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수촌 100세인을 통해본 장수하는 성격은?

장수하는 성격이 따로 있을까? 장수는 유전자와 먹는 음식, 거주 지역과 매우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렇다면 자신의 성격도 장수하는 데 영향을 줄까? 그렇다. 장수마인드는 어떤 외부 환경보다 장수에 많은 영향을 준다.

 

장수촌 주민이라고 해서 모두 장수하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 같은 음식을 먹으며 같은 일을 하고 비슷한 시간에 잠드는 생활을 해도 어떤 사람은 장수를 하고 어떤 사람은 단명을 한다. 동일 조상의 유전자 코드를 공유하는 가족들 중에도 장수하는 사람이 있고 단명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장수의 환경 못지않게 개인의 성격이 장수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의미이다.

 


전통적인 장수인의 성격은 낙천성으로 알려져 있다. 고서로 내려오는 양생법이나 해외 장수촌 100세인들의 공통성격이다. 그런데 낙천성 하나만으로 장수인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서울대 노화연구소와 조선일보가 공동 기획한 <장수의 비밀>에서 보면 한국인만의 독특한 장수 성격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외 장수촌 100세인과 일치한 부분도 많지만, 한국인만의 장수마인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장수의 비결> 연구팀은 한국인에게는 낙관적이고 느긋한 장수마인드라는 보편 장수 코드는 절반만 맞는다고 한다. 한국인 장수인들에게는 현실순응적인 면과 적극적인 면, 사교적인 면과 고집스러움, 열정적인 면과 온화한 면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한다.

 

한국인이 외국 장수촌 100세인과 다른 점은 아마도 한국과 외국의 문화적 차이 때문으로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한국 100세인들은 어떤 성격을 지니고 있는 걸까? 이 글에서는 <장수의 비결> 연구팀들이 한국 100세인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인만의 장수 성격을 규명해 보고자 한다.

 

 

할 말은 일단 다 하고 본다!

 

<장수의 비결> 인터뷰 내용

어머니는 스트레스를 담아두는 분이 아니에요, 큰 소리로 야단도 치고, 화도 내고.. 아무튼 스트레스는 다 풀고 사셨어요

전남 구례군 여○○(100) 할머니의 며느리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사시니까 속에 맺힌 게 없어 장수하시는 것 같다

전남 담양군 대덕면의 김○○(100) 할머니의 며느리


젊었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아직도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버럭 화도 잘 낸다

전남 담양군 금성면 양○○(102) 할머니의 아들

 

어머니는 이해심도 많고 둥글둥글 하지만 괄괄한 면도 있어서 말씀하시는 데 거침이 없으시다.”

전남 구례군 마산면 김○○(101) 할머니의 며느리


한국 100세인들의 성격 특성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할 말을 속에 담아두는 법이 없다는 점이다. 자기 소신과 자기 뜻이 분명하고, 자기감정에 솔직하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도 자신의 뜻과 감정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자기표현에 거침이 없다. 그만큼 자기애가 강하고 자신의 삶에 자신감도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자기 소신 발언과 감정의 표출은 어째서 장수에 큰 영향을 준 것일까? 가장 큰 부분은 홧병의 예방이다.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는 한국여성에게만 발견되는 특이한 정신질환으로 홧병을 한국 문화 특유의 증후군으로 등재하고 있다.

 

한국 여성들에게 홧병이 많은 이유는 무엇보다 화가 나는 것을 억지로 참기 때문이다. 한방정신과 김종우 전문의에 의하면, 평소에 화를 적당히 풀지 않고 꾹꾹 눌러 참아내면 다음과 같은 병에 걸리게 된다고 한다.

 

첫째로 감정장애이다. 그 대표가 우울증이다. 참는 것에 익숙해지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지 못하는 것이 생활이 되어 결국 삶을 체념하게 되는 우울증에 걸리게 된다. 그리고 화날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것 같아 불안장애에 시달리게 되고, 분노를 삭이다보면 생각이 많아져 잠을 이루지 못해 불면증에도 걸리게 된다.

 

그런데 화를 참다보면 몸도 이곳저곳 아프게 되는데, 화를 참는 과정에서 심장에 무리를 주고, 혈압을 끌어올리게 되기 때문에 고혈압과 심장질환에 영향을 주고, 결국 참다 참다 분노가 폭발하는 경우에는 뇌졸중을 유발하게 된다고 한다. 최근에는 분노를 반복적으로 참다 최종적으로는 암에 걸리게 되는 의학적인 매커니즘이 밝혀지기도 했다.

 

따라서 화를 참는 것은 이처럼 건강과 수명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다. 예전에는 한국 여성들의 삶이 참으로 고달펐다. 며느리 덕목 중 최고가 인내심이었다. 벙어리 3, 귀머거리 3, 장님 3년으로서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면서 3년을 보내야 한다는 불문율이 존재했다. 그런데 이런 금기사항은 3년에 끝나지 않고 1020년 이상 지속되어 결국 홧병으로 수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만들었다.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 문화는 매사 주위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그런데 한국의 장수인들은 감정을 속에 담아두지 않고 화가 날 때마다 외부로 표출하기 때문에 그만큼 홧병에 걸릴 가능성이 낮다. 그리고 자기 감정에 정직하기 때문에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도 낮고, 심장 혈관 질환과 암에 걸릴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지게 되는 것이다.

 

 

나는 나, 남은 남 마이 웨이 마인드


<장수의 비결> 인터뷰 내용

당신의 몸은 끔찍하게 챙기시지만, 그 밖의 일들에 대해서는 천하태평이고 느리다

경북 상주시의 문○○ 할머니(104)의 자식들

 

안 됐긴 하지만 어떻게 해? 지금은 별로 보고 싶은 생각도 없어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의 한○○(98) 할아버지[몇 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에 대해 묻자 답변한 내용임]

 

아직도 재산을 직접 관리하고 옷도 직접 사 입지만, 손자들에게 과자를 사준 적은 별로 없어

강원도 화천군 간동면 유○○(98) 할아버지


내 것과 네 것을 선명하게 구분하는 한국 장수인의 이런 성격은 어떻게 보면 너무 이기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남과 나, 네 것과 내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명확한 성격은 장수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성품이기도 하다.

 

첫째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의 소신대로 살 수 있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남의 시선에 그만큼 자유롭기 때문에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둘째, 불행한 주변 환경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 장수인들은 대부분 자신의 배우자보다 더 오래 산다. 때에 따라서는 자식보다 오래 사는 경우도 많다. 세계심리학회에 의하면 배우자와 자식의 죽음은 가장 큰 스트레스 유발인자이다. 배우자가 죽은 이후 홀로 남은 사람은 외로움과 상실감 때문에 수명이 단축된다는 보고도 있다. 특히 정적인 사회인 한국 사회는 가족의 불행을 자신의 불행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높다. 가족의 죽음이 남의 죽음이 될 수 없는 이유이다.

 

그런데, 네 것과 내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장수인의 성격은 남의 불행을 자신의 것으로 수용하지 않도록 방어적 역할을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구획정리를 잘 하는 성품이 홧병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한국인의 홧병의 원인 중에서 많은 부분이 남에 대한 과잉 집착과 누구 때문이라는 탓병때문인데 네 것과 내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면 그런 역할 혼란에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들은 은연중에 남에게 바라는 것이 많다. 아이가 공부를 잘 했으면 좋겠고, 남편은 돈도 더 잘 벌고 자상했으면 좋겠고, 아내가 더 상냥해 졌으면 좋겠다는 기대심리가 강하다. 그리고 남 때문에 안된다는 생각도 강하다. 남편의 무관심 때문에 화가 나고, 공부 열심히 하지 않는 자식 때문에 자신이 늙는다고 느낀다. 비교의식과 획일주의적 성향도 강해서 남에게 뒤지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런데 네 것과 내 것을 선명하게 구분하면 쓸데 없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된다. 남에게 쓸데없이 과잉 기대를 하지 않게 되고, 남탓을 하지 않게 된다. 남과 비교하여 우월감을 느끼거나 열등감을 느낄 필요도 없고, 쓸데없이 콤플렉스에 빠질 필요도 없다. 그만큼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주도적으로 살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현실순응 마인드


<장수의 비결> 인터뷰 내용

네 명은 네 명이고, 내 명은 내 명이다

104세 된 어느 할머니가 큰 아들이 죽던 날 하신 말씀

 

속상하지만 별 수 있어? 다 그 놈 팔자지.”

강원도 양양군 손양면에 사시는 98세 된 할머니가 신장 투석 하는 아들을 둔 소감


백세인들은 평소 주위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있게 행동하며, 자기 고집과 자기 주장이 강한 편이지만, 주어진 운명이나 현실에는 두 말하지 않고 순응하는 현실 순응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자신의 용기와 노력을 통해 바꿀 수 있는 부분에서는 환경변화를 위해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움직이지만, 인간의 노력으로 어쩔 수 없는 환경적 제약과 운명적 한계상황에서는 현실을 거스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성품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 순응적 성격은 네 것과 내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성품과 함께 주변의 불행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데 큰 일조를 하게 한다. 전남 벌교의 최고령자 이○○(100)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직전 전남 벌교에서 벌어진 학살 사건을 수차례나 겪으면서도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현실순응적인 성품 때문이었다고 고백하였다. 아무리 가혹한 현실이 닥쳐와도 역사와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이 장수의 원인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장수촌 중에서도 역사적으로 전쟁이나 대규모 학살을 겪었던 곳이 많다. 일본의 오키나와나 우리나라의 제주도 같은 곳을 들 수 있다. 전쟁을 통해 하루 아침에 가족을 잃었고 가난과 생활고를 겪었다. 그럼에도 그들이 100세에 이르기까지 장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인생의 굴곡을 거스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 순응적 자세 때문이었다.

 

이렇듯 세월의 흐름에 순응하는 삶의 자세는 모든 일을 순리대로 풀어가는 능력을 부여해 준다. 순응적인 사람은 안 되는 일을 억지로 만들려는 시도나 헛된 기대를 품기보다는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냉철한 현실주의자의 눈을 갖게 한다.

 

사실, 장수하는 성격은 안티-에이징(anti-aging)이 아닌, -에이징(well-aging) 하는 삶의 자세에서 나온다. 세월의 흐름과 노화를 거슬러 싸우려 하기보다 노화의 과정을 자연스러운 인생의 과정으로 생각하고 기왕 늙는다면 아름답게 늙겠다는 자세로 살아가는 자세가 장수하는 마음 자세라는 것이다.


 

과속 없는 슬로우라이프 인생, 내일 걱정은 내일로

 

<장수의 비결> 인터뷰 내용

오늘 못하면 내일 하면 돼

전남 곡성군 석곡면 이○○ 할머니(98)

 

내가 아프지만 않으면 속상할 게 뭐 있어? 이렇게 좋은 세상 더 오래 살다 가고 싶어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김○○ 할머니(97)

 

속상한 걸 모르고 살았다. 아직도 죽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강원도 화천군 임○○ 할머니(104)

 

가끔 화를 내시기도 하지만 세상 일에 걱정을 안 하는 성격이세요

전남 곡성군 곡성읍 하○○ 할머니(102)의 아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최성재 교수에 의하면, 백세인들은 바깥일에 대해 태평하고 낙관적이라는 공통점이 엿보인다고 말한다. 외부의 충격을 느긋하게 받아들인다는 면에서 태평하다고 할 수 있고, 남은 인생에 기대를 가지고 즐겁게 살아간다는 면에서 낙관적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백세인들의 태평하고 낙관적인 성격은 오랜 세월을 살면서 겪을 수 있는 충격적인 일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느긋하고 유연하게 넘길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백세인들은 세상살이에 있어 안달복달 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안다. 남들에게 시킨 일을 재촉하지도 않고 일의 성패에 조바심을 내지도 않는다. 백세인들의 공통점은 앞으로 닥쳐올 일에 대해 미리 앞당겨 걱정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일 근심은 내일로 미룬다.

 

그렇다고 해서 게으름을 부리거나 나태함에 빠지는 것도 아니다. 백세인들은 성실하다. 백세인들이 빠르지 않고 서두르지 않는 태평한 성격임에도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이 살 수 있는 것은 꾸준함과 성실성 때문이다. 백세인들은 토끼와 거북이 경주 이야기에 등장하는 거북이처럼 자신의 속도로 꾸준히 쉬지 않고 자기 길을 가는 스타일이다.

 

이러한 태평한 성품은 우리나라 백세인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 아니다. 이웃나라 일본의 대표적인 장수촌인 오키나와 장수자들에게도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장수 마인드이다. 오키나와 노인들은 예로부터 아키라메루라는 말을 자주 쓴다고 한다. 이 말의 뜻은 포기했다는 뜻이다. 이는 사소한 일에 집착하지 않고 세속적 세상살이에 연연하지 않는 장수 마인드를 보여준다.

 

한국인의 장수 마인드를 종합하여 결론을 내려 보면

 

한국 100세인들이 현대 한국인들에게 주는 지침
  1. 화는 속에 담아 두지 말고 그때 그때 말로 풀어라.
  2. 자기 감정에 솔직해져라.
  3. 불합리한 환경에서 자기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하라.
  4. 내 소관 문제와 아닌 문제를 철저히 구분하라.
  5. 자녀도 결국은 남이라는 것을. 각자의 운명은 자기의 몫이다.
  6. 내일 할 일을 오늘 하지말라.
  7.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로 미리 근심하지 말라.
  8. 사소한 것은 사소하게 대하라.
  9. 노력해서 개선될 수 있는 문제라면 적극적으로 용기 있게 대처하라.
  10. 바꿀 수 없는 현실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
  11. 서두르지 말고 자기 보폭에 맞게 살아가라


개인적으로 평가해 볼 때 현대 한국인들의 마인드는 예전 한국인에 비해 장수할 수 있는 요인은 약간 증가한 반면, 생명을 단축시키는 요인은 예전보다 크게 증가되었다.

 

오늘날의 한국인은 예전에 비해 자신이 할 말은 눈치 보지 않고 할 수 있는 자기 표현능력과 내 것과 네 것을 구별하는 구획정리의 능력이 훨씬 좋아졌다. 이 두 가지 면을 보면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획기적으로 증가될 것 같다.

 

그에 비해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운명과 현실에 순응하는 삶의 자세는 더 부족해졌다. 그리고 태평함과 낙관성이란 면에서는 오히려 과거보다 크게 후퇴하였다. 헬조선 공화국의 국민이라고 자조 섞인 말을 하듯이 한국인들은 초등생의 행복지수가 세계적으로 낮고, 우울증과 불안지수와 노인자살률이 세계 최상위권에 해당되는 나라 국민이다.

 

따라서 앞으로 장수를 원하는 개인은 외부 환경에 대한 불안요소를 줄이고 내면적인 평화를 지킬 수 있는 마음의 태평함과 낙관성을 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바꿀 수 있는 환경은 적극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되 자신이 바꿀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는 적극적인 포용자세를 갖출 수 있도록 의식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사진출처: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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