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장수로 가는 실마리, 텔로미어를 보호하라

지난 2009년 노벨의학상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의 생물학자 엘리자베스 블랙번과 하버드 대학의 유전학자인 잭 조스택에게 돌아갔다. 그들이 발견한 텔로미어의 기능에 대한 연구와 텔로머라아제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텔로미어와 텔로머라아제의 발견은 인류의 생명에 큰 전환점이 된 사건이다. 단순히 노화와 생명연장이 아닌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과학적 초석이 되는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장수의 실마리, 텔로미어

 

텔로미어는 염색체와 DNA의 구조, DNA의 끝부분에 위치하는 부분이다. 마치 신발 끈의 끝부분에 플라스틱 캡과 같은 부분이다. 신발 끈의 플라스틱 캡은 신발 끈의 올이 풀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하는 작용을 한다. 만일 플라스틱 캡이 손상되면 신발끈은 끝부분부터 갈기갈기 풀어헤쳐져 본래의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아래 그림은 위키미디어 커먼즈에 올라있는 KES47님의 그림이다.


 


이처럼 염색체와 DNA가 닳아 없어지는 것을 막어주던 텔로미어가 짧아지면 세포의 노화현상이 가속화 되고 너무 짧아지면 세포 노화가 심화되어 더 이상 세포분열을 하지 못해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세포의 운명, 나아가 생명체의 수명을 결정짓는 것은 세포 내에서 가장 짧은 텔로미어이다.

 

텔로미어가 아주 짧아지면, 세포는 이를 DNA가 절단 된 것으로 인식하여 잘못된 DNA로 인한 유전자 변형을 방지하고 암을 예방하기 위해 정상세포들에게 기능을 정지하고 자살을 명령하는 신호를 보낸다.

 

세포의 분열에는 염색체와 DNA의 손상이 따를 수 있는데도 인간에게 유전자 돌연변이나 암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텔로미어의 작용 덕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텔로미어의 길이에 따라 인간의 수명이 달려 있다는 것이다. 충분히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사람도 몸의 일부분 중 특히 텔로미어의 극히 짧은 부분이 있다면 이것으로 인해 수명이 줄어들 수 있다. 그리고 이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그 길이가 점점 짧아진다.

 

우리가 조로증이라 알고 있는 베르너 증후군 환자는 태어날 때부터 텔로미어가 너무 짧은 경우에 해당한다. 이 병을 유전적으로 지닌 사람은 정상인에 비해 노화 속도가 몇 배는 빠르게 진행되어 20년 정도밖에 살 수가 없다.

 

텔로미어의 길이는 단순히 수명에만 관계되는 것이 아니다. 수명의 질인 건강과 질병의 유무와도 큰 관련성이 있다.

 

몸이 극도로 노화상태에 이른 사람과 유사하게, 암이나 동맥경화, 알츠하이머, 관절염, 골다공증, 시력 감퇴, 에이즈 환자들의 텔로미어도 대부분 그 길이가 0에 가깝다.

 

텔로미어의 길이를 짧게 만드는 노화의 주된 요인은 4가지이다. 산화, 염증, 당화반응, 비정상 메틸화 이 4가지는 상호 협력하여 노화의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킨다.

 

 

산화

 

철이 녹슨 현상, 묵은 라면이 누렇게 변색되는 현상, 묵은 들깨가루 등에서 퀴퀴한 냄새가 발생되는 현상 등은 모두 산화 때문이다. 산화란 어떤 분자가 산소와 결합 또는 전자나 수소 원자를 잃는 것을 말한다.

 

산화는 주로 프리 래디컬에 의해 일어난다. 짝을 이루지 못한 전자를 가진 이온, 분자, 원자는 반응력이 커지는 데 이를 프리 래디컬이라고 하며 불안정하게 들떠 있는 분자를 말한다. 그 상태를 쉽게 설명하면 마치 너무 흥분하여 미쳐 날뛰는 광인과 같은 분자 상태라고 보면 된다.

 

프리 래디컬은 몸속을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면서 다른 분자들을 공격하여 상처를 입히고, 상대에게서 수소 원자를 빼앗아 온다. 프리 래디컬의 공격을 받은 세포막이나 단백질, DNA, 효소 등은 크게 손상을 입게 된다.

 

여기서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프리 래디컬에게 공격받은 분자와 DNA, 세포는 또 다른 DNA와 세포들을 망가뜨린다는 데 있다. 이러한 연쇄작용은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마치 좀비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이런 현상이 지나치게 많이 일어나면 우리 몸은 산화 스트레스상태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산화 스트레스는 각종 암과 퇴행성 질병의 원인이 된다. 프리 래디컬에 의한 DNA 손상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더 심화된다. 그리고 인체에서 프리 래디컬의 공격에 특히 약한 곳들이 있는 데 이 부위들의 손상이 노화의 결정적 원인이 된다.

 

프리 래디칼을 순한 물질로 만들어 몸의 산화를 막는 것들을 항산화제라고 한다.

 

 

염증

 

염증은 노화를 일으키는 두 번째로 비중 있는 유발 인자이다

 

우리는 흔히 염증하면 할머니들이 흔히 앓는 관절염이나 아이들이 계절 변화에 따라 걸리는 편도선염이나, 피부염처럼 눈에 띄는 증상들을 떠올린다.

 

그러나 염증은 겉으로 보이지 않는 체내에 잠복된 형태가 더 무서운 법이다. 만성화 되어 암암리에 활동하는 염증은 심장병, 혈관 질환, 치매, 당뇨병, 암까지 다양한 종류의 중증 질환을 일으킨다.

 

최근 밝혀진 의학적 연구 결과를 보면,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염증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광범위하고 치명적이라는 사실이다.

 

한때 심장 전문의들은 심장병의 주된 원인으로 관상동맥 내벽에 쌓인 콜레스테롤을 지목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콜레스테롤이 쌓이는 원인 자체가 만성적 염증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예전에는 염증과 하등 무관한 것으로 생각되어졌던 알츠하이머병도 뇌의 염증으로 생성된 독성 폐기물이 뇌 세포를 파괴하고 뇌기능을 망가뜨려 발생하게 되었다는 것도 새롭게 발견된 사실이다.

 

2당뇨병 역시 혈관에 쌓인 염증에 의해 췌장기능에 이상이 생겨 당뇨병이 발생하는 것이다.

 

만성 염증이 무서운 것은 인간 수명의 절대적 영향인자인 텔로미어에 심각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만성 염증은 텔로미어의 길이를 정상상태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짧아지게 만든다.

 

심장병 환자들은 심장 세포의 텔로미어가 다른 세포의 텔로미어보다 길이가 훨씬 짧을 가능성이 높고,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우 뇌 세포의 텔로미어들이 정상인에 비해 극히 짧아지는 패턴을 보인다.

 

 

당화 반응

 

또한 노화에 대한 심각한 원인이 '당화반응'이다. 당화는 단백질이 글루코스와 결합하는 것으로 세포를 삭게 하여 노화를 초래한다. 당화반응은 당 분자가 단백질이나 지방 분자에 화학적으로 달라붙는 반응으로 세포의 탄력성을 떨어뜨리고 심한 경우 세포를 죽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 몸의 정상세포들은 세포 속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를 통해 글루코스와 지방산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세균과 암세포에는 미토콘드리아가 없다. 그래서 지방산에서는 에너지를 얻지 못하고 오로지 당분을 통해서만 에너지를 얻는다. 세균과 암세포의 성장에는 엄청난 양의 당분이 필요하다.

 

예로부터 북극에 사는 에스키모들은 당뇨나 암에 잘 걸리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에스키모들의 주식이 주로 날고기들로서 탄수화물을 거의 먹지 않기 때문이었다.

 

당화반응은 결국 '최종 당화 산출물'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 물질은 온 몸에 축적되어 만성 염증을 일으키고, 거의 모든 조직에 손상을 가져온다.

 

최종 당화 산출물에 의해 혈소판이 덩어리로 뭉쳐져 혈관이 좁아지게 된다. 그러면 고혈압, 혈관 질환, 심장마비를 발생시키고, 류머티스 관절염, 신장병, 대장염, 피부병 등을 일으킨다.

 

당화반응을 예방하려면 당분 함량이 높은 가공식품을 멀리하고, 높은 온도에서 바싹 익히거나 태운 음식들을 삼가해야한다. 높은 온도에서 오래 조리한 음식, 전자레인지에 오래 돌린 음식들은 최종 당화 산출물이 생기기 쉽다.

 

미국 국립노화연구회에 의하면 최종 당화 산출물을 적게 먹은 사람이 염증 소견이 적고 혈관상태도 훨씬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조리 온도를 낮추고 음식물 내 수분 함량을 높이며, 포장음식과 패스트푸드를 삼가할 것을 권고하였다.

 

고혈당은 면역세포가 세균을 잡아먹는 능력 또한 떨어뜨린다. 사탕 한 개, 콜라 한 잔에 든 당분만으로도 면역세포는 몇 시간 동안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비정상 메틸화

 

노화의 마지막 원인은 비정상 메틸화이다. 메틸화란 메틸기-탄소 원자 1개와 수소 원자 3개로 이루어진 화합물-가 다른 분자들과 결합하는 화학반응으로 인체에 매우 유익한 작용을 한다. 우리 몸 안의 기관이나 물질들끼리 상호 신호를 주고받을 때 매개체가 되고, 몸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조절자가 되기도 한다.

 

메틸화는 위험한 중금속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기도 한다. 간으로 흘러들어온 외부 독소뿐만 아니라 간 내부에서 생성된 폐기물도 배출시켜 준다. 그리고 우리 두뇌가 정상적인 작동이 가능하도록 중요한 역할을 감당한다. 메틸화는 노화의 가장 큰 유발 인자인 산화를 막아주고 텔로미어 길이를 더 늘려주는 작용도 한다.

 

그런데 이 메틸화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게 되면 자궁경부암이나 대장암, 심장마비, 아테롬성 동맥경화증, 뇌졸증, 알츠하이머병 등 심각한 질병을 유발하게 된다.

 


그럼 지금까지 텔로미어의 개념과 텔로미어를 단축 시키는 대표적인 4가지 요인을 살펴보았다.



인류의 희망, 텔로머라아제의 발견

 

텔로미어의 발견은 노화와 죽음의 원인에 대한 발견이라는 측면에선 희극이었지만, 세포분열에 따라 텔로미어의 길이가 줄어드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는 것은 비극이었다.

   

그런데 희소식이 있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과학자들로부터 밝혀진 것이다. 길이가 짧아지는 텔로미어의 길이를 오히려 더 늘려주는 효소가 발견되었다. ‘텔로머라아제는 염색체 말단에 붙어 있는 텔로미어의 길이를 늘려주는 작용을 하는 효소이다.

 

비록 아직은 구체적으로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지 않지만 인간 피부 세포 샘플에 투입한 텔로머라아제에 대한 연구와 실험용 쥐의 등에 이식한 노화된 인간 피부 세포에 대한 텔로머라아제의 작용에 대한 결과들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만약 텔로머라이제에 대한 연구가 이처럼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앞으로 머지 않은 날에 인간 수명 120년의 한계도 곧 깨어질 것이고 인류는 드디어 인간 세포의 노화를 막고 세포가 거꾸로 나이를 먹는 영원한 젊음과 영원한 생명이라는 인류의 꿈이 실현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