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를 빛내줄 화려한 취미생활을 기획하라

2차대전 연합군 승리의 주역이고 노벨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했던 윈스턴 처칠의 이중생활은 너무도 유명하다. 군인 출신의 정치가였지만 또한 늦깎기 화가이기도 했던 처칠은 의회와 공원을 오가며 정치 무대와 예술의 삶을 병행했다. 한편 독서와 집필생활은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부여하기도 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누구보다 바빴던 2차대전 당시 국가의 수상이 공원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독서 삼매경에 빠진 것을 보고 영국 국민들은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국 국민들은 정치가들에게 취미생활이 주는 유익한 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국민이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취미생활하면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부유층들에게나 허락된 신선놀음이나 일종의 잡기를 연상한다. 가난 극복을 숙명으로 안고 살아온 우리 국민들에게 취미생활은 일종의 사치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처칠의 취미생활은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칠삭둥이 미숙아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언어장애와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당했고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불량학생이었다. 그는 젊어서 기차역 앞에 서지 못했다고 한다. 기차가 달려오는 것을 보면 그 순간 몸을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과 싸워야 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우울증을 검은 개라고 불렀는데, 그 이유는 개가 항상 주인을 졸졸 따라다니듯이 그 인생을 그림자처럼 줄곧 따라다녔던 평생의 지병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추구해온 취미생활이 그의 구원자가 되었다. 그의 독서생활은 그에게 뛰어난 언변력과 호소성 깊은 논리력을 제공했다, 반대 정당의 날선 비판을 유머로 받아칠 수 있는 정치력을 제공해 주었고 2차대전 패전의 그늘이 온 나라를 뒤덮을 때도 라디오 연설을 통해 국민들에게 용기를 주는 뛰어난 웅변술을 제공해 주었다.


 

40세라는 늦은 나이에 시작한 화가 생활은 그가 우울증의 흑백생활이 아닌 찬란한 컬러의 세계에 눈 뜰 수 있도록 삶의 여유를 제공했다. 그의 가족들은 그의 심각한 우울증 때문에 일상 생활이 어려울 정도였다고 증언하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독일의 공습으로 절망에 빠진 영국 국민들에게 용기를 주는 희망의 메신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그림 그리는 소박한 취미생활 때문이었다. 그는 유화 500점 정도를 남긴 아마추어 화가에 불과했지만 그의 그림 사랑은 프로페셔널 화가 못지 않았다. 그는 그림에 대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림 그리는 자는 행복하다. 외롭지 않으니까. 빛과 색채, 평화와 희망, 이들이 화가와 함께 할 것이다.

 

내가 후에 천국에 가면 처음 백만 년의 대부분은 그림 그리는데 쓰고 싶다. 그림의 본질을 깨닫기 위하여.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별한 취미가 없다고 한다. 일이 취미라고 말하는 일중독자들과 TV시청이나 쇼핑 정도가 삶의 여유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세계에서 가장 긴 시간 일하는 나라의 국민으로서 여가생활은 직장 스트레스와 피로를 푸는 휴식 시간으로서의 기능이 가장 중요했을 것이다. 빨리 풀고 빨리 회복해야 했기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음주문화는 폭탄주와 강장제가 난무하는 시장이다.

 

그러나 이런 무취미 생활이 얼마나 노후생활을 따분하고 무료하게 만드는지 알게 된다면, 적어도 40대에는 평생을 함께 할 취미를 만들어 보도록 하자. 우리나라 노인들의 삶은 대단히 단순하고 따분하다. 고작 탑골공원이나 동네 노인정과 서울 근교 등산이 전부이다. 그나마 이런 곳을 찾는 분들도 매우 적극적이고 건강한 사람들에 한정된다. 오히려 많은 이들이 집에서 TV를 보며 인생에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시간들을 허비하고 있다.

 

최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행한 은퇴자 3,826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60대 이상 남성의 하루 평균 TV시청 시간이 무려 4시간 17분에 달했다. 이는 취미활동 시간과 비교하여 5, 운동과 레저 시간의 2.4배에 해당하는 시간이었다. 디지털 정보화 시대에 TV시청이 무가치하다고 전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수동적인 활동인 TV시청은 안그래도 삶에 제약이 많은 노년기의 삶을 매우 권태롭고 따분하게 만들 것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은퇴 이후에도 우리의 인생은 변함없이 계속된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젊거나 늙거나 상관없이 그 모두에게 소중한 시간들이다. 오히려 삶의 마지막이 가까운 시점일수록 남은 시간의 중요성은 더 크고 각별하다. 그 남은 여생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삶의 평가와 방향은 달라진다.

 

인생의 시간을 가장 값지고 즐겁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평생의 취미를 갖는 것이다. 평생의 취미는 단순한 삶의 여백 이상이다. 박승오, 홍승완은 그들의 책 위대한 멈춤에서 취미는 3중적 가치를 지닌다고 했다. 첫째, 일과 일 사이의 쉼으로서 취미, 즉 일의 휴식을 풀고 일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한 취미와 둘째, 여가생활을 즐기는 취미, 즉 일상의 맥락을 뒤집어 봄으로써 일터와 생활공간을 객관화하여 삶의 전체성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취미, 셋째 그야말로 삶을 고양시키는 취미로 일상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삶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취미생활을 꼽았다.

 

맞다. 인생을 통해 최소한 자신의 특기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 특정한 한 분야에서 만큼은 전문가라고 자부할 수 있는 영역이 한 가지 정도는 있어야 사는 맛이 나지 않겠는가? 일체의 몰입을 통해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자신을 잊게 만드는 취미활동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일본의 오타쿠 문화나 한국의 덕후 문화는 그야말로 삶의 즐거움을 일깨우는 데 큰 의미가 있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노후의 취미활동은 인생의 전반전에 있는 소소한 취미활동과는 많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직장생활과 일상이라는 2분법에 의해 순환되는 전반기 리듬과 다르게 후반기는 취미생활이 곧 직장생활의 대체물로 작동할 수 있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일에 의해 자신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남성들에게 취미활동은 인생 후반기의 자기 정체성 확립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생 후반전의 취미 활동에는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 할까?

 

 

1. 자가 치유적 목적이 있는 취미활동을 택하자.


기본적으로 모든 취미활동은 치유적 특성이 있다. 그렇지만 인생 후반전의 취미생활은 좀 더 치유적 활동이 강한 취미 영역에 도전해 보자. 야생화 탐구와 약초 채집 활동과 디지털 사진 활동을 병행하면 공기 좋은 산을 다니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약초가 주는 건강을 함께 누릴 수 있다. 독서활동도 인생의 후반전에는 그 성격을 달리 해야 한다. 인생의 전반기에 교양 증진, 중반기에는 비즈니스 스킬 향상을 목표로 생산적 독서를 해왔다면, 인생의 후반기에는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자가치유적 독서활동과 자기 삶의 기록으로서 자서전 쓰기와 같은 활동이 필요하다. 그림 그리기도 색채 심리학을 병행하여 자신에게 부족한 에너지를 살려줄 수 있는 그림을 그리도록 하자. 특히 시각기술과 공간지각력을 살리는 취미활동이 중요한데 이것은 인생 후반전에 닥칠 수 있는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조치이다.

 

 

2. 최소한 두 가지 이상의 취미를 기르자.


인생에는 예고 없이 닥치는 시련이 있다. 특히 노후에는 이런 인생손님의 때아닌 방문이 잦다. 흔히 노년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건강한 전반기와 병상에서 보내는 후반기이다. 이 두 시기는 특성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똑같은 취미활동을 병행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등산이 취미라고 한다면, 인생의 전반기에는 산에 오르내리는 것이 가능하지만, 노년의 후반기에는 등산 활동이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몸이 허락하지 않고 환경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해서 취미생활을 일체 접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병마와 싸우는 노년의 후반기에 따분한 병상에서 더 유익한 취미생활을 해야 한다. 그래야 더 긍정적인 마음을 기를 수 있고, 삶에 여유를 가질 수 있어 몸의 회복과 삶의 기쁨에 더 한층 다가갈 수 있다.

 

따라서 인생의 후반전에는 최소한 활동적인 취미 하나와 정적인 취미생활 한 개 이상을 갖도록 하자. 낮에는 MTB자전거를 타고 밤에는 클래식 음악 감상을 하든지, 낮에는 풍경화를 그리고 밤에는 바둑을 두는 것도 좋겠다. 낮에는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지방 장터 사진을 찍는 취미를 갖고 밤에는 블로그 제작하는 취미생활을 하는 것도 매우 좋은 취미이다.

 

혹자는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시간이 남으면 취미를 시작하겠다고 생각할 수 도 있으나 취미라는 것도 일정 수준 이상 경지에 올랐을 때 취미가 주는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악기를 연주할 때 초보자일 때는 음표를 보는 것과 악기를 기본적으로 다루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악기를 연주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없다. 그러나 일정 수준 이상 능력이 올라가면 음악을 연주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고 더 높은 경지에 올라가면 클래식한 곡을 자기식대로 해석하여 자기만의 음악을 창조할 수 있다. 그러면 취미생활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젊을 때 취미의 기본기를 마스터하자

 

 

3. 돈이 많이 들지 않는 취미를 택하자.


노년기의 특징은 일단 돈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특히 연금재정 고갈과 일본식 장기침체로 갈 확률이 높은 나라 경제 환경을 고려한다면 일단 취미는 돈이 들어가지 않는 경제적 취미활동을 갖는 것이 좋다. 돈이 많이 드는 취미생활은 대체로 두 가지로 갈린다. 장비와 시설 이용에 돈이 많이 드는 취미와 함께 동호회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돈이 많은 집단인 취미이다. 골프나 요트 같은 취미생활이 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두 가지 범주를 피하면 대체로 경제적으로 무난한 취미활동을 할 수 있다.

 

가장 돈이 적게 들어가는 취미는 등산이나 도시 박물관과 서점을 찾아 떠나는 1일 근교여행 취미이다. 국립공원이나 국립도서관, 박물관 등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세금을 낼 때는 거의 이용할 시간이 없었다. 은퇴 이후 예전에 낸 세금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시작해 보자.

 

 

4. 자신의 건강 수준과 나이를 고려하자.


인생 후반기 취미의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건강 상태이다. 건강 수준에 따라 취미 활동의 질과 양이 달라질 수 있다. 이것은 달리 말하여 자기 건강에 따라 맞춤식 취미가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치매가 온다면 낱말 맞추기와 시 외우기 같은 취미를 시작할 수 있다. 관절염과 골다공증이 온다면 시장 나들이와 공원 산책하는 취미를 시작하자. 뼈 건강을 위해 비타민 D를 주는 일광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암과 심장 질환으로 수술을 경험했다면, 약초로 술담그기와 천연식초 만들기나 산약초 채집 취미를 시작하는 것도 좋겠다.

 

 

5. 취미를 제3의 직업이자 아르바이트로 살려보자.


취미는 단순히 취미로 끝나지 않는다. 취미도 지속적으로 하다보면 하나의 직업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돈벌이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말콤 글래드웰은 그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을 제시했다. 아무리 천재라도 한 영역에서 1만 시간 이상 노력하지 못하면 큰 성공에 이르기 어렵고, 둔재라도 한 영역에 1만 시간 이상을 온전히 바치면 대가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의 무대가 열린다는 주장이었다.

 

1만 시간이면 하루 3시간씩 10, 하루 6시간이면 5년이면 달성할 수 있는 시간이다. 은퇴 이후 중장년층이 하루 3시간씩 10년 정도 정진한다면 한 분야에 대해 정통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그리고 그 영역에 비즈니스적인 감각이 보태지면 새로운 직업의 가능성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악기 연주에 몰입하여 전문적인 연주자는 못되더라도 고아와 독거노인들을 위한 자선행사를 위한 공연을 열어줄 수 있는 수준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며, 서예를 취미생활로 하여 20년 후, 어린이들에게 천자문 서예교실같은 공공프로그램을 열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방방 곡곡에 숨어 있는 위인들의 유적지를 찾아다니는 취미생활을 한다면 10년 쯤 뒤엔 역사여행 가이드로 창업을 할 수도 있다. 블로그 쓰는 취미와 영어공부를 결합한다면 나중에 10년 쯤 뒤엔 영어로 구글 애드센스를 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소소한 아르바이트 정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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