 <대장금>은 지금 봐도 감회가 새롭다. 무엇보다 사람의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과 약의 중요성을 가르쳐 준 작품으로 생명의 가치를 알게 해준 드라마였다.
고전적 소재를 현대적 드라마 기법으로 창조해 내는 MBC 이병훈PD의 놀라운 연출력이 돋보인 <대장금>은 가장 성리학적 계급질서가 강화된 조선 중기에 천민 출신의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실력만으로 정3품 국왕의 주치의까지 신분 상승을 이룬 서장금이라는 한 커리어우먼의 인생역정을 다루고 있다.
소재면에서도 현대 시리즈 드라마의 본격 장르인 음식과 의료를 다루고 있어 시대를 앞서 나간 매디컬 드라마이며 푸드 스토리텔링 작품이었다. <대장금>의 주인공 장금이는 오늘날로 치면 최고의 셰프이자 최고의 닥터였다.
2003년 방영된 작품이라 거의 16년이나 지난 내용이건만 지금도 기억에 남는 대목이 있다. 총 54부작 드라마의 중반부 34편에는 장금이가 궁에 들어가기 전 전의감에서 의녀가 되기 위해 시험을 치루는 내용이 나온다.
의학교수 신익필 앞에서 다양한 약재를 늘어놓고 약초와 독초를 구별하는 시험이었는데, 장금은 그동안 읽었던 의서에 기록된 대로 정확하게 약초와 독초를 구별하여 답안에 적어 넣었으나 신익필은 장금에게 최하위 낙제 점수를 준다.
의학교수 신익필 앞에서 2번이나 불합격이 되고 나서야 마지막 시험에서 약의 본질을 깨우친 장금이가 구술시험을 보고 있는 장면이다.
“약초와 독초는 따로 구분할 수 없습니다. 약이란 모두 각각의 효능이 있어 병에 맞춰 그 약을 쓰면 약초요 잘못 진단하여 잘 못 쓰면 독초입니다”
그렇다. 애시당초 약과 독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약재들이 환자의 질병의 정도와 체질, 그리고 약의 양에 따라 약초가 될 수 있고, 독초가 될 수 있는 것이었다.
서두에서 뜬금없이 대장금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오늘 주제인 레드 와인이 바로 약과 독의 경계에 있는 식품이기 때문이다. 먹는 사람의 체질과 먹는 양에 따라 레드 와인은 건강을 위한 최고의 음료가 될 수도 있고, 몸을 상하게 하는 독성 물질이 될 수도 있다. 마치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좋은 면으로 보면, 레드 와인은 세계적 장수 식단으로 알려진 지중해식 식단의 핵심 메뉴로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건강식품계의 레전드이다. 레드 와인은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수퍼푸드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그러나 레드 와인의 섭취를 반대하는 입장의 논리도 만만치 않다. 레드 와인은 숙성 과정에서 인체에 해로운 각종 곰팡이와 독성 물질을 만들어 내고, 수십년 이상 장기간 보관을 위해 몸에 나쁜 인공적인 첨가물을 가미한다. 레드 와인이 각종 염증과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또한 단맛을 강화시키기 위해 설탕 또한 첨가된다. 레드 와인은 마신 후 심각한 두통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두통을 유발하는 매우 다양한 물질들을 함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발암의심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이 글을 통해 레드 와인에 대한 진면목에 대해 보다 심도 깊은 지식을 얻게 될 것이다.
오늘은 뜻밖의 염증식품 마지막편으로 미국 건강 정보 사이트 ‘프리벤션닷컴’에서 ‘오늘날 염증을 일으키는 뜻밖의 식품 4가지’라는 제목으로 다룬 위험 식품 중 네 번째 주제이기도 하다.
자 그렇다면, 먼저 레드 와인은 얼마나 건강에 좋은 걸까? 레드 와인이 동서양을 넘어 세계인들에게 오랫동안 사랑 받아온 이유를 탐구해 보자.
레드 와인, 히포크라테스와 파스퇴르도 인정한 약효
히스타민 증후군이나 알레르기
질환이 없고 하루에 한 두 잔 정도 적정 양을 마시는 자에게 레드 와인은 더할 나위 없는 건강식품이다. 성경 창세기에 노아가 레드 와인을 마셨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적포도주를 마시는 풍습은 인류의 기원과 함께 시작되었다. 그리고 인간과 함께 한 역사가 긴 만큼 그 효능에 대한 연구 자료 또한 방대하다.
고대 그리스 로마 문명권에서 레드 와인은 일종의 만병통치약으로 쓰였다.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는 와인이 ‘약으로서 가장 맛있는 것으로 건강할 때나 아플 때나 변함없이 대단히 훌륭한 것’이라 격찬했다. 아플 때는 치료약이고 건강할 때는 질병의 예방제로 기능하는 와인은 고대 사회의 음식이자 약이었다.
기독교 문명에서도 와인은 교회가 보증하는 공신력 있는 치료제였다. 신약성서의 대표적인 기자였던 사도 바울은 에베소 교회에 보내는 편지에서 ‘술 취하지 말라’는 내용을 통해 초기 기독교인들의 삶에 절제된 도덕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그의 영적 아들인 디모데에게 보내는 편지에서는 “이제부터는 물만 마시지 말고 네 비위(脾胃)와 자주 나는 병을 인하여 포도주를 조금씩 쓰라”(딤전 5:23)는 권고를 통해 술로서 와인은 금지했지만 치료제로서 와인은 권장하였다. 2천년 전 레드 와인이 위장병 치료제로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근대에 와서도 와인의 치료 효과는 사회적으로 인정되었다. 미생물학의 권위자이자 알코올 발효 원리를 알아낸 파스퇴르는 와인을 일컬어 ‘가장 위생적인 건강한 음료’라고 말했고, 페니실린을 발견한 플레밍 또한 와인의 치료능력을 인정했는데 그는 ‘페니실린이 환자를 구한다면, 와인은 죽음을 생명으로 되돌릴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알려진다.
현대 과학자들도 다양한 실험을 통해 와인의 효과를 증명해 냈다. 오늘날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레드 와인의 효과는 다음과 같다.
레드 와인, 프렌치 패러독스로 세계인의 장수식단으로 자리매김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프렌치 패러독스’로 프랑스 사람들은 어느 나라보다 술과 고기를 즐기고 줄담배를 피우는데도 불구하고 심장병 발병률이 낮은 현상을 빗대어 나타낸 것으로 ‘프랑스인의 역설’이라고 불린다.
특히 1991년 미국 CBS 방송사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 ‘60분(60 Minutes)’에서 방영된 미국인과 프랑스인의 심장병 사망률 연구는 미국사회를 경악시켰다. 햄버거와 감자튀김을 즐겨 먹는 미국인들의 심장병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182명 꼴이었는데, 기름진 푸아그라와 송아지 고기에 레드 와인을 즐기는 프랑스인들의 동일 질병의 사망률은 102~105명, 프랑스 남쪽 도시 툴루즈의 경우는 78명으로 미국인들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낮은 사망률을 나타냈다.
당시 프랑스인과 미국인들의 콜레스테롤 수치와 흡연률은 비슷했고, 지방 섭취량은 오히려 프랑스쪽이 더 높았다. 그럼에도 프랑스인들은 미국인보다 더 심장병에 덜 걸리는 이유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의문은 CBS의 ‘60분’의 방영보다 앞선 1989년 세계보건기구의 조사 결과에 어느 정도 나와 있다. WHO는 프랑스인들이 다른 나라보다 심장병에 덜 걸리는 이유가 레드 와인 때문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레드 와인의 폴리페놀 효과
레드 와인 폴리페놀 3총사, 라스베라톨, 탄닌, 퀘르세틴
이처럼 레드와인이 심장병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일찍이 독일의 니콜라이 보름 박사(Nicoli Worm)에 의해 제기된 것이다. 와인에는 OPC(Oligomertic Proanthocyanidine Complexes)라는 폴리페놀 화합물이 들어있다. 라스베라톨, 탄닌, 퀘르세틴 등 이들 폴리페놀은 각종 질병과 노화 예방에 효과가 있다.
와인 중에서 특히 레드 와인은 시고 떫은 맛이 강한데 그것은 폴리페놀이 더 많기 때문으로 혈액 속의 나쁜 콜레스테롤이 산화되는 것을 억제하고 혈전을 방지하는 작용을 하여 동맥경화를 막아준다고 알려지고 있다.
레드 와인에 특히 많이 들어있는 라스베라톨은 식욕을 억제하는 칼로리 통제 매커니즘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당분에 덜 민감하게 작용하고 수명을 연장시키는 작용을 한다고 한다. 노르웨이 대학의 벌을 통한 실험연구에서, 레스베라톨을 섭취한 벌은 수명이 33~38% 가량 늘어나는 장수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라스베라톨의 진정한 힘은 강력한 항산화 효과에 있는데, 얼마나 항암효과가 강한지 암을 예방하는 효과는 물론 진행 중인 암을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항암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연구에 의하면 암치료제로 자주 쓰이는 라파마이신은 내성이 생기기 쉬워 쓸수록 치료효과가 낮아지는데 라스베라톨을 함께 쓰면 암세포의 내성을 극복하고 치료 효과가 강화되는 작용을 한다고 한다. 따라서 항암치료를 받기 전에 레드 와인을 마시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라스베라톨은 그 밖에도 항바이러스와 신경보호작용, 항염작용을 갖고 있다.
레드 와인의 떫은 맛의 원인 물질인 탄닌(Tannin)은 유독물질인 알카로이드와 니코틴을 체외로 배출시켜 주는 작용을 한다. 담배 많이 피우는 사람들에게 좋은 작용을 한다.
또한 몸 안의 병원균을 죽여 살균 효과를 갖고 상처를 빨리 아물게 하는 지혈 효과를 갖고 있으며 상처 부위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소염작용을 한다.
고대사회에서 전쟁 중에 부상 당한 환자를 치료하는데 포도주가 살균제로 많이 쓰인 것은 탄닌 성분의 효과 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레드 와인의 퀘르세틴 역시 강력한 항산화제로서 몸 안의 과산화물을 제거하며 강력한 항암효과를 갖고 있다. 그리고 갈산은 면역력을 증진시키며 항박테리아와 항바이러스, 항염, 항알러지 효과가 있다. 갈산은 장 속의 유해세균을 죽이는 작용을 하여 장내 세균총의 균형을 맞춰주는 작용 또한 한다.
그런데 퀘르세틴과 갈산은 알코올에 잘 용해되어 체내에 잘 흡수되는 성질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레드 와인이 다른 건강식품보다 유리한 점이 바로 알코올과 폴리페놀의 복합체라는 점이다.
레드와인, 1~2잔까지는 약(藥), 2잔 이상은 독(毒)
레드 와인은 또한 영양가가 높다. 현대인의 식탁에서 결여되기 쉬운 무기질의 보고이다. 레드 와인에는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 철분 등이 다량 들어 있다. 이들 무기질은 흡수률이 낮은 것도 문제가 되는데, 레드 와인은 발효 숙성 과정에서 이들 무기질들이 잘 흡수될 수 있는 형태로 바꿔준다.
그리고 포도 껍질의 폴리페놀의 강력한 항산화 효과는 피부 노화를 막아주고 멜라닌 형성을 억제하여 기미와 주근깨 색소 침착을 막아 젊고 탱탱한 피부를 유지시켜주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이들 효과 외에도 레드 와인은 피로 회복과 감기 예방, 소화촉진과 같은 일상의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와 암과 같은 중대 질병을 예방하는데 크게 도움을 준다.
특히 염증과 관련하여 레드 와인을 하루 1~2잔 정도를 섭취하면 염증 지표인 혈중 C 반응성(CRP) 단백질 수치를 낮출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상을 마시게 되면 이것은 오히려 염증을 만들어 내는 작용을 한다. 하루 2잔 이상 레드 와인을 섭취하면 오히려 C 반응성 단백질이 증가하고 몸 안의 염증이 증대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레드 와인은 두통의 원인이기도 하다. 레드 와인은 일부 예민한 사람들에게 메스꺼움과 역겨움을 동반한 두통을 일으킨다. 레드 와인을 마시고 생기는 두통은 주로 탄닌 성분과 히스타민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에게 생긴다. 그리고 일부 와인에는 단맛을 강화하기 위해 설탕이 가미되는데, 와인의 당 성분이 체내에 흡수되면 우리 몸은 혈액 내의 당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수분 보충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당분 부작용에 의한 두통을 일으킨다.
이러한 두통을 겪지 않으려면, 와인 한 잔을 마실 때 물도 한잔씩 마시거나, 되도록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마셔야 한다. 그리고 싱겁더라도 설탕이 들어있지 않은 포도주를 구입하고, 와인을 마시기 전에 커피를 두 잔 정도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카페인은 혈관을 수축시켜 와인에 의한 신경 통증을 감소시킨다.
그리고 레드 와인에는 알레르기 유발 물질들이 많이 들어있다. 재료인 포도를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곰팡이, 곤충, 효모가 나타난다. 일부 와인을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메탄올, 이산화황, 에틸카바메이트, 디에틸렌글리콜, 히스타민, 타이라민 등의 부산물이 만들어진다.
심각한 알레르기를 가져오는 첨가제 중 대표적인 것이 이산화황이다. 포도주는 오크통에 장기 보관하는데, 만약 이산화황을 방부제로 넣지 않으면 포도주는 식초로 변하게 된다. 이산화황은 가공과정에 생길 수 있는 세균 번식을 억제하여 포도주의 맛과 향을 지켜주지만 알레르기를 일으키기도 한다. 가볍게는 두드러기와 발진을 발생시키고 두통 복통을 동반한 구토 설사 증상과 평소 폐가 민감한 사람들에겐 기관지 수축과 천식을 일으킨다. 심한 경우에는 호흡곤란을 일으킬 수 있다
와인의 숙성 과정에서 생성되는 에틸카바메이트도 문제이다. 소량을 마실 때는 큰 영향이 없으나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마실 경우 구토와 의식불명과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아직 사람들의 발암률을 높였다는 보고는 없지만 동물실험 결과 발암성이 입증되어 국제암연구소에서는 에틸카바메이트를 발암의심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이상의 레드 와인의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은 이중적 모습에 깜짝 놀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작용 없이 레드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우선 레드 와인이 약이나 독이냐를 구분짓는 것은 마시는 양에 달려 있다. 와인에 대한 적정량은 개인의 유전적 요인, 성별, 나이와 질병 유무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남성들의 경우 하루 2잔 정도인 300㎖를 적정선으로 보고, 여성은 남성의 2분의 1인 100~150㎖, 노인은 젊은 남녀들의 각각 절반 정도인 100~150㎖(남성)와 50~75㎖(여성)를 기준으로 본다. 상당히 적은 양이다.
그러면 이런 적은 양이라면 모두 마셔도 좋다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개인의 주량이나 질병, 특히 체질에 따라 조금도 먹지 말아야 할 경우도 있다. 간 기능에 문제가 있거나, 이산화황과 에틸카바메이트 히스타민에 대한 알레르기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포도주를 입에 대지 않는 것이 좋다.
다시 보자! 프렌치 패러독스의 진실
그리고 학계의 정설로 알려졌던 프렌치 패러독스에 이의를 제기하는 연구가 최근 발표되어 철옹성과 같던 레드 와인의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암연구로 유명한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연구진이 이탈리아의 대표적 와인 산지인 투스카니 마을 주민 800여명을 대상으로 무려 10년 동안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데, 레드 와인에 들어있는 라스베라톨의 농도와 심장병-암과는 아무런 관련성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 내용이다.
지금까지 프랑스인들의 낮은 심장병 원인을 하루 한 두잔의 레드 와인을 꾸준히 마신 결과로 알고 있던 많은 세계인들에게 이 소식은 예상 외의 결과였다.
사실 세계 장수촌들의 식습관을 살펴보아도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회보다 전통적으로 식사를 할 때 반주삼아 소량의 음주 습관이 있는 문화권의 평균수명이 더 높았다. 지금까지는 소량의 음주 중 과실주, 그리고 과실주 중에서 가장 널리 마시고 있는 포도주, 그리고 포도주가 갖고 있는 폴리페놀 중에서 가장 강력한 효과가 있는 라스베라톨이 건강과 장수에 가장 큰 효능을 보여주는 핵심 인자라고 보았던 것이 지금까지 의학계의 지론이었다.
그러나 존스홉킨스 대학의 연구는 그러한 종래의 의학계의 조사 연구 결과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프랑스인, 또는 식사마다 술 한잔씩 걸치는 반주문화를 갖는 사회가 평균 수명이 더 높고 심장병에서 자유로운 이유는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최근 뉴질랜드 장수노화연구소는 매우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900여명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소량의 음주를 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그룹들에 비해 더 건강하고 장수하는 까닭은 술과 레드 와인 안에 포함된 폴리페놀과 항산화물질과 무관하게 그들이 속한 사회적 지위와 교육 수준, 경제적 격차 때문이라는 주장이었다.
즉 포도주 안에 있는 어떤 특정 성분이 심장병 예방과 장수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이 아니라 포도주를 즐길 수 있는 여유로운 경제적 환경과 건강에 더 신경쓸 수 있는 높은 교육 수준, 집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는 사회적 지위가 건강의 결정적 원인이었다는 이론이다.
좋은 음식을 먹는 것보다 즐겁게 먹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미국 펜실베이아 대학의 로젠 박사를 주축으로 한 국제 공동연구진이 1999년에 발표한 논문은 더 인상적이다.
로젠 박사는 벨기에, 일본, 미국, 프랑스 네 나라의 음식과 건강에 대한 비교연구를 통해 프렌치 패러독스의 이유를 알아내려 했다. 그리고 물질적 이유가 아닌 심리적 이유에서 그 원인을 규명했다.
즉 음식을 보고 반응하는 미국인과 프랑스인의 심리적 차이에 의해 건강과 수명의 차이가 생겨난다는 주장이다.
그는 각 국가와 음식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에 집중했다. ‘음식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란 질문을 각국 사람들에게 던지자 미국인은 음식을 ‘건강’과 가장 직결된 문제로 보았고, 곧 음식을 ‘체중증가’와 연관지었으며 음식에 대한 ‘우려’가 가장 높았다.
반면 프랑스인들은 음식을 ‘삶의 기쁨 중 하나’라고 보았다. 그들은 음식을 볼 때 특별히 건강 문제를 연관짓지 않았다. 그들에게 아이스크림은 ‘맛있는 음식’이자 ‘기쁨의 원천’이지 ‘살찌는 당분 덩어리’가 아니었던 것이다.
미국 사회는 날씬한 식스팩과 탄탄한 근육, 우월한 S라인의 몸매, 금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회이다. 그들에게 음식은 날씬한 몸매를 살찌게 하는 독이자 수명을 갉아먹고 콜레스테롤을 쌓게 하여 비만을 가져오는 원천이었다. 그래서 늘 음식을 먹을 때마다 근심과 걱정을 한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에게 음식은 삶의 기쁨을 주는 즐거움의 원천이고 음식은 맛있는 것이었다. 가족 혹은 친구와 함께 술 한잔과 함께 음식을 즐기는 시간은 삶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 생각하였다.
따라서 미국인들은 몸에 좋은 음식들을 먹으면서도 스트레스를 받고, 프랑스인들은 평범한 음식을 먹으면서도 기쁨을 누렸다는 점, 여기서 실제 건강과 수명이 차이가 생겼다는 것이 로젠 박사 팀의 프렌치 패러독스의 진실 규명이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실이 우리 사회에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즉 레드 와인의 라스베라톨이 건강과 장수의 핵심 원인이 아니라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으며 와인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삶의 여유가 건강과 장수의 원인이라면, 그리고 몸에 좋은 음식을 근심하며 먹는 것보다 꼭 몸에 좋지는 않더라도 모든 음식을 기쁨과 감사함으로 먹으면 건강을 선물로 받는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당장 무엇을 실천해야 할까? 100세 건강을 향한 우리의 전략도 지금까지와는 뭔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사실 나 역시도 로젠 박사의 연구 결과는 충격이다. 누구보다 나 자신의 음식에 대한 생각이 미국인들의 시각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음식을 건강과 연결해서 보고 있고, 실제로 음식 선택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은 몸과 정신이 결합된 존재이다. 음식에 대한 태도와 심리가 분명 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인간은 정신이기에 앞서 육체적 존재이기에 물질과 자연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사회적 존재이기에 속한 공동체와 인간들과의 관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프랜치 패러독스와 라스베라톨의 노화개선 효과를 주장한 니콜라이 보름 박사의 주장도 중요하고,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격차가 장수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뉴질랜드 장수노화연구소의 연구 결과도 소중하며, 음식의 영양소보다 그 음식과 관련한 사람의 심리가 우선한다는 펜실베니아 대학의 로젠 박사의 입장도 결코 버릴 것 없는 진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언제나 음식 앞에서 기쁨과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그리고 100세까지 함께 포도주를 즐길 수 있는 좋은 친구를 두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서양속담에 친구와 포도주는 오래될수록 좋다고 하지 않던가? 부디 지금의 친구들이 앞으로 100세 생일에도 함께 포도주 잔을 기울일 백년지기 친구로 남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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