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은 수명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장수는 신체 크기와 체형과도 연관이 있을까? 그렇다. 대체로 100세 이상 장수자들은 키가 그리 크지 않고 몸도 호리호리하다. 지금까지 작은 키 때문에 억울한 일이 많았던 사람들에게는 그나마 좋은 소식이 될 것이다. 키가 큰 사람은 신체 말단까지 혈액을 공급해야 하는 심장 기능에 무리를 주어 장수하는 것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포유류 중 가장 키가 큰 기린은 평균 수명이 15~20년에 불과하고 대부분 심장병으로 죽는다.  


그렇다면 비만 체형은 장수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아니, ‘전혀 아니올시다’이다. 오히려 비만은 수명과 반비례 관계에 있다. 여러분들은 일본의 스모선수들의 평균 수명이 일반인보다 낮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최근 초고도 비만 스모선수가 의외로 오래 사는 이유가 장딴지 근육 때문이라는 설을 주장하면서 스모선수 평균 수명을 60대 중후반이라고 하는 신문 내용도 있지만, 스모선수의 수명에 대한 가장 권위있는 연구 자료는 일본 군야마 여대 모리이치 교수의 연구논문이다. 모리이치 교수는 1900년대 이후에서 1995년까지 335명의 스모선수를 대상으로 ‘스모선수 체격과 수명’이란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모리이치 교수는 이 연구에서 150kg을 초과한 스모 선수들 대부분이 각종 질병으로 50세가 되기 전에 단명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일본은 남자들의 평균 수명이 세계 최상위권에 있는 나라인데, 유독 스모 선수들의 평균수명이 짧다는 것은 비만이 미치는 수명에 대한 악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평생 뚱뚱한 몸매 때문에 외모적으로 손해를 본 것만 해도 한 두가지가 아닌데, 그 때문에 장수의 복을 누리지도 못한다니 어쩌면 이 사실이 어떤 분들에게는 또 하나의 스트레스로 작용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몸무게를 줄이는 것은 남들 앞에 멋지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건강과 하늘이 내려준 수명을 지키기 위해 먼저 해야 하는 일이다.    


비만이 건강에 나쁘다는 것은 현대인의 상식이다. 그러나 정작 그 이유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비만이 건강에 나쁜 이유가 콜레스테롤 때문이라 생각해왔다. 높은 콜레스테롤의 축적에 따른 동맥경화와 혈관질환이 고혈압과 심장병을 가져와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의학계는 노화의 주범이 콜레스테롤이 아닌 염증이라는 점을 발견해냈다. 온 몸 구석구석에 자리잡은 만성염증에 의한 세포의 노화와 다양한 질병의 발생이 인간의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연구 결론이다. 그리고 신체의 염증 발생에는 배후에 지방세포가 깊은 관련이 있다는 점 또한 밝혀졌다.    



다양한 기능을 하는 지방조직


탄수화물, 단백질과 함께 필수 3대 영양소 중 하나인 지방은 우리 몸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영양소이다. 


첫째로 지방은 세포막 형성과 같은 인체의 구조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세포막은 노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조직이다. 


둘째로 지방은 인체 내의 에너지 저장소 역할을 한다. 지방은 탄수화물이나 단백질에 비해 에너지(열량)를 2배나 더 저장할 수 있다. 


셋째로 지방은 온 몸에 고르게 분포하면서 체온의 발산을 막아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는 작용을 한다. 특히 피하지방은 체온유지는 물론 피부 자체를 보호한다.


이상 3가지 기능은 지방의 가장 기본적인 작용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유익한 호르몬을 분비하여 인체의 대사기능을 돕고 면역시스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 몸에 지방이 적당량만 있으면 지방은 이렇게 꼭 필요한 역할만 하게 된다. 




현대병≒염증병


그러나 지방은 인체 조직에 일정 비율 이상 축적되면 만성염증을 유발하여 우리 몸에 각종 성인병을 일으킨다. 동맥경화, 관절염, 당뇨, 혈관 질환, 궤양성 대장염, 폐암, 대사증후군, 암, 치매, 골다공증 등 노화와 연관되는 여러 성인병들은 모두 만성염증이 원인이거나 병의 진행 과정에 염증이 나타나는 증상들이다. 최근의 의학계는 이런 각종 성인병들을 하나로 묶어 염증병이란 새로운 명칭을 부여했다.



지방조직은 염증의 아지트


비만이 인체에 악영향을 주는 핵심적인 이유는 대식세포가 지방조직에 광범위하게 침투하는 현상 때문이다. 이전 글에서도 설명했듯이 대식세포는 우리 몸의 면역기능에서 경찰관 역할을 하는 세포이다. 그러나 염증을 마구 만들어 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한 세포이다. 대식세포들의 침입 규모는 엄청나다. 때에 따라서는 지방조직에 들어가 40% 정도를 차지할 경우도 있다. 



우리 몸이 비만할수록 대식세포 수는 늘어난다. 그리고 염증을 유발하는 유해물질인 TNF-α, IL-1, IL-6, IL-8 등을 더 많이 분비하게 만든다. TNF-α는 인슐린에 대한 강한 저항을 일으키는 조직 괴사 요소이다. 인슐린 효력을 약화시켜 당뇨의 원인이 된다. 


비만체형에서 성인병을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이렇듯 성인병을 촉진하는 염증 유발인자가 지방조직에서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심장병에 관한한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에서는 혈중염증지표(CRP)가 콜레스테롤 수치보다 심장 혈관 질환 진단에 더 정확하고 신뢰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염증의 지표인 C-반응성 단백질(C-reactive protein, CRP)은 몸 속 어딘가에 염증이 생기면 간에서 혈액으로 내보내는 단백질이다. 따라서 혈액 속의 CRP 농도를 측정하면 인체에 얼마나 많은 염증이 존재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대체적으로 CRP가 10㎎/ℓ 이상일 경우에는 몸속에 심근경색이나 암, 류머티스 관절염이나 루푸스 같은 자가면역질환과 크론병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노화 체질을 주의하라

늙으면 단백질, 수분, 광물질↓ 지방↑


우리가 나이를 먹으면 인체는 눈에 띄게 달라진다. 머리는 백발로 변하고 머리숱은 적어지며, 피부는 주름이 생기고, 허리는 활처럼 굽어진다. 


외양만 변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몸 속의 체질도 변화한다. 신체 구성도 변한다. 25세 성인의 몸은 수분 61퍼센트, 단백질(근육) 19퍼센트, 지방 14퍼센트, 광물질(뼈) 6퍼센트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70세가 되면 수분 53퍼센트, 단백질 12퍼센트, 지방 30퍼센트, 광물질 5퍼센트 구성으로 변화한다.  


 

25세: 수분 61%,          단백질 19%         광물질 6%           지방 14%

70세: 수분 53%(8%↓), 단백질 12%(7%↓), 광물질 5%(1%↓), 지방 30%(16%↑)


사람이 늙으면 먼저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고, 근육(단백질) 손실이 발생한다. 그리고 뼈와 치아(광물질)도 줄어든다. 그와 반대로 지방만 두 배 가까이 증가한다. 젊었을 때와 늙었을 때 똑같은 몸무게가 나간다고 해도 근육량은 3분의 1이 줄어들고, 지방은 2배가 높다.


수분이 줄어드는 이유는 40대 이후 수분을 많이 보유할 수 있는 근육층이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세포 자체 탈수현상도 심해진다. 따라서 세포 크기도 쪼그라들게 된다. 또한 칼슘이 빠져나가기 시작하여 뼈와 골격의 광물질도 낮아진다. 


유일하게 지방만 늘어나는데, 피부에 있는 피하지방은 오히려 줄어들어 주름이 심해지고, 내장비만과 복부비만만 증가하여 뱃살이 늘어지게 된다. 노년층의 지방 증가가 달갑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외관의 변화보다 성인병의 원인인 내장비만과 복부비만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내장 지방을 분해하여 성인병을 예방하라


젊은 사람들은 체형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S라인과 쵸코릿 복근을 만들고 싶기에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병행하여 오늘도 복부지방을 열심히 뺄 것이다.


그러나 중년 이후에는 둥그렇게 나온 뱃살이 삶의 여유와 넉넉한 인품인 것처럼 생각하여 살을 뺄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축 늘어진 뱃살과 굵은 허리통은 단순히 외모의 문제로만 한정해선 안 된다. 최근 의학계에서는 허리를 두르고 있는 내장비만이 당뇨, 동맥경화, 치매, 관절염, 골다공증 등 각종 성인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 여기고 있다.


지방조직은 지방을 저장하며 성인병을 만들고 염증을 일으키는 아디포카인(adipokines)이란 단백질을 분비하는 근원이다. 그중 당뇨나 인슐린 저항에 가장 큰 악영향을 주는 IL-6과 암 발생 원인이 되는 TNF-α 등을 대량 분비한다. 내장지방은 다른 쪽 지방에 비해 TNF-α와 IL-6과 같은 유해물질을 더 많이 분비하여 노화와 성인병을 만들어낸다. 




종양 괴사 인자 알파(tumor necrosis factor-alpha, TNF-α, 또는 TNF)는 예전에 암세포를 죽인다고 하여 세상으로부터 잠시 각광을 받았으나 심층 연구 결과 오히려 혈관 세포를 파괴하고, 인슐린 저항을 일으키며, 골다공증과 동맥경화의 원인으로 작용하며 궁극적으로 암을 발생시키는 독종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TNF-α는 나이가 들수록 혈액에서 많이 발견된다. TNF-α가 노인층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이유는 지방조직의 증가 때문이다. 특히 내장지방의 증가는 혈중 TNF-α 증가에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반가운 것은 TNF-α가 운동과 절식(소식)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이다. 원래 내장 지방은 운동에 민감한데 그 이유는 다른 지방조직보다 신진대사가 빠르고 지방 분해를 촉진하는 호르몬 작용에 반응하는 효소들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절식과 운동을 통해 내장 지방을 줄이면 당뇨의 위험성과 인슐린 저항을 크게 줄일 수 있는데, 혈중 IL-6과 TNF-α 수치를 낮추면서 몸 안의 만성 염증 유발 요인들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생활만큼 장수에 도움이 되는 라이프스타일은 없다. 장수인치고 비만한 체형을 가진 이는 없다. 소식과 꾸준한 노동, 적절한 운동은 우리나라 100세인들은 물론 전 세계 장수인들과 장수 연구가들이 삶을 통해 실천해오고는 단순한 진리이자 장수비결의 공통분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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