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충치 잇몸병, 반드시 세균을 잡아야 낫는다

치과 치료는 결국 세균과의 전쟁이다. 우리가 잠을 자다 얼떨결에 흘리는 침 1ml에는 1억 마리 이상의 세균이 산다고 한다. 사람이 하루에 분비하는 침이 1리터라고 가정한다면 그 침 안에는 세균만 6g이상이 포함된다.

 

입속의 세균은 700종이 넘는다. 2012년 발표된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에서 인체의 부위별 세균 서식 형태 조사에 의하면 남자 15, 여자 18곳 중 남여 공히 입속의 미생물 형태가 가장 다양했다.

 

입속 세균들은 입의 부위별로 분포가 다를 뿐 아니라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사는 곳, 앓고 있는 질병의 유무에 따라서도 그 종류와 서식 형태가 다르다.

 



입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질병과 변화는 대부분 입속에 살고 있는 미생물이 일으킨 것이다. 입속은 작은 공간처럼 보여도 신체에서 가장 복잡하고 다양한 환경을 제공한다. 또한 외부에서 지속적인 영양소의 유입이 제공되는 곳이기도 하다.

 

 

충치의 원인이 되는 플라그 속 뮤탄스균

 

치아 표면은 음식물 찌거기가 잘 붙을 뿐만 아니라 미생물이 잘 달라붙어 얇은 세균막을 형성한다. 이 생체막을 바이오필름이라고 하는데 미생물과 이들이 분비하는 단백질과 침 안의 당단백 같은 물질이 엉켜 붙어 형성된다.

 

연쇄상구균과 푸조박테리움 같은 세균에 의해 이 바이오필름이 두꺼워 지면 치태 곧 플라그가 만들어 진다. 플라그 모두 그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으나 생소하게 느낄 수 있을 텐데, 이빨 닦는 것을 거른 다음날 이빨 표면이나 혀를 손톱으로 긁어보면 마치 피자 치즈처럼 하얀 고체 부스러기가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플라그이다. 이 플라그 안에는 mg1,000만 마리 이상의 세균이 산다.

 

그리고 평소 칫솔질로 이 플라그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치아 구석 틈새에 오랫동안 쌓이게 되는데, 그 플라그 안의 세균들은 입속으로 들어오는 영양소를 분해하여 생존 에너지를 얻는다.


 

세균도 인간처럼 먹고 숨쉬고 배설하는 작용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그런데 플라그 속 세균들은 입속의 영양분을 먹고 발효시켜 젖산과 같은 다양한 산성물질인 유기산을 만들어낸다. 이 유기산이 문제인 것은 산성이 강한 이 분비물들이 치아의 가장 강한 보호막인 법랑질 층을 녹여 충치를 만들기 때문이다.

 

충치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악성 세균의 대표는 연쇄상구균에 속하는 뮤탄스균이다. 치아의 법랑질은 우리 몸속 조직 중 가장 강도가 높은 것으로 탄성계수가 80,000에 이르는 엄청나게 단단한 조직이다. 뼈 중에서 제일 탄성계수가 높은 치밀골이 13,800 정도라고 볼 때 그 강도를 짐작할만 하다. 그런데 뮤탄스 균은 단단한 바위나 강철보다 강한 치아의 법랑질을 액체처럼 녹여버리는 무서운 세균이다.

 

 

치주포켓에 살고 있는 잇몸병의 원인, 진지발리스 균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곳이지만, 치과에 가면 치과 의사들과 위생사들이 유달리 중요하게 보는 곳이 있다. 바로 치아와 잇몸 사이에 1~2mm 정도 깊이의 홈인데, 치과에서는 이곳을 치주포켓이라 부른다.

 

치주포켓은 마치 치아 미생물의 천국이자 각축장이라 부를 수 있다. 우리가 고기가 유독 많은 낚시터나 양식장을 물 반 고기 반이라는 말로 표현하는데, 치주포켓이 바로 그런 곳이다. 치주포켓은 미생물 범벅으로 이뤄진 곳으로 구강조직은 물론 전체 인체 조직에서 세균이 가장 많이 득실득실대는 곳이다. 치주포켓 안에는 mg1011승에서 1012승에 이르는 천문학적 상당의 엄청난 세균들이 살고 있다.

 

이 치주포켓에 플라그가 쌓이면 염증반응에 의해 치조골이 녹아내린다. 그리고 치조골이 녹게 되면 치주포켓이 더 깊어져 더 많은 유해 세균들이 증식하게 된다.

 

치주포켓이 깊어지면 산소가 없는 곳에서 활성도가 높아지는 그람음성균으로서 혐기성 세균인 진리발리스의 활동력이 강화된다. 진지발리스가 무서운 것은 치주염을 발생시키는 핵심 세균일뿐만 아니라 염증으로 인해 열린 혈관을 타고 온 몸을 돌며 곳곳에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는 핵심 병원균이기 때문이다.

 

진지발리스는 치주포켓 내에서는 세균들의 평형을 깨서 염증을 다발시키고, 혈관을 타고 들어가 심내막염과 관상동맥질환을 일으키며 뇌와 신장, 폐 등 곳곳에서 각종 염증성 질병을 일으킨다. 동맥경화, 심근경색, 류마티스 관절염, 신장염, 구강암에 이르기까지 각종 염증을 발병 시키는 핵심 세균으로 활동한다.

 

진지발리스 자체만이 문제가 아니라 진지발리스가 만든 염증의 부산물 역시 전신을 돌며 병을 악화시킨다. 진지발리스를 삼켜 장에 도달하게 되면 장관에서도 세균의 균형을 깨뜨리고 질병을 일으키게 된다.

 

그야말로 진지발리스는 가는 곳곳 마다 사고를 일으키는 문제아나 혁명을 일으키는 대중 선동가와 같은 작용을 하는 균이다. 진지발리스 균에 대한 특별 관리는 치아 건강에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왜 치주염이 심해지면 잇몸이 더 빨갛게 부어오를까?

 

보통 치주포켓 안은 액체로 채워져 있다. 그 액체를 치은열구액이라고 말한다. 치은열구액은 보체나 백혈구 세포들 같은 것으로 이뤄져 있다. 보체는 다양한 병원균을 제거하기 위해 면역작용을 보완하는 20여종의 단백질이다. 병원균에 대항하는 항체를 보조한다고 해서 보체라고 한다. 그리고 치은열구액 속의 백혈구는 유해 세균의 침투를 막기 위해 혈관에서 스며 나온 것이다.

 

치주포켓이 염증 작용이 심해져 더 깊어지면 치은열구액의 분비는 더 증가된다. 증가된 양으로 세균을 씻어내 치주포켓의 건강상태를 회복시키고, 면역글로블린으로 방어작용을 강화하기 위해서이다.

 

염증이 진행됨에 따라 치은열구액의 산도는 초기의 약산성에서 점차 산도가 증가하여 알카리성으로 변하게 된다. 이것은 염증의 진행 경과에 따라 단백질이나 당을 분해하는 미생물들의 작용이 활발해져서 그 부산물인 암모니아가 다량 생성되기 때문이다.

 

치은열구액의 산도가 알카리성으로 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왜냐하면 첫째 치주포켓 내에 칼슘의 침착이 심해져 그 결과 치석이 생기게 되고, 둘째로 산성이 강한 환경에서 활동력이 억제되던 진지발리스를 포함하는 치주염 발생의 대표적인 원인균 레드콤플렉스 균들의 활동이 왕성해지고 그 수가 급속히 증식되기 때문이다. 레드콤플렉스균은 저명한 구강미생물학자 소크린스키가 잇몸병을 일으키는 3종의 세균 진지발리스와 포시시아, 덴티콜라를 함께 명명한 명칭이다.


따라서 일반인들도 치과를 가지 않고 거울을 보고도 자신의 잇몸의 건강상태를 점검해 볼 수 있다. 치은열구액이 많아져 늘 잇몸에서 미끈미끈한 액체가 많이 분비되거나, 잇몸 색깔이 레드콤플렉스 균들에 의해 붉게 부어있고, 잇몸이 내려 앉아 치주포켓의 깊이가 더 깊어져 있을 수록 자신의 구강과 잇몸 건강이 나쁘다는 것이니 이럴 때는 반드시 치과에 서둘러 가기 바란다.

 

 

기타 치아 신경과 입술, 바닥에 사는 세균

 

사람들이 치과에 가기 두려운 것은 첫째 아프기 때문이고, 둘째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며, 셋째로 입을 크게 열고 있어 부끄러운 치부를 치과 의사와 위생사들에게 계속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 중 가장 아프고 부끄러운 치료가 신경 치료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신경 치료의 원인균은 무엇일까? 그것은 패칼리스라는 균으로 모든 신경치료는 패칼리스 균의 박멸과 이미 이 균에 의해 죽은 신경을 제거하는 데 있다.

 

피곤할 때 입술이 부르트는 것 역시 세균 감염에 의한 것이다. 입술세균은 헤르페스라는 바이러스 균의 작용 때문이다.

 

의외로 혀와 혓바닥에도 많은 세균이 살고 있다. 표면이 오돌도돌한 혀등은 세균이 숨어 있기 안성마춤인 공간이다. 혀등에는 치아 표면 이상으로 바이오필름이 자주 형성되고 오돌도돌한 모양 때문에 잘 제거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 바이오필름이 점차 두껍게 축적되고 거기에 음식물 찌거기와 죽은 세포들이 엉켜 붙게 되면 설태가 형성되게 된다. 설태는 입냄새의 주요 원인이다. 따라서 입냄새가 자주 나는 사람들은 치아를 닦을 때 반드시 혀등도 구강용 스크랩퍼와 같은 것으로 설태를 제거해 주어야 한다.

 

 

잇몸병의 원인은 입속 미생물 생태계의 부조화에 있다

 

잇몸병의 원인에 대한 과학적 입장은 크게 3단계로 변화되었다. 19세기 후반 코흐의 세균설이 확립된 이래 처음에는 잇몸병이 플라그 덩어리가 원인이 되어 발생된다고 보는 비특이성 치태설이 주류였다. 그때는 특정 미생물에 대한 연구 자료가 부족했기 때문에 플라그라는 덩어리 자체가 잇몸병을 일으킨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 후 세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배양을 통한 연구가 활발히 전개되고 구강 미생물들의 존재가 밝혀지면서 1970년대에 특정 미생물이 충치와 잇몸병을 일으킨다는 특이적 치태설이 주된 학설로 받아들여졌다.

 

이때 충치와 잇몸병의 주된 원인균으로 지목된 것이 충치의 뮤탄스와 치주염의 악티노마이세텀코미탄스, 그리고 레드 콤플렉스 3종이다.

 

그러다 1990년대 들어 DNA 분석기술이 발전되면서 예전에 1%밖에 배양하지 못하던 것을 700종에 이르는 세균들을 배양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면서 치아와 잇몸에 끼치는 세균들의 작용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늘날에는 충치와 잇몸병이 단순히 플라그라는 덩어리와 몇몇 세균들의 각개 전투에 의해 발생된다고 보지 않는다. 평소에 다양한 미생물들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살고 있는 구강 생태계에 바이오필름 위에 플라그가 쌓이고 그 안에 병을 일으키는 세균 수가 증가하여 만성 염증상태가 지속되어 구강 생태계의 균형이 깨어질 때 충치와 잇몸병이 생긴다고 본다. 이러한 학설이 생태학적 병인론이라고 한다.

 

따라서 오늘날 충치와 잇몸병의 치료는 구강 환경을 중시한다. 단순히 칫솔질로 플라그 덩어리를 제거하거나 항생제를 남용하여 특정 세균을 잡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고, 구강 환경을 몸에 유익한 유익균과 세균의 균형적 조화로운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치료의 목표를 잡고 있다.

 

물론 바른 칫솔질과 치실, 치간 칫솔 사용으로 플라그를 제거해 유해 세균의 서식처를 미리 없애는 예방적 치료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지나친 항생제와 소독제, 인공 가글을 통한 치아 살균과 같은 치료방식은 오늘날 지양되는 치료 방식이다.

 

그리고 치아 염증의 심화와 알카리화에 핵심 작용을 하는 진지발리스 균과 같은 핵심 병원균에 대한 엄격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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