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이 노는 사람보다 14년 더 오래 사는 이유?

곧 로봇과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력과 기술을 대체하는 4차산업 시대가 도래한다. 이제는 일과 노동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예전에는 일은 오직 고통이고, 정년은 평생의 족쇄 같던 노동으로부터 해방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2002년 회사원들의 꿈을 대변했던 현대카드 광고를 다 기억할 것이다. 이 시절 광고를 보면 일은 지옥이고 휴가는 천국처럼 묘사된 장면들이 많다. 그리고 정년까지 열심히 일하고 그 이후에는 전원생활을 하며 날마다 골프를 치러 다니는 정년 이후의 화려한 삶을 동경하곤 했다.  

그러나 일은 고통도 저주도 아니다. 일은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무대이고, 사회에 기여하는 봉사의 방법이며, 자식들에게 손 벌리지 않는 경제자립의 기초이다.  

몸으로 하는 일은 로봇이, 머리가 하는 일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4차산업 시대이다. 이제는 사람이 일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고 긍지이다. 예전에는 60세 정년 이후까지 일하는 것을 저주 받은 삶이라고 보았다면, 이제는 75세까지 일할 수 있는 노년을 축복이라 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자 그렇다면 직업생활과 수명은 어떤 관계에 있는 것일까? 일과 실업은 수명에 어떤 영향을 주는 걸까? 

서울대 체력과학노화연구소에서 발행한 <장수의 비밀>에 보면, 직업과 수명의 관계를 조사한 국내 보고서를 인용한 부분이 나온다. 필자는 그 보고서 출처를 찾기 위해 노력했는데 아쉽게도 직접 확인해 보지는 못했다. 다만 <장수의 비밀>을 기술한 박상철 서울대 의대 교수는 우리나라 노화연구에 있어 독보적인 존재이기에 이 분이 인용한 연구 보고서의 신뢰성을 전혀 의심하진 않는다.

<장수의 비밀>에 보면 국내 연구 보고서를 인용, 일하는 사람의 평균 수명이 75.1세, 일하지 않는 사람의 평균 수명을 60.7세로 기록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이 노는 사람보다 평균 14.4년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책의 발행년도가 2003년도라 지금보다 평균 수명이 매우 짧은 시절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금에 와서 다시 통계를 작성하면 이보다 더 큰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100세인들은 몇 세까지 일을 했을까? <장수의 비밀>에서 서울대 노화연구팀이 조사한 한국 백세인들의 실제 정년은 남성 평균 75세, 여성은 72세였다. 백세인들은 최소 70세까지는 남녀 불문 생업에 종사했던 것이다.

 


65세 넘어 일하는 사람이 더 오래 산다?
은퇴 후 1년 이상 일하면 사망률 11%↓

최근에 발표된 인상적인 연구 조사 결과도 있다. 2016년 파이낸셜뉴스의 보도 내용인데, 미국 오레곤주립대 연구진은 미시건대가 1992~2010년 실시한 건강한 은퇴 연구 자료를 연구하여 은퇴자 2956명을 분석한 후 다음과 같은 결과를 내놓는다. 

먼저 연구진은 은퇴자 2956명을 건강한 사람과 건강하지 않은 사람으로 나누었는데, 3분의 2는 건강했고, 나머지는 건강하지 않았다. 조사 기간 중 건강한 사람은 12%가 사망한 반면,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25.6%가 사망했다. 

그리고 연구진들은 은퇴 시점까지 일한 사람과 은퇴 이후에도 일을 한 사람의 사망률을 비교했다. 그 중 은퇴 시점까지 일한 사람보다 이후에도 1년 이상 더 일한 사람들은 사망률이 11%나 더 낮은 사실을 발견했다. 건강하지 않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건강이 안 좋으면서 은퇴 이후 1년 이상 일한 사람 역시 사망률이 9%가 낮았다.  

연구를 진행한 로버트 스토스키 교수에 의하면, ‘학력, 재력, 건강, 생활방식 등 모든 면을 고려했을 때도 은퇴 이후 1년 이상 더 일한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고 한다. 


일하는 노년은 아름답다
오래 일한 만큼 사는 날도 늘어난다

그래서일까 우리 사회가 보편적으로 합의한 60세 정년 이후에도 젊은이 못지않은 왕성한 활동력으로 자기 인생의 황금기를 누리는 사람들도 많다. 

 

경영학을 하나의 학문으로서 위상을 높인 ‘경영학의 아버지’이자 자기관리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96세로 인생을 마감하기 닷새 전까지도 학자로서 글을 썼다. 

20세기 최고의 화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들을 남긴 것으로 유명한 파블로 피카소는 70대의 나이에 새로운 유파를 창조하며 92세로 세상을 타계할 때까지 70년간 왕성한 창작 활동을 지속했다.

20세기 최고의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는 95세 나이에도 불구하고 하루 6시간씩 꾸준히 연주한 것으로 유명한데, 기자가 그 이유를 묻자 카잘스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내 연주가 아직도 조금씩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죠”

2011년 원광대 연구팀은 한국 직업별 평균수명을 발표했는데, 그 중 꼴찌가 언론인(기자 아나운서)이었다. 종교인들은 평균 80세로 1위, 언론인들은 67세로 꼴등을 차지했다. 스트레스도 많고 술도 많이 마시고, 야근이 일상화된 업무 환경이 젊은 시절엔 조로 현상과 나이 들어선 조기 사망이란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래도 언론인 출신으로 장수한 분들도 있다. 한국 언론계의 큰 별이라 불리는 리영희 전 한양대교수는 언론인으로서는 81세라는 비교적 긴 생애를 누렸다. 리영희 교수의 삶이 인상적인 것은 젊은 시절 독재정치를 비판하는 기사를 써서 고문과 옥살이의 후유증으로 평생을 고생했지만 일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던 것이다. 

70세가 된 2000년엔 뇌출혈로 인해 오른쪽 몸에 마비가 왔다. 그러나 리영희 교수으 왕성한 집필활동은 계속되었다. 2005년에는 문학평론가 임헌영과의 대화 형식으로 푼 자서전인 <대화>를 펴내기도 했다. 그리고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이명박 대통령 시대의 통치형태에 대해 언론인으로서 비판하는 인터뷰를 발표하며 현역으로 활동했다. 

리영희 교수는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생전에 자신의 꿈에 대해 설명하기를 ‘더 이상 세상에 자신의 책이 필요가 없어져. 인세를 0원 받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또 한 명의 언론인 출신의 장수인을 꼽자면 유력 신문 논설위원이자 대학교수이며 또 문학평론가이자 수필가로 또한 전 문화부 장관으로 다양한 인생의 배역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이어령 이화여대명예석좌교수이다. 그 역시 80세가 넘은 나이에도 현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장수인이다. 현재 우리나라 나이로 87세이다.

 

이어령 교수는 80이 넘는 나이에도 왠만한 얼리어답터보다 컴퓨터와 IT기기 사용에 능하다. 왠만한 IT 기기 세팅과 고장은 이어령 교수에게 문제도 아니다. 그가 데스크탑과 패블릿PC, 스마트폰 등을 창의적으로 이용하는 방식을 엿보면 젊은이들도 형님으로 모실 정도라고 한다. 

이어령 교수는 웬만한 대기업 사원들이 명퇴할 오십줄에 88올림픽 개폐회식 감독과 문화부 장관을 맡았고, 공무원들도 은퇴할 나이인 68세(한국 나이 70세)에 2002년 한일월드컵 총괄 기획을 맡아 성공적으로 활동했다. 

남들은 정년 이후라고 할 수 있는 60세 이후 그의 활동 반경은 정말이지 너무나 넓고 활발했다. 일일이 열거하면 일중독자이자 감투 수집광이라고 비쳐질까봐 차마 열거를 못하겠다.     

80세가 넘은 지금도 문화비평가이자 유교에서 개신교로 개종한 크리스챤으로서 비평 활동과 왕성한 전도활동을 하고 있다. 이어령 교수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에 다리를 놓는 일과,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교류, 학문 간의 통섭과 한중일의 한자문화권의 상호 이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의 현실 참여적인 지식인의 자세와 새로움에 늘 열려 있는 개방적 자세, 또 과거를 잊지 않고 과거와 미래를 연결시키고자하는 자세는 현재의 젊은이들이 꼭 배워야 할 자세이다.     

리영희 교수와 이어령 교수의 삶에서 또 하나 배울 점이 있다면, 지병이 있는 중에도 사명을 완수하는 자세이다. 리영희 교수는 뇌출혈과 간경변으로 몸을 가누기 어려운 중에도 정치사회를 감시하는 언론인의 사명을 잊지 않았고, 이어령 교수는 현재 암수술 후에도 컴퓨터 자판을 대신 쳐주는 조수를 고용하면서도 창작활동에 대한 그의 열의를 지속하고 있다.


100세인들의 일에 대한 열정에는 국경이 따로 없다

우리나라 100세인들이 일하는 모습 역시 아름답다. <장수의 비밀>에 소개된 강원도 양구읍의 허복순 할머니는 100세였던 당시도 4kg이나 나가는 비료 포대를 거뜬히 운반했다. 많이 먹어야 일도 시원스럽게 할 수 있다면서 하루에 여섯 번 식사를 하고, 아이스크림을 하루에 6~7개씩 먹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일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신다. “일을 안 하면 게을러져. 생활도 불규칙해지고, 그러면 가는 거지 뭐.”

과식과 찬 음식, 특히 아이스크림은 건강에 해로운 대표적인 위험식품이다. 그런데 매일 과식에 아이스크림을 7개씩 먹고도 허할머니가 100세 이상의 장수를 누린 이유를 꼽아보자면 ‘평생 현역’ 그 외에는 어떤 이유도 찾아볼 수 없을 것 같다.

같은 책에 소개하는 경남 거창군의 정일선 할머니(당시 101세)는 과수원을 하는 아들을 도와 틈만 나면 사과밭에서 일하는 것을 낙으로 삼고 있었는데 자식들이 집에서 쉬라고 하도 통사정을 하는 바람에 나가지 못하고, 집 가까운 곳에 텃밭을 만들어 직접 채소를 돌보는 것을 삶의 즐거움으로 삼고 있었다. 할머니에게 일하는 게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니 “비가 와서 밭일을 못할 때가 가장 우울해”라고 답했다고 한다.

강원도 횡성의 이봉희 할머니(당시 100세)도 집안일의 절반을 맡아 직접 청소하고, 집 앞의 고추밭과 집 뒤의 딸기밭, 채소밭을 직접 관리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농촌에서 살고 있는 백세인들은 대부분 보통 농부들보다 훨씬 긴 기간 동안 논농사와 밭농사에 종사한다. 그런데 100세가 넘어 논과 밭일을 그만둔 이후에도 집 가까이에 텃밭을 만들어 소일거리로 삼고 있었다. 100세인들은 일하는 것이 몸에 배여 있어 일하지 않으면 오히려 몸이 아프고 마음이 우울해진다며 스스로 일을 찾아 나선다. 거동이 불편해 텃밭 일마저도 힘들어지면, 집안 걸레질이나 채소 다듬기 같은 것을 자청하며 숟가락 들 힘만 있어도 일을 쉬지 않는 것이 한국 100세인의 자화상이었다.

그런데 일하기를 즐기는 장수인들의 모습은 다른 나라 100세인들에게도 유사하게 찾아볼 수 있는 만국 공통의 현상이었다. 

중국의 대표적 장수지역인 신장 위구르족 역시 일과 장수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갖고 있는 장수민족이다. 위구르족에게는 ‘노동은 입맛’ ‘노동은 최고의 베개’ ‘노동은 건강한 혈색을 낳는다.’는 속담이 대대손손 내려올 정도로 일하기를 좋아하는 미풍양속을 갖고 있다. 실제로 신장성을 여행하다보면 80~90세 노인들이 텃밭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한다. 

 

이웃나라 일본은 세계최장수국가이면서도 20~30년씩 누워있는 환자로 삶을 보내는 노인이 많아 결코 장수국가 모델이 될 수 없는 나라이다. 벌써 20년 전에 65세 인구 가운데 100만명이 넘는 노인들이 꼼짝하지 못하고 침상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는 ‘네타키리’라 불리는 상태에 있었다. 물론 지금은 정확한 통계조차 잡히지 않고 전체 국가 연금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오늘날 일본인들의 삶의 목표는 결코 장수에 있지 않다. 오히려 네타키리가 되지 않고 행복하게 죽는 것을 더 선호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런 누워있는 노인들의 나라에 자랑스런 평생현역 100세인들이 있으니 바로 오키나와 할머니 부대이다. 오키나와의 100세인 할머니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열혈일꾼들이다.

지금은 외지인들의 유입으로 상태가 많이 달라졌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오키나와에서는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는 인력의 대부분이 80대 이상의 노인들이었다. 사탕수수밭 일은 육체적으로 노동강도가 높은 험한 일로 남자들에게도 벅찬 일이다. 

오키나와 할머니들은 사탕수수밭 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100세인들처럼 논과 밭, 텃밭 농사는 기본이고 힘이 있는 한 옷감 염색과 해초 채취 같은 생업을 놓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해초 채취 역시 만만찮은 일이다. 우리나라 제주도 해녀를 연상하면 될 것이다. 

누워있는 노인이 사회문제가 된 일본인지라 오키나와 할머니들의 정정함은 일본 노화 연구가들의 집중 연구대상이 되었다. 류큐 대학의 다이라 가즈히코 교수는 오키나와 할머니들이 오랜 동안 현역으로 일을 하기 때문에 목욕이나 화장실 이용 같은 ‘일상생활 동작 능력’이 다른 지역 고령자보다 월등하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일본의 많은 학자들은 오키나와 할머니들의 장수 이유에 대해 일본의 다른 지역에 비해 오랫동안 논과 밭에서 일하는 오키나와의 전통적 습성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하면 왜 더 오래 살게 되는가?

그렇다면 왜 오래 일하면 장수할 수 있는 것일까? 오히려 장기간의 노동이 몸을 혹사시켜 수명을 갉아먹을 것 같은데, 가장 오래 일하는 사람들이 가장 오래 사는 이 역설적인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수명과 노동의 연관성에 대해 한번 알아보자. 


첫째, 경제적 소득, 삶의 만족도 전반적 증가

우선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것이 경제적 이유이다. 세상 어느 나라든 노인들은 젊은 사람들보다 돈을 벌기 어렵다. 직장에서 써 주는 곳이 없고, 자기 사업을 하기에도 만만치 않다. 

그러면 돈도 못버는 데 노인들에게 돈 나갈 곳이 적냐면 그것도 아니다. 기본적인 의식주에 들어가는 돈은 비슷한데 비해 의료비와 간병비 등 부담이 해마다 늘어난다. 이미 우리 사회는 아기들에게 들어가는 기저귀값보다 노인들에게 들어가는 기저귀값이 더 많아진 고령화사회이다.

따라서 노인들은 가족들에게 의지하거나 혹은 그 사회의 극빈층을 이루어 사회보험에 의지하여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심리학을 조금이라도 배운 사람이라면, 매슬로우의 욕구의 5단계 이론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매슬로우가 주장한 생리적 욕구와 안전욕구, 사회적 욕구, 존경욕구, 자아실현 욕구 등 5가지 인간의 기본 욕구들 중에 도대체 돈의 도움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욕구가 있는지 생각해 보라. 아마 없을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한 인간은 돈이 없이는 하루도 살아갈 수 없다.  

그런데 장수인들이 늦은 나이까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남보다 더 오랜 기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돈이 있는 노년이란 미래에 대한 불안 없고, 의료적 혜택과 영양제를 구입할 여유가 있고,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상태를 갖췄고, 자식과 손주에게 의지하지 않고 때로는 손자들에게 용돈을 주며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쌈지돈의 위력과 긍지를 보여줄 수 있는 위치가 된다는 것을 뜻한다. 


둘째, 사회적 관계

80년간 1500명의 인생을 추적한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터먼 프로젝트에 의하면, 사람의 수명에는 사회적 관계의 질보다 규모가 중요하다고 한다. 이 연구가 대단한 것은, 종래의 우리 예상을 뒤엎는 연구 결과가 많이 도출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은퇴자의 경우, 본격적인 연구 이전에는 주변에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친구와 가족이 많아 사람들로부터 많이 사랑받는 사람일수록 오래 살 것이라 추측했다. 우리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는가? 드라마 보면 그런 대사가 많이 나온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무시해도, 당신만 나를 인정하면, 나는 행복해!” 그러나 연구 결과는 의외였다. 

사랑과 관심을 받는다는 감정보다 사회적 관계의 규모가 수명에 더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소수의 친구와 가족이 있는 것보다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가깝고 편한 친구가 많은 사람들이 훨씬 더 장수했다. 즉 사회적 인간관계가 넓은 사람이 더 오래 살았다는 것이다. 이것을 한국말로 바꾸면 오지랖이 넓거나 마당발이거나 문어발인 사람이 장수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남녀의 수명 차이와 은퇴 이후 수명이 급감하는 현상을 설명하는데 유용한 연구 결과이다. 즉 남성은 은퇴 이후 가족들이나 소수의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지만 오히려 건강이 나빠지고 급격하게 수명이 짧아진다. 그 이유는 사회적 관계망의 축소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한국인들의 인맥, 특히 남성들은 직장 인맥을 중심으로 사회적 관계가 형성된다. 정년은 일이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유대관계가 단절되어 사회적 죽음에 이르게 됨을 뜻한다.

따라서 정년을 넘어서까지 일을 하게 되면 많은 직장 동료들과 고객들을 포함하여 빈번한 사회적 관계를 가질 수 있음으로 장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셋째, 일의 운동효과

박상철 서울 의대 교수는 일의 운동 효과에 주목한다. 운동은 두말할 나위 없이 장수의 가장 중요한 기본 요소이다. 박교수에 의하면 장수인들은 100세에 도달하고도 일손을 놓지 않고 부지런하게 항상 몸을 사용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박상철 교수는 세계 장수 지역으로 손꼽히는 블루존이 대부분 평야지대가 아닌 산간지역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일본의 장수지역인 오키나와도 섬 북쪽 산간지역에 장수마을이 밀집되어 있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장수 밀도를 가진 이탈리아의 사르데냐 섬도 가파른 절벽과 산봉우리들로 이루어져 있다. 사르데냐 지역 내에서도 가장 산간 지역이 평균수명이 가장 높다. 우리나라 장수지역은 지리산을 중심으로 펼쳐진 중산간 지역이다. 

산간지역은 공기의 밀도가 낮고 건조한 공기를 갖는 고산지대이다, 따라서 지형에 변화가 많은 산간 지역에서 땅을 개간하고 농사를 짓기 위해선 어려서부터 많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산소가 희박한 곳에서 신체 활동력이 좋으면 혈장 알부민 수준도 높아진다고 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 중요한 하체 근육 단련에도 좋다. 일본 준텐토대학 의과대학 교수 고바야시 히로유키가 쓴 <죽기 전까지 걷고 싶다면 스쿼트를 하라>는 책을 보면 다리를 못쓰면 인생 전체가 무너진다는 말이 나온다. 인간의 하반신에는 혈액의 70%가 몰려있어 제2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데, 노화로 인한 근육량 저하가 가장 심하게 일어나는 곳이다. 특히 넙다리네갈래근(허벅지근육)은 70세에 이르면 20대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근육이 소실된다.

그런데 하체 근육의 저하는 어떤 문제를 발생시킬까? 골다공증과 심장병, 당뇨와 냉증과 부종 등을 가져온다. 하체에는 중력의 영향으로 몸의 70%의 혈액이 모여 있다. 이 혈액을 다시 심장으로 보내기 위해 하체 근육에는 일종의 펌프 기능을 갖추고 있다.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통해 마치 착유하는 방식으로 혈액을 상반신으로 밀어 올릴 수 있다. 

또한 하체의 근육이 소실되어 근력이 저하되면 충분한 혈액을 심장으로 보낼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심장은 하체의 펌프 기능을 높이기 위해 혈압을 올리며 그만큼 심장은 무리를 하게 된다. 그 때문에 몸에는 두근거림과 숨참, 냉증과 부종 등의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또한 근육량이 줄면 체내 당 소비가 줄어 혈당치가 오른다. 이것은 지방 축적과 혈관 노화의 원인이 되어 당뇨와 심장병을 가져올 수 있다.

근육량의 소실은 뼈의 손실도 가져온다. 뼈는 보통 근육의 자극에 따라 튼튼해지는데, 특히 넙다리(대퇴) 근육이 가장 큰 영향을 준다. 그런데 이 근육량이 줄어들면 그만큼 뼈에 가해지는 자극도 줄어들어 뼈가 약해져 골다공증에 걸리게 된다.

그런데 앞에 열거한 숨참과 냉증, 부종, 심장병, 골다공증이 무서운 것은 이들 원인 때문에 더 운동을 게을리 하게 하여 더 하체 근육을 무력화 시켜 결국 누워 있는 노년(네타키리) 상태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도 부지런히 하체를 쓰고 대퇴부 근육을 단련시키면 뼈와 심장, 자율신경 시스템을 강화시킬 수 있어 장수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사실상 100세인들의 장수 요인의 핵심은 평생 동안 실천했던 논밭과 집 사이의 산길을 오가는 규칙적인 하체 단련 생활에 있다. 

더구나 꾸준히 일을 하면 일과 휴식의 반복적인 리듬이 형성되고, 우리 인체 내부에는 교감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조화가 잘 유지된다. 일을 통한 규칙적인 생활과 그로 인한 삶의 질서와 균형감 역시 장수의 중요한 요인이다. 

1500명의 인생을 80년간 추적한 스텐포드 대학의 터먼 프로젝트에는 수명에 관한 잘못된 대중들의 편견이 나오는데 그 중 5번째 항목은 이것이다.

“가능하면 빨리 은퇴하라. 편히 쉬면서 골프나 치면 더 오래 살 수 있다.”(근거 없는 낭설)

“가능하면 더 오래 성실하게 일하라. 그러면 장수할 것이다.” (정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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