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품, 먹기 전에 알아두었으면 좋았을 것들

요새 TV를 보면 고령사회가 다가왔다는 것을 한층 강하게 느끼게 된다.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홍삼이나 블루베리, 양파즙과 같은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홈쇼핑 마케터들의 흥분된 소리를 들을 수 있고, KBS의 시사교양 프로그램과 먹방 TV에서는 보암직도 하고 먹음직도 한 요리가 어디어디에 좋다는 세프와 가정의학과 박사님들의 친절한 설명들을 들을 수 있다.

 

시청자들의 연령대가 높은 종편에서는 좀 더 풍성하고 심화된 건강식품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 건강 관련 프로그램마다 건강식품에 대한 상세한 소개와 요리방법들이 구체적으로 나온다. 그리고 현대 의학이 고치지 못한 질병을 이것을 먹고 완치했다는 내용이나 암수술 후 몸을 회복하기 위해 꾸준히 복용하고 있는 자신만의 필살기 한 개를 공유하는 시간들을 갖는다.

 

그야말로 2018년 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은 건강식품 정보의 전시장이다.


 



그러나 건강식품에 대해 접근할 때는 매우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아무리 좋은 음식도 먹는 사람들의 체질과 상태, 섭취 빈도와 양과 무엇과 함께 먹느냐에 따라 때론 독약도 될 수 있고,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음식이나 약도 그 쓰임새에 따라 어느 누군가에게는 산삼, 녹용보다 더 유익한 보약이 될 수 있다.

 

이곳에서는 건강기능식품과 건강식품을 굳이 구별하지 않겠다. 우리가 흔히 먹고 있는 몸에 좋은 음식들과 건강기능식품 모두를 포함해서 건강식품이라는 범주 안에 넣어서, 건강식품을 선택할 때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다뤄 보도록 하겠다.

 


1. 돈으로 건강을 살 수 있다는 편견을 버려야

 

건강식품은 그야말로 빈부격차 식품이라 명명해도 될 만큼 가격대가 다양하다. 몇 천원짜리 비타민 제재에서부터 수억 원대를 호가하는 산삼까지 그 스펙트럼이 광대하다. 중년으로 접어들면 건강한 사람에게도 주변에서 뭐가 좋다더라 하는 말이 매번 들리게 된다. 그런 상태에서 병이라도 앓게 되면 몸에 좋다는 약과 식품이 왜 그렇게나 많은지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귀한 약재와 어디에 살고 있는 용한 의원 이야기가 일상을 채우게 된다.

 

그러나 몸에 좋은 약재와 치료법의 세계는 너무나 광대하기에 자신이 이건희 회장처럼 돈에 제한이 없는 백만장자라면 고가의 건강식품을 종류별로 구입하여 자신과 체질이 유사한 사람에게 먼저 먹여보고 효과가 있을 때 복용하면 좋겠지만 그러한 복된 상황에 처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히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하루 먹고 사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질병치료 때문에 직업까지 잃고 장기간의 회복기간 동안 생계를 세우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처지일 것이다.

 

따라서 명절날 선물용 건강식품을 구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몸을 치료하거나 병을 예방하기 위해 건강식품을 먹는 경우라면 가장 먼저 비용에 견주어 효과가 큰 것’ ‘값싸고 효과가 좋은 것’, ‘우리 생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구입하도록 한다.

 

상황버섯이나 산삼이 몸에 좋다고 하지만 돈이 부족한 형편이라면 유기농 판매점에서 다양한 채소들을 구입하여 과일과 채소범벅을 해서 먹으면 가성비 높은 건강식품을 먹을 수 있다. 정말 돈이 없는 형편이라면 일단 녹즙기 한 대를 구입하고 등산가방을 매고 산에 올라 산야채를 뜯어다가 녹즙기에다 갈아먹도록 하자. 그것만으로도 몸이 회복한 사람들이 매우 많다.

 

 

2. 만성병은 아픈 만큼 고치는 시간도 필요하다

 

하나의 암세포가 발현되어 암으로 자라나기까지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암이 악화되기까지 나쁜 생활습관과 건강에 대한 무관심으로 10년을 살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러한 만성질병이 하루아침에 낫길 희망한다. 그리고 젊어서 담배를 배운 흡연자가 흡연에 의한 큰 질병을 경험하는 데 10년 정도가 걸린다. 그런데 불과 며칠 전 담배를 끊었다는 흡연자가 자신의 몸이 빨리 회복되지 않는다고 의사에게 항의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매우 성급한 기대이며 자연을 거스르는 태도이다.

 

만성질병은 질병이 발생되는 데 드는 시간만큼 치료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저절로 치료가 되는 것도 아니다. 치료시에는 일정한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오랜 시간 꾸준히 주입해야 한다. 따라서 만성질병을 회복하기 위해 먹는 건강식품은 건강이 회복된 것을 느끼지 못하는 시점에도 계속 먹어야 하고 건강을 회복한 이후에도 복용을 중단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먹어야 한다.

 

건강식품은 오랜 시간 복용해야 하는 음식이므로 제1원칙 경제성을 고려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장기간 복용해야 하므로 장기복용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부작용에는 단기 부작용과 장기 부작용이 있는데, 단기 부작용은 쉽게 알 수 있지만, 장기 부작용은 거의 쉽게 알기 어렵다.

 

채소 중의 왕자라고 하는 케일은 단기 섭취시 매우 몸 상태가 호전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케일 녹즙만을 먹게 되면 케일에 들어있는 티오시아네이트 같은 반영양물질에 의한 폐해를 보게 된다. 콩이 좋다고는 하지만 장복하면 이소플라본의 부작용을 느끼게 된다. 고구마가 좋다고 고구마를 장기적으로 먹다보면 단백질 부족으로 피부가 거칠어 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현미가 좋다고 현미밥만 장복하게 되면 피트산에 의해 칼슘 섭취를 제대로 못해 얼굴이 창백해지고 피로해 지는 증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3. 권장량, 필수 섭취량, 개인 맞춤 섭취량

 

비타민이나 영양제, 건강식품들을 먹을 때 사람들은 약품 라벨에 붙어 있는 1일 섭취량을 보고 먹는 양을 결정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상인을 기준으로 하는 복용량이므로 개인의 몸 상태를 고려하여 적정 섭취량을 결정해야 한다.

 

일단 시중에서는 영양제나 약품의 복용량을 제시할 경우 인체의 필요량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가 마련되어 있을 때 평균필요량과 권장섭취량을 제시하고, 과학적 근거가 아직 부족할 때 충분섭취량을 제시하며, 과잉 섭취로 인한 부작용 보고가 과학적 근거를 가질 때 상한섭취량을 제정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기초로 활용하는 것은 1일 권장섭취량이다. 그러나 1일 섭취량은 개인의 건강상태와 그날의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메가3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DHAEPA의 총함량 500mg 정도를 권장섭취량으로 제시하지만 고지혈증이나 트리글리세리드가 높은 사람들은 하루 2,000~3,000mg 정도가 필요하고, 뇌신경 관련 질병과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하루 7,000mg까지 필요하다고 한다.

 

대체적으로 모든 권장량은 모든 음식물을 골고루 섭취하며 질병 없는 정상인 성인 남녀가 특별한 영양부족을 경험하지 않는 정상적인 시간을 기준으로 섭취량을 정한 것이다.(사실 이런 사람들은 영양제를 안 먹어도 상관없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자신이 어떤 질병을 앓고 있거나 과로를 통해 체력 소모가 많았다거나,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상황에 있다면 권장 섭취량보다 월등이 많은 섭취량이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스트레스 상황과 체력 고갈 상황, 질병의 상황에서는 활성산소 발생이 많아지고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왕성해 지며 몸에 산화 스트레스가 많이 생겨 정상상태보다 몇 배에서 몇 만배까지 특정 영양소를 과다하게 사용하게 된다.

 

그러므로 권장량을 먹었다고 안심하지 말고 자신에게 가장 적정한 분량이 얼마 정도인지를 꼼꼼히 따져 보고 건강식품을 섭취하도록 하자.

 

 

4. 건강식품에 대한 풍문에 흔들리지 말자

 

일반인이 경험할 때 건강식품 시장은 매우 혼란한 시장이다. 개인의 치료 사례를 일반화하여 특정 음식이나 약품, 치료기법을 만병통치약처럼 과대광고를 하는 것도 구분하기가 어렵지만, 누가 보더라도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분명한데, 어떤 음식이나 영양제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과학적으로 제시하는 의사들의 열띤 논쟁을 보고 있으려면 과연 그것을 먹어야 할 지 말아야 할지 방향이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타민C 전도사로 일컬어지는 서울대 의대 이왕재 교수의 책을 읽으면 비타민C 메가도스법을 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비타민 무용론을 펼치는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 교수의 팟케스트 강의와 서적을 보면 비타민제는 물론 오메가3도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우유는 완전식품으로 한국인의 부족한 칼슘의 유일무이한 공급원이라는 주장과 항생제 범벅에 사람이 아닌 송아지에게 맞는 지방덩어리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우유에 관한 논쟁도 사람들을 햇갈리게 한다.

 

최근에는 버터와 고기를 중심으로 하는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에 대한 찬반 논란이 활발했는데 그 도화선이 되었던 것은 공영방송 MBC 스페셜 지방의 누명이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우리가 흔히 간과하는 것은 의료계와 제약업계도 저마다 로비하는 이익단체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사실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TV와 신문, 인터넷이 광고주의 입장을 최우선 하는 것처럼 의학계와 제약업계 역시 관련 산업과 협회의 입장을 먼저 고려하여 공정하고 과학적인 입장만을 우선하여 발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미국의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얻었다고 하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용한 건강식품보다 더 월등한 것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기업들의 로비가 활성화된 나라이다. 특히 미국의 대학들은 기업들의 후원과 기부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대학연구소에서 도출된 결과들이 꼭 소비자들의 이익만을 대변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건강식품에 대한 어떤 기사나 자료가 나왔다면 먼저 그것이 광고인지 기사인지를 구분하고, 기사라면 그 내용을 주장한 의사가 속한 학교나 병원, 의료 기관의 이해관계를 생각해 보고, 통계 자료라면 관련 논문과 그 입장에 반대되는 논문은 없는지 살펴보도록 해야 한다. 대체적으로 과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내용이라면 그에 대한 반박 하는 논문과 기사들도 충분히 찾아볼 수 있다. 아직 한국에는 양심이 살아있는 의사들과 저널리스트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방송이나 신문에서 영향력 있는 누가 얘기했다고 쉽게 흔들리지 말고 좀 더 그 내용의 본질에 다가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자신의 몸에 임상실험을 해보는 것이다. 적은 양부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양까지 점차 늘려가며 자신의 몸 상태를 눈여겨 보는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이 방법을 가장 선호한다.

 

 

5. 결국 건강식품에 제일은 균형과 조화이다.

 

밥이 중요할까? 반찬이 중요할까? 고기가 중요할까? 야채가 중요할까? 단백질이 중요할까? 비타민이 중요할까? 우리는 흔히 주식인 밥이 반찬보다 더 중요하고 값비싼 고기가 저렴한 야채보다 더 중요하며, 3대 영양소의 하나인 단백질이 비타민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건강식품에 있어선 영양소의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것이 의미가 없다. 모든 영양소가 적정량 제공되어 모두 균형을 이루어 조화로운 몸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3대 영양소라고 단백질이 비타민보다 우월한 것이 아니다. 비타민이 없으면 단백질이 풍부해도 질병에 걸리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비타민이나 무기질과 같은 미량원소일수록 인체에서 부족해지기 쉽기 때문에 질병의 원인이 되기 쉽다,

 

패스트푸드인 햄버거나 라면과 같은 음식이 몸에 나쁜 것은 영양소의 균형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단백질과 탄수화물 지방은 제공해도 비타민과 무기질은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면 몸에 좋은 채소는 다 몸에 좋기만 한 것인가? 물론 다양한 제철 채소와 야채는 몸에 좋다. 그러나 몸에 좋다는 특정 채소를 지나치게 집중해서 섭취하는 것 역시 몸에 해로운 법이다. 케일 200g이 케일 100g보다 꼭 2배 좋은 것은 아니다.

 

식도락가는 음식을 고를 때 맛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고, 다이어트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칼로리를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며, 약사는 영양소를 중요하게 볼 것이고, 한방 병원에 다니는 환자는 체질에 따른 음식 궁합을 가장 중요하게 볼 것이다.

 

우리는 그 모든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체질에 맞다고 해도 칼로리를 채워 줄 수 없거나 너무 고칼로리를 제공한다면 그 음식을 거부해야 하고, 음식이 맛이 있으나 자신의 체질과 부합하지 않는다면 먹는 횟수를 조절해야 한다.

 

모든 음식은 순기능과 역기능을 가지고 있다. 좋은 음식이라고 100% 좋은 영양분으로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100% 좋은 영양분으로 채워진 음식이라 하더라도 조리 방법과 섭취량에 따라 몸에 더 해로울 수도 있다.

 

따라서 건강식품 선택에는 반드시 전체적인 균형과 조화를 생각하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들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부족하기 쉬운 미량 영양소의 섭취에 주의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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